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지난 19일 공주시는 의회와 머리를 맞댔다. 민선7기 들어 처음 있는 일로, 최근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올해 첫 추경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소통과 협치의 본보기가 될 법 하다. 하지만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왜 진즉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전 의회는 임시회를 열고 김 시장에 맹공을 퍼부었다. 임시회라기보다 김 시장 성토장이었다. 지역경기에 최고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백제문화제를 격년 개최키로 결정한 김 시장의 원성으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고사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조차 무시한데 따른 반발이었다. 중차대한 사안을 결정하면서 적어도 의회와는 소통해야 했지만, 무시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의회에 이어 시민단체들까지 들고 일어날 태세다. 60일이라는 주민소환 서명운동 기간으로 인해 4·15 총선 이후로 미뤄지긴 했지만, 예삿일이 아니다. 만일 시점이 조금만 빨랐어도 총선과 함께 김 시장 주민소환 투표가 치러질 뻔 했다.

김 시장 최대 위기임에 틀림없다. 유권자의 10% 이상 서명과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 찬성 등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주민소환 그 자체로 치명타가 될 게 분명하다.

그 책임은 오롯이 김 시장에게 있다.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지난해 연말 시민소통위원회의 권고마저 무시했다. 백제문화제 격년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짓밟은 대가다.

취임 일성에서부터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그다. 그로부터 1년 뒤 보란 듯이 시민소통위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시민소통위는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5개 분과 모두에서 격년 개최를 반대했지만, 김 시장은 이를 묵살했다.

공약에 따라 스스로 만들어 놓고도 이를 외면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말로는 소통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행동은 불통인 셈으로, ‘무늬’만 소통이라는 비아냥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백제문화제를 엿 바꿔 먹었다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충청감영제라는 본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 백제문화제 격년 개최에 합의했다는 한 의원의 의혹제기가 바로 그것이다.

반면 옛 공주의료원 건물 철거는 시민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왜 일까? 그 또한 김 시장의 공약인 목 관아터 복원에 있지 않았을까?

결국 두 사안 모두 본인의 공약을 위한 로드맵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는 안중에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지.

스스로 화를 자초해 사면초가에 몰린 김 시장의 모습은 소통 대신 선동만 일삼는 현 정부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사태를 국민 탓으로 돌리고, 신천지 탓으로 돌리며 자화자찬에 빠져 있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금의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만시지탄(晩時之歎)으로 삼아 시정이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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