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한국 선거 예측가능한가/침입자들… 외 60권

▲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 백무산 지음

‘현관문을 나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올 필요 없답니다 민주화가 되었답니다/ 민주화되었으니 흔들지 말랍니다/ 민주 정부 되었으니 전화하지 말랍니다/ 민주화되었으니 개소리하지 말랍니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겨울비 온다/ 어깨에 머리에 찬비 내린다 배가 고파온다/ 이제 나도 저기 젖은 겨울나무와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 (시 ‘겨울비’ 일부)

노동시인 백무산이 5년 만에 열번째 시집을 펴냈다. 창비에서 나온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이다.

‘한심한 시절’이라는 말에서 보듯 시인은 위선적인 현실 정치와 새 강자들의 언행에 냉소적 감수성을 보인다.

하지만 시인은 허무하거나 퇴폐적인 냉소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시를 통해 이렇듯 피폐해지고 고단한 현실을 잠시 숨돌리고 가는 ‘정지의 힘’으로 극복하자고 설득한다.

시인에 따르면 멈춤의 힘은 아무것도 안 하거나 아무것도 되지 않을 ‘자유’를 말한다고 한다. 진보 성향 문인이 ‘자유의 철학’을 강조하는 게 다소 낯설지만, 그는 ‘멈춤’이야말로 반복되는 폭력적 일상에 저항해 우리가 본래 소유했던 자연적 감각을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시 ‘정지의 힘’ 일부)

시인은 거듭된 혁명을 통해 진보하는 듯하나 여전히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는 그대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심지어 힘을 얻은 자들이 약자의 울분을 모방해 오히려 힘없는 자들의 저항 공간인 ‘광장’을 차지했다고 일갈한다. 실로 뼈를 때리는 시인의 호통이다.

‘일정한 질서를 위해 일정한 비율로 증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불륜이 필요해 암 덩어리가 필요해 일정한 비율의 버러지가 필요해 그게 없으면 정의가 어디서 나오나 누군가 돌을 던져야 정의가 불타오르지 다수의 개돼지가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서지’(시 ‘버러지 만들기’ 일부)

백무산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4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초심’, ‘인간의 시간’, ‘폐허를 인양하다’ 등을 펴냈다.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창비. 132쪽. 9000원.

▲ 한국 선거 예측가능한가 = 조기숙 지음.

이화여대 교수로 선거 연구를 하는 저자가 선거 예측 모형과 적용 결과를 정리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과학화를 증명하는 과제라고 강조한다.

2000년대 이후 대선과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20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총선을 전망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저자는 조국 사태,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 등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에 어려운 선거가 되리라고 예상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문화원. 368쪽. 2만2000원.

▲ 침입자들 = 정혁용 지음

행운동이란 구역을 맡은 평범한 택배기사의 이야기다.

그는 이름도 없고, 아무도 그의 배경을 모른다. 동료들은 그를 업계 관행대로 ‘행운동’이라고 부를 뿐이다.

택배기사 행운동은 행운동을 돌아다니며 온갖 사람들을 만난다. 우울증 환자, 바보, 노망난 교수, 아름다운 여성, 게이바 직원들. 이들은 그의 일상에 무심하거나 무례하게 침범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따뜻한 위로뿐이다. 거짓과 배신으로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여전히 희망을 찾아 돌아다닌다.

2009년 등단한 정혁용의 장편소설이다. 그는 문학동네 작가상과 세계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다.

다산책방. 344쪽. 1만4000원.

▲ 얼음나무 숲 = 하지은 지음

보기 드물게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판타지다.

2세대 판타지 문학을 이끌었던 주자 중 한 명인 하지은의 대표작이다. 오랜 기간 절판된 동안 중고 도서가 최대 5배 가격에 거래될 만큼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전문 성우들이 직접 참여한 오디오 드라마 CD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외전 90쪽가량을 추가해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오디오북도 함께 만들어 공개한다.

마에스트로 바이올리니스트와 관련된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의 팬이기도 한 피아니스트와 펼치는 몽환적 선율의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황금가지. 556쪽. 1만5800원.

