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설 폐쇄·유학생도 귀국하는데 …
대전 A 연구원 10여 명 스페인 등 방문
자가격리·재택근무에도 늦장 대응 비판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코로나19의 유럽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전 A 연구원 관계자들이 최근 스페인, 포르투갈을 찾아 현장 답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연구원은 당초 2회에 걸쳐 예정된 답사를 한 차례로 축소하고 해당 답사 참여자에 대한 자가격리 및 재택근무 조치를 했지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럽의 코로나19 기세가 만만찮다. 지난 21일 기준 유럽에서만 코로나19 확진자가 14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 또한 6500명을 넘어서며 세계보건기구(WHO) 팬데믹 선언의 위력을 여실히 실감케 하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에서도 보건당국이 유럽 전역에서 확진·사망자가 급증함에 따라 유럽발(發) 입국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키로 결정, 대책의 강도 역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 A 연구원 원장 등 관계자 10여 명이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스페인, 포르투갈을 찾은 뒤 돌아온 것으로 확인돼 눈총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과 우리나라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형편에 일정을 강행하는 게 과연 옳았냐는 의구심에서다.

해당 사실을 금강일보에 제보한 스페인 거주 교민 B 씨는 “스페인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교환학생, 유학생 할 것 없이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다”며 “문화 시설 역시 다들 폐쇄 중이고 식료품점과 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도 문을 닫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B 씨는 “지인과 통화 중 대전 사람이 스페인을 다녀갔다고 해 ‘이 시국에 누구인가’ 물었더니 A 연구원 사람들이었다”며 “팬데믹이 선언되고 국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데다 많은 사람들이 행여 누구에게 피해라도 줄 까 자진해서 외출도 자제하는 판국에 소위 많이 배웠다는 분들이 이러는 게 옳지 않은 것 같아 연락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연구원 측은 유럽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다녀왔고 두 차례 계획한 답사는 한 번으로 조기 종료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13일 기준 스페인 코로나19 확진자가 4209명, 사망자는 120명에 달해 정부가 국가비상사태 선포 검토에 돌입했다는 점에 비춰 궁색한 변명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 연구원 관계자는 “일찍이 예정됐던 답사라 불가피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었고 지난 12일 귀국한 1진의 경우 유럽의 코로나19 추이가 심각해지기 전에 간 것”이라며 “2진의 경우 유럽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취소했으며 귀국한 1진 인원은 전원 발열검사 등 기본 검사 등을 거쳐 재택근무 조치 등을 취해 충분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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