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검불연기
고즈넉이
감도는
금강
상류의
갈밭
노낙 각시
속거 천리
외치며 외치며
모기떼 달라
붙는 양 나부끼네
귀소
서두는 제비들
뱃전을
치고
노낙 각시
속거 천리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노낙 각시(노래기야) 속거 천리(어서 멀리 가거라). 훠이 훠, 훠이 훠. 길고 냄새나는 몸뚱어리 천리만큼 가거라. 여기는 금강. 마른 잎이 연기로 피어오르고. 나는 주술처럼 고집처럼 중얼거린다. 노낙 각시 속거 천리. 오지 말아야 할 것들은 가거라.

여기 버드나무 흔들리는 강물 아래 자꾸 마음이 기운다. 그 속으로 나 몸이 접혀서, 몸이 접혀서, 봄이 접혀 들어와서, 따뜻한 바람 타고 돌아오는 제비를 본 적이 있다. 나부끼는 것은 나인지, 봄인지, 다만 움츠렸던 몸을 펴고 강물이 출렁인다. 뱃전을 친다.

그러니까 이제, 노낙 각시 속거 천리. 훠이 훠, 훠이 훠. 그만. 이제 그만. 가. 천리만리 가. 까만 제비가 콕콕 허공을 두드린다. 단단하게 아팠던 구석들이 쪼개어진다. 나부낀다. 강줄기 뒤척이는 힘으로 지금, 여기, 콕콕콕… 공중으로 밀어 올리는 작은 입이 있다.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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