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대전새미래초 교사

 

“쟤들은 왜 저렇게 놀아?” 기어코 한마디 했다.

“뭐가?”

“저렇게 돌 던지고 놀아야만 하냐고? 위험하게….”

개천과 나란히 이어진 산책로가 폭우로 심하게 부서졌다. 길이 뒤집히고 땅이 파여서 돌들이 곳곳에 튀어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우선 다닐 수 있도록 부서진 것을 치우고 평평하게 길을 고른 후 길섶 곳곳에 패였던 돌들을 쌓아뒀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쌓아둔 돌무더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개울에 돌을 던지며 즐거워했다.

두 손으로 큰 돌을 있는 힘껏 들고서 개울로 던지면서 일어나는 커다란 물살에 환호를 지르며 좋아하기도 하고, 누가 더 많이 더 멀리 던지나 시합을 하기도 하고, 물수제비를 만들기도 했다. 난 지나가면서 그들의 모습을 몇 번이고 되돌아봤다. 그들이 갖고 노는 돌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그랬다. 깔깔거리며 웃는 그들과 달리 내 마음은 즐겁지도 않고 오히려 언짢았다.

“돌 던지면서 저들끼리 노는 건데. 누구한테 던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개울에 던지면서 노는데 뭐가 문제야?”

“그래도 돌을 가지고 저렇게 놀잖아. 돌은 위험하지. 저 봐, 돌도 얼마나 커!”

“그냥 자기 마음이 불편한 거 아냐? 사람을 향해서 던지는 것도 아니고, 저들끼리 물살 일으키며 재밌게 노는 건데.”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남편의 반응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차이일까 돌이켜보니, 내 눈엔 아이들 손에 돌이 있는 그 자체가 위험했다. 돌을 들고 가다가 발등이라도 찧을까, 행여 누가 맞을까…. 이런 생각들이 먼저여서 그들의 웃음소리나 즐거워하는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릴 때는 주위의 모든 것이 놀이의 대상이었다. 돌뿐만 아니라 부러진 나뭇가지나 심지어 쓰레기더미에서도 놀잇감을 찾아내기도 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남편은 생활하수와 폐수가 뒤섞여 흐르는 개울에서 종일 놀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어른이 돼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고 나면 이제 그것들은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된다. 게다가 직업상 아이들에게 모험심보다 안전 의식을 더 심어줘야 하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난 그날 돌을 던지면서 신나게 노는 그들의 모습을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없는 나를 자책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고 하는데 나의 이런 과한 안전 의식이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도 됐다.

그런데 한때 불만이었던 나의 이런 노파심이 요즘 들어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 세계가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고 평온한 일상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그냥 오지 않는다. 언제 어떤 식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눈앞의 위험을 경시하는 태도보다는 주의 사항을 철저히 지키는 안전 의식과 경계를 늦추지 않는 태도가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어떤 이에게서는 모험심을 배우겠지만 나에게서는 안전 의식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면 나는 나대로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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