우리 동네의 내일 찾아 청년의 일상속으로
취업고민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지역청년 문제 해결에 뛰어들어
일상속 청년정책 문제점 발굴
보고서 발행 등 정책반영 활동
청년문화 활성화에 온힘 쏟아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청년문제가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우리 사회엔 자신을 자신의 삶의 주체로 인식하고 꿈을 그려나가는 청년들도 많다. 이들은 ‘취직’으로 대표되는 정형화된 청년의 삶을 살아가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자신의 업(業)으로 만들어내는 청년들이다. 여기엔 소통과 협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직업’인 경우도 포함된다. 청년의 삶에 있어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도전적인 대전지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지 기록한다. 편집자

요즘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를 향해 도전하길 꺼려 한다.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알 수 없는 영역에 발을 디디는 건 꽤나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인기 많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곳을 직장으로 소망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걷는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청년들과의 일상을 택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모험이지만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의 일부를 전부로 착각한 오늘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청년의 일상을 통해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꿈꾸는 이지니(34) 청년고리 창업지원팀장을 만났다.

 

이지니 청년고리 창업지원팀장

◆ 오늘의 나를 만든 ‘연관성 없는 선택’

누구나 그렇듯 그의 20대도 방황이 남긴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캠퍼스를 누비던 꽃 같은 세월도 잠깐,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취업난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겠다며 그 나이 또래 경쟁자들과 기약 없는 싸움을 지속하던 자신을 마주했다.

마음은 늘 변심의 연속이었다. 때론 교단 위에 선 자신을 꿈꾸기도 했고 얼마 못 가 돌아서선 어려움에 허덕이는 누군가를 돕겠다며 사회복지사의 뜻을 세웠던 그다.

“20대 후반까지 남들과 다름없는 취업 준비를 했어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죠. 그래서 임용고시도 준비해보고 사회복지 쪽으로 고민을 하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31살이 됐더군요. 그때 ‘도대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오랜 시간 맘속에서 맴돌던 청년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그 무렵이었다. 모두가 ‘아직 늦지 않았다’며 평범함에서의 일탈을 만류했지만 더 어릴 때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작심한 이 팀장의 각오는 단단하고 비장했다.

“대학 시절 때부터 청년들과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흥미로워했어요. 학생회 활동도 하면서 청년들과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한 고민도 치열하게 해봤고요. 그냥 청년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제 스스로에겐 활력이었던 것 같아요. 이참에 지역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청년들과 관계된 문제들을 우리가 직접 해결해보자는 생각까지 이어진 셈이죠.”
 

◆ 너와 나의 ‘청년고리’

그렇게 그는 두 어깨 가득 짊어졌던 취업에 대한 고민과 과감히 이별하고 청년들과의 일상에 뛰어들었다. 청년 네트워크 ‘청년고리’와 함께 이 팀장은 산발적으로 반짝이다 사라지는 지역의 청년 문제를 하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과정은 실로 복잡다단함의 연속이었지만 청년커뮤니티의 장을 마련, 지역의 내일을 책임질 청년들과의 활동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도 한 뼘 한 뼘씩 성장함을 느꼈다.

“크게는 대전, 좁게는 청년고리의 주 무대인 유성의 청년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청년고리에 참여하는 젊은 청춘들과 청년보고서 발행을 시작으로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지원하기도 했고 문제해결 방법이 ‘경쟁’뿐이었던 청년들이 모여 소통하는 청년컨퍼런스도 이어오고 있어요. 궁극적으로 이런 활동들을 통해 일상 안에서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 청년 정책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과제입니다.”

청년고리가 특별히 애정을 쏟는 건 지역 안에서의 청년문화 활성화다. 그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하는 마을 축제가 대표적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식사하는 ‘소셜 다이닝’, 지역교류를 위한 ‘금산 보물찾기 힐링여행’, 청년의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책’ 등 그간 청년고리는 지역민과 더불어 문화를 만들고 즐기며 그들만의 정체성을 탄탄히 다졌다.

“마을 축제는 지역과의 자원연계 차원에서 청년들이 기획단에 참여하고 직접 주도합니다.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지역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비결이죠. 사실 청년들에게 지역과 관련된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커요. 지역을 모르는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까요?”

그럼에도 지역 안의 청년들은 밖으로 눈을 돌린다. 진학으로 인한 것도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 중 하나겠지만 마뜩한 일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크다. 그러나 원인은 자명한데 해법을 찾기가 영 쉽지 않다. 이 팀장이 청년고리 활동을 하면서 찾은 나름의 해결책은 ‘청년의 시선으로’였다.

“지역 청년들이 서울 등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선 이곳에 정주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끔 구조를 만들고 자원을 연계해주면 돼요.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죠. 정부에서 펴고 있는 청년 정책은 과연 청년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평가하기 어려워요. 청년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청년들의 관심이 중요해요. 청년들의 여러 얘기를 들어보고, 직접 대안을 발굴해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만드는 게 진짜 청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른들이 풀어야 할 숙제 ‘편견’

청년고리에 몸담은 후 이 팀장은 과정의 결실이 좋지 않더라도 그 결과가 훗날 새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 속에 살았다. ‘대체 내가 뭘 하고있는 거지?’라는 멘붕(?)이 올 때도 있지만 결국 스스로 한 여러 선택들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리라. 청년에 대한 일이면 재지 않고 뭐든 달려들던 이 팀장이지만 기성세대가 청년을 바라보는 퍽 따가운 시선은 여전히 견디기 힘들다.

“가끔은 우리만 특혜 받는다는 오해를 받을 때가 있어요. 새로운 청년주체가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청년들이 맘껏 지역의 내일을 그리려면 사회적 인식 변화가 절실해요. 청년고리가 유성에 터를 잡고 지낸 지 8년 차인데 아직 주민들 중에선 잔뜩 경계심을 갖는 분들이 여럿입니다. 여기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을 그저 잠깐 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탓이죠. 곧 떠날 거면 누가 지역에 애정 갖고 관심을 갖겠어요. 저희도 부단히 설득하고 소통할 테니 그런 시선은 이제 거둬줬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청년들과 대전에서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져 산다. 이제는 또 다른 청년주체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기반을 만들어 청년 고유의 문제 해결에 도전해 볼 요량이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선 때론 ‘위기’라는 소나기를 만나게 된다. 세찬 비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춰야 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그 비가 갠 후의 여정은 더없이 맑고 상쾌하다는 거다. 이 팀장과 청년고리의 내일에 희망이 엿보이는 이유다.

글=이준섭 기자 ljs@ggilbo.com·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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