▲ 당신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 = 탄윈페이 지음. 하은지 옮김.

우리는 치열한 경쟁과 협력을 강조하는 외향형 주도의 사회에서 산다. 하지만 응용심리학자인 저자는 내향적 성격을 버려야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고 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다. 내향적 성격도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사람들에게서 칭송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향적 성격은 외향성 주도의 사회에서 외향적 성격의 사람들이 만든 성공 공식과는 다른,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성공을 얻을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주성치, 조앤 롤링 등 유명인들도 모두 내향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람은 ‘철저한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지 않아도 된다. 누구든지 있는 그대로의 성격을 살아내면 된다”고 강조한다.

국일미디어. 224쪽. 1만3500원.

▲ 제발 지갑 열지 마 = 권종영 지음.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라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의미가 와전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근시안적 소비문화가 유행처럼 번진다. 함께 유행한 ‘소확행’, ‘탕진잼’, ‘호캉스’, ‘스몰 럭셔리’ 역시 표현만 다를 뿐 ‘당장 돈을 쓰라’는 의미로 귀결된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신입사원부터 수백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까지 다양한 취재원을 만났다. 이들을 통해 누구든지 첫 월급부터 제대로 관리하는 습관을 쌓는다면 평생의 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2030 사회초년생이 읽기 좋도록 금융 기초 지식들을 쉽게 풀었다.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한정된 월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재테크에 성공하는 다양한 비법도 담았다. 월급 관리, 은행 거래, 신용점수 관리, 보험 가입 및 활용, 부동산 계약과 주식 투자 등 저자가 알려주는 재테크 방법들을 실천해 나간다면 통장의 잔고가 점차 늘어나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거다.

21세기북스. 296쪽. 1만5000원.

▲ 자본의 방식 = 유기선 지음.

금융과 주식시장에 관한 학자들의 사상을 거슬러 올라가 ‘돈과 자본이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대한 의문을 금융의 역사, 철학, 사상, 심리 등을 토대로 살펴본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본과 금융의 수많은 정보 중에서 자본과 관련된 48가지 이야기를 추려 단순화했다.

책에서는 금융시장의 메커니즘, 조지 소로스, 금융재벌 JP모건, 알렉산더 해밀턴 등 자본시장의 대가들 이야기, 그리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연방중앙은행의 역할, 투자시장의 구조 및 유대인들의 네트워크, 아담 스미스나 케인즈 등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흔히 ‘자본’이라고 통칭하는 용어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행복우물. 280쪽. 1만6000원.

▲ 학문에 관하여 = 왕윈우 지음, 이영섭 옮김.

중국의 저명한 학자이자 출판인인 저자가 쓴 ‘중국 고금 치학 방법(中國古今治學方法)을 번역했다.

중국 선진(先秦)시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역대 학자들의 공부 방법에 관한 언급들을 두루 살핀 뒤 그 정수만을 181개 항으로 추려 뽑았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우수한 학습법은 중용에 나오는 ‘배우고 익히기(學習)’일 것이다. 중용은 구체적으로 “널리 배우고, 자세히 따지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판단하고, 충실하게 행하라”라고 가르친다.

학문의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면 ‘전심전력 정신을 집중하기(專精)’에 의지해야 한다. 동중서가 춘추를 읽을 때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3년 동안 채마밭에조차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고 하는 일화에서 보이는 공부 방법이다.

이와 대비되는 방법은 ‘두루 배워 많이 알기(博學)이다. 후스는 “정심(精深)한 것과 해박(該博)한 것은 모두 중요하다. 만약 평생토록 하나의 사물만 다룬다면 비록 성취가 있다 한들 책장까지 가더라도 책을 볼 아무런 흥미가 나지 않는 것과 매한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와 같은 181개 항을 두루 살핀 끝에 ‘마음속 뜻(心志)을 우선으로 다잡아야 한다’, ‘마음속 생각을 움직여야 한다’,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등 14개의 결론을 도출한다.

에쎄. 464쪽. 2만2000원.

▲ 동생 알렉스에게 = 올리비아 드 랑베르트리 지음, 양영란 옮김.

세상을 떠난 동생을 기억하려는 누나의 수기이자, 일상을 담담하게 살아내며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그린 에세이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서른살 때부터 진심으로 죽고 싶어했던 동생 알렉스는 몇번의 시도 끝에 결국 목숨을 버렸다.

어릴 때부터 우애가 남달랐던 동생을 잃은 저자는 “슬픔을 눌러 담는 대신 밤샘 댄스파티라도 벌여 깨끗하게 제거해 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슬픔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끝까지 슬퍼하는 것이 그가 슬픔을 잊는 방법이다. 길을 가다 갑자기 찾아온 슬픔에 주저앉아 울기도 하고 동생의 친했던 친구들에게 질투를 느껴 억지를 부리기도 하며 그러다가도 동생이 좋은 사람들 곁에서 살아갔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던 저자는 문득 “비평가로서 글을 위한 글만을 쓸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글을 한번 써보라”고 했던 동생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상상하기 어려운 추모의 방식을 생각해내고는 이것을 차곡차곡 되살린 동생의 기억과 함께 책에 담았다.

저자는 납골당에 있는 동생의 유해를 꺼내 둘의 추억이 깃든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뿌린다. 그러고는 옷을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들어 동생의 유해가 뜬 물 위를 수영한다.

비로소 웃으며 동생을 떠올릴 수 있게 된 저자는 이 책을 ‘동생에게 바치는 종이 무덤’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이 책으로 2018년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 상’ 에세이 부문을 수상했다.

알마. 336쪽. 1만5500원.

▲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 임민경 지음.

임상심리 전문가인 저자가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자살을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자살은 심리적 고통의 결과다. 또 우울증, 양극성 장애, 중독 등 다양한 정신장애가 자살과 연관을 맺고 있으며 마음에 치명적인 고통을 초래하는 질병들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치유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문학 속의 사례를 들어 자살의 본질과 치유 방안에 접근한다.

실비아 플래스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한때 깊은 우울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십 년이라는 시간을 더 벌어주었으며 그 시간 동안 ‘벨 자’라는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

괴테는 한때 죽음과도 같은 마음의 병에 시달렸지만, 본인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한 후 82세까지 장수했다.

심각한 알코올중독으로 술잔을 드는 것조차 힘겨워했던 존 치버는 중독을 이겨내고 구원과 부활의 노래로 칭송받는 ‘팔코너’를 완성했다.

문학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많은 경우 문학은 삶을 혐오하여 쓴 것도 사실은 삶을 위해 쓴 것이며, 죽음을 찬양하여 쓴 것도 사실은 죽음을 이기기 위하여 쓴 것”이라고 했던 오스트리아 작가 에리히 프리트의 말을 인용한다.

들녘. 208쪽. 1만4000원.

▲ 내 휴식과 이완의 해 =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누구든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 잠만 자면서 모든 걸 잊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 듯하다.

신예 오테사 모시페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은 이런 상상을 이야기로 그려낸 블랙 코미디이다.

주인공은 힘든 현실을 탈출하려고 1년간 동면에 들기로 한다. 모든 공과금을 자동납부로 전환하고 재산세도 1년 치를 선납했다. 하루에 눈을 떠 있는 시간은 두세 시간.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먹기 위해서다.

그는 계속 잠을 자려고 약물의 도움도 받는다. 정신과 의사로부터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잠을 청한다.

과거에 대한 회한을 잊고 휴식과 이완, 평온을 찾아 나선 ‘잠의 여행’으로부터 주인공은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

마거릿 애트우드와 조이스 캐럴 오츠 등 유명 작가들이 추천했다.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360쪽. 1만5000원.

▲ 망자들 =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지음, 김태환 옮김

헤르만 헤세 문학상과 스위스 도서상을 받은 작품을 을유세계문학전집 101번째 시리즈로 펴냈다.

스위스 출신 크리스티안 크라흐트가 2016년 출간한 장편소설로 국내 초역이다.

제목에서 보듯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별한 망자들만 윤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는다.

이들은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태도와 식견을 지녔다. 이들 윤회하는 망자는 예술가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을유문화사. 272쪽. 1만3000원.

▲ 이상한 놈들이 온다 = 세스 고딘 지음, 김정한 옮김.

‘린치핀’, ‘트라이브즈’, ‘마케팅이다’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내며 ‘마케팅 구루’라고 불리는 저자가 그동안 대중에 밀려 관심 밖이었던 변종, 즉 별난 취향의 개인과 자신들만의 가치를 공유하는 작은 무리들에 주목한다.

저자는 “대중을 위한 시장은 끝나버렸다”고 선언한다. 지금껏 대중에게 먹혔던 마케팅 전략이 무용지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한때는 시장 상황을 정규 분포 곡선 형태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평균’에 해당하는 대중 소비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은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 수준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들의 급성장이라고 지적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프로암(Pro-Am)’ 무리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창조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마당에 사람들은 더는 평균적인 삶에 머물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또 ‘모두를 위한 제품’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제품’을 찾고자 한다.

점점 더 정상에서 벗어나고 평범하지 않으며 보통과는 거리가 먼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 독특한 취향을 공유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이상하고 별난 선택은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시장의 기준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라이스메이커. 144쪽. 1만4000원.

▲ 펭수의 시대 = 김용섭 지음.

유튜브 개설 8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을 달성하는가 하면 연말에는 BTS를 제치고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는 등 돌풍을 일으킨 펭수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으로 트렌드 인사이트와 비즈니스 창의력을 연구하는 저자는 펭수의 인기 비결로 ‘현재 대한민국의 라이프 트렌드와 사회문화 트렌드를 아주 잘 반영해 만들어진 입체 캐릭터’라는 점을 든다.

저자에 따르면 ‘펭수 세계관’ 속에는 꼰대와 세대 갈등을 비롯해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느슨한 연대, 환경과 기후 변화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쟁점이 녹아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펭수는 단순한 ‘펭귄 탈인형’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펭수 안에 사람이 있고 그의 신원은 누구다’라는 말도 성립하지 않는다.

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펭수가 진짜 열 살인지, 수컷인지 암컷인지, 그리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여긴다.

펭수가 스스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열 살 펭귄’이라고 밝혔음에도 그것을 다시 파헤치려고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며,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분법적 구도 내에서 모든 것을 규정하려고 하는 편협함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북스. 252쪽. 1만5000원.

▲ 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녀석들 = 저넬 세인 지음, 이지연 옮김.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자이자 대중 강연회 TED의 인기 강사인 저자가 자극적인 기사와 불투명한 미래 예측이 만들어낸 인공지능(AI)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순다.

저자는 AI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시켜보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AI가 무엇은 잘하고 무엇에는 애를 먹는지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실험을 통해 ‘AI가 위험한 이유는 너무 똑똑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다’, ‘AI는 대략 곤충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 ‘우리가 무슨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지 AI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AI는 우리가 시키는 그대로 하거나 최소한 그렇게 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AI는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택할 것이다’와 같은 ‘AI의 괴상한 5대 원칙’을 도출해낸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히 묘사되는 ‘AI가 초래할 재난’은 AI가 사람들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모든 인간을 죽여야겠다고 결정하거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AI가 인간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갖게 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재난 시나리오는 AI가 어느 수준 이상의 비판적 사고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세상에 대한 이해 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저자는 가까운 미래에 AI가 그런 능력을 보유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AI가 세상을 접수할 걱정을 하는 것은 화성에 인구가 너무 많아질까 걱정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기계학습 전문가의 말을 소개한다.

알에이치코리아. 344쪽. 1만9800원.

▲ 반대의 놀라운 힘 = 샬런 네메스 지음. 신솔잎 옮김.

다수가 합의한 결정은 무조건 옳은 것일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저 문제만 일으키는 자들일까? 한군데로 몰린 ‘집단사고’는 때로 큰 사고를 일으킨다. 그래서 관점을 넓히고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반대 의견도 필요하다. 아니라고 느낄 때 과감히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는 거다.

미국 버클리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반대’의 힘을 평생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반대는 내용이 아니라 행위 자체만으로도 큰 힘을 지닌다. 반대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그리고 확산적 사고를 자극하며, 다양성을 확보해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게 한다. 이번 책은 반대가 가진 힘을 다각도로, 그리고 자세하게 설명해나간다.

우리가 어떤 의견에 반대하게 되면 열린 방향으로 사고하게 된다. 더 많은 정보와 대안을 고려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복합적인 전략을 더 많이 활용한다. 따라서 올바른 반대는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올리고,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준다. 물론 유의할 점도 있단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림출판. 304쪽. 1만6000원.

▲ 세상의 모든 시간 =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우리는 이제 하루 24시간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 메신저와 이메일, SNS의 새 소식을 전하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각종 알림음 속에서 웹과 앱 사이를 오가느라 바쁘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는 시선을 빼앗고 주의력을 흩뜨림으로써 우리를 멍하게 만든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산책하며 사색할 시간 또한 없다.

이 책은 제목처럼 사색과 느림의 가치를 찾아 나선다.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저자는 ‘오랜 시간의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찾아 모았다. 앤디 워홀이 만든 600여 개 타임캡슐, 639년 동안 공연되는 존 케이지의 오르간 연주, 마르셀 뒤샹이 20년에 걸쳐 비밀스럽게 만든 생애 마지막 작품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온갖 지름길과 속성 코스가 유행하는 이 시대에 감히 둘러가 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이 ‘뜻밖의 즐거움’ 또는 ‘행운’을 의미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에 가까운 우연을 찾아가기를 희망한다. 기술이 주는 혜택을 누리되, 쫓기는 듯한 강박에서는 벗어나자는 얘기다. 삶에서 정말 필요한 비밀은 바로 내면의 고요함과 느림의 시간이어서다.

을유문화사. 242쪽. 1만4000원.

▲ 사춘기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 이우경 지음.

아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오면 아이들은 화성으로 가고, 지구에 사는 엄마들은 지치고 힘들고 심지어 괴롭기까지 하다. 질풍노도의 십대와 갱년기의 엄마들은 사사건건 부딪치기 십상이다. 대체 사춘기가 뭐길래 이처럼 자식 키우기가 힘든 걸까?

임상심리 전문가인 저자는 사춘기 엄마들의 지상 최대의 과제를 정리했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사춘기 아이 양육을 두 번이나 직접 경험했다. 그리고 부모교육과 집단상담 과정에서 만난 엄마들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공감했다.

이번 책은 그 엄마들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엄마가 엄마 자신을 잘 돌보라고 각별히 당부한다.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챙기면 사춘기 아이가 이해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저 아이가 정말 내 아이 맞나요?’, ‘엄마의 불안이 사춘기 아이를 더 힘들게 한다’,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을 위한 마음 돌보기’ 등 모두 7장으로 구성됐다.

메이트북스. 320쪽. 1만5000원.

▲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 = 애니타 존스턴 지음. 노진선 옮김.

살찔 걱정 없이 음식을 먹는 여성은 얼마나 될까? 맛있게 먹은 뒤 너무 많이 먹었다며 자책하지 않는 여성이 있을까? 저자는 40년간 여성의 심리와 섭식장애 치료에 몰두하는 임상심리학 박사다. 그는 식욕 뒤에 감춰진 여성의 상처와 욕망을 재해석함으로써 음식, 몸무게, 칼로리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먹고 표현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준다.

이 심리서는 단순히 섭식장애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이 실제 치료에서 사용한 세계 각국의 동화와 신화, 민담을 들려주며 먹는 행위로 꼭꼭 숨기거나 억누르려 하는 내면의 깊은 상처와 욕망을 들여다본다. 현상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은유의 언어로 끄집어내는 것이다.

음식과 맺고 있는 왜곡된 관계를 바로잡는 데서 시작한 이번 책은 개인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마주해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가 여성성을 어떻게 억압해왔고, 이런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어떤 질병을 얻어왔는지로 시야를 넓혀간다.

심플라이프. 332쪽. 1만6500원.

▲ 발칙한 수학여행 = 박현숙 지음.

열여섯 살 보라가 친구들과 ‘사랑도’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각종 소동을 겪으며 보라는 자신이 생각 중독에 빠져있었음을 깨닫는다.

마음의 틀에 자신을 갇히게 하는 생각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다림. 192쪽. 1만1000원.

▲ 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최영희·이희영·이송현·최양선·김학찬·김서희·한정영 지음.

일곱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옴니버스 소설 형태의 반려동물 이야기다.

개, 고양이, 거북이, 새 등과 상상 속 동물까지 다양한 반려동물의 모습을 통해 생명 존중과 책임감을 강조한다.

자음과모음. 256쪽. 1만3000원.

▲ 국어 교과서 여행 중2 수필 = 한송이 엮음.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주옥같은 수필들을 엮어낸 선집이다.

개정 교과서에 실린 필수 작품을 모두 실었다. 감성을 돋우는 글과 이성을 자극하는 글, 두 부분을 나눠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기른다.

스푼북. 216쪽. 1만2800원.

▲ 동남아시아사 = 소병국 지음.

동남아시아 역사를 전공한 교수가 섞이고 합치고 갈라지며 생동한 동남아시아 2천년 역사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동남아시아에서 바다와 강은 ‘탁월한 유동성’을, 산악 지형과 밀림은 ‘깊은 고립성’을 부여한다. 또 희박하고 분산된 인구 밀도는 인력 동원과 통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한 특성에 영향을 받은 동남아시아는 서양이나 동북아시아 등의 계서(階序)가 강한 피라미드 구조와 달리, 동심원의 중심 세력과 주변 세력들이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만달라 형태’ 구조를 띠었다.

서기전 150년부터 300여년간 이 지역은 인도문화와 중국문화의 강한 영향을 받았으나 동남아시아인들은 이들 문화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변용해서 자신들의 토착문화에 접목했다.

동남아시아인들은 대부분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수용하지 않았고 힌두교와 불교 예술을 독자적으로 해석했다.

중국 한자·유교 문화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베트남도 중국과 비교해 여성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졌고 촌락이 강한 자치권을 행사했으며 중국어에서 많은 어휘를 차용하면서도 독자적인 언어를 발달시켰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동서 문명의 교차로였던 이 지역에서 터 잡고 살아간 사람들은 다가오는 모든 문명을 포용하되 창의적으로 융합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회와 국가를 형성하고 발전시켜나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과함께. 840쪽. 3만8000원.

▲ 전쟁의 심리학 = 귀스타프 르 봉 지음, 정명진 옮김.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심리학적으로 파고든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프 르 봉(1841~1931)의 고전이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독일 수출액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프랑스, 러시아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독일로서는 번영을 계속 구가할 수 있는 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막 영국과 어깨를 겨루게 된 독일이 전쟁을 택한 것은 어떤 면으로도 이로울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저자는 전쟁을 심리학적으로 연구하는 데 필요한 일반적 원리와 현대 독일의 진화 과정을 살핀 후 전쟁의 직·간접 원인을 분석한다.

그 결과 독일 지도자들이 빠졌던 ‘범게르만주의’라는 망상이 전쟁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성이 전쟁을 일으킨 경우는 절대로 없다. 전쟁에서 이성은 주인이 아니고 노예이다”라거나 “집단적인 의견은 너무나 빨리 아주 강한 힘이 되고, 그렇게 되면 그 힘을 창조한 사람들마저 더는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로 전쟁의 무모함, 몰이성적 행태를 강조한다.

부글북스. 484쪽. 2만2000원.

▲ 행복의 역사 = 미셸 포쉐 지음, 조재룡 옮김.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행복을 어떻게 인식해 왔고 역사와 사회는 어떻게 행복을 규정했는지를 문학, 예술, 사회, 정치, 역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인에게 행복은 신에게서 하사받은 신성한 특권도 아니었고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던 축제에서 비롯하지도 않았다. 행복은 오히려 ‘철학’이라고 부르는 지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지혜의 결과였다.

중세에 이르러 행복은 구원을 얻는 데 더 밀접하게 관여한다. 이 시대에 인간은 자기 운명을 완수하고 신에게 구원받아야 하는 사명을 바탕으로 행복을 꿈꾼다.

르네상스기에 이르면 행복을 인수할 임무는 문예에 능한 인간, 이성적 존재에 부과된다. 16세기 인본주의자들이 꿈꾼 행복은 자유를 훔쳐낸 자가 누리는 행복이자 신에게서 해방되며 얻는 행복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행복해지려는 동기가 개인과 시대, 문명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형성돼 왔는지를 보여주며 낭만주의 시대 불안한 행복에서 현대 자본주의에서 돈이 보장하는 행복이 형성되는 과정을 짚어간다.

또 달라이 라마와 톨스토이의 행복론에서 현대 사이버 공간을 창조한 석학들의 견해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관한 다양한 사유를 소개한다.

이숲. 312쪽. 1만8000원.

▲ 의자의 배신 = 바이바 크레건리드 지음, 고현석 옮김.

진화의 역사에서 볼 때는 아주 짧은 기간에 이뤄진 인간 생활 방식의 급격한 변화로 우리 몸이 겪게 되는 각종 질병과 부작용에 관해 탐구한다.

우리 몸에는 고생대 척추동물에서 신생대 플리오세와 플라이스토세의 호미닌(사람족)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생물들의 유전자가 새겨져 있다.

인류는 두발 걷기를 하고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면서 진정한 인류로 진화할 수 있었다. 숲이 초원으로 변해갈 때, 우리 조상은 거친 발바닥 피부, 발과 허리를 잇는 거대한 근육, 긴 종아리 근육 등 진화의 이점을 획득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움직이면서 보냈다.

3만년 전부터 기원후 1700년까지 인류는 수렵 채집 생활을 끝내고 한곳에 정착하면서 신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줄어든 운동량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로 키가 작아졌고 뼈는 얇아지고 턱의 모양도 변했으며 도시로 인구가 밀집하면서 결핵 등 전염성 질병이 증가했다.

1700년부터 1910년까지는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생활방식과 환경의 전면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육체노동의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체했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 생겨난다. 예전에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의자가 대중에게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910년 이후에는 사무 노동자라는 직업군이 생겨난다. 일과 중 대부분을 앉아서 지내는 환경은 질병을 유발하고 우리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인간 진화와 생활 환경의 변화를 분석한 저자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올 우리 신체의 변화, 특히 손의 역할에 관해 주목한다.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점점 더 손을 쓸 필요가 없게 만드는 디지털 기기 덕분에 더 자유로워진 손을 다른 미래를 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아르테. 492쪽. 2만8000원.

▲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 = 김우주 지음.

감염내과 전문의로 공중보건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저자가 코로나 19를 비롯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전염병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지게 되는 과정, 29·30·31번째 환자 이후 한국의 지역사회 감염 경과 등을 살피면서 현재까지 방역 성과 및 문제점을 정리한다.

이와 함께 KF 94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면역력이란 무엇이고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신종 감염병 유행시 생활 수칙 등 ‘바이러스에서 나를 지키는 법’을 소개한다.

사스와 메르스에서 코로나 19에 이르기까지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배경과 그 양상도 설명한다. 말미에는 ‘코로나 19’라는 명칭의 의미, 치료제의 종류, 감염 경로 등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바이러스 전쟁에서 인간이 완벽하게 이기는 길은 없다. 인간이 바이러스에게 이기는 유일한 길은 언제 있을지 모를 공격에 대비를 잘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썼다.

반니. 156쪽. 1만2000원.

▲ 코로나 19: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들 = 타일러 J. 모리슨 지음, 홍유진 옮김.

미국의 논픽션 작가가 정리한 코로나 19 관련 자료집이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증상은 어떠하고 누구에게 가장 위험한지,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코로나 19를 둘러싼 ‘음모론’과 중국의 통계 축소 의혹을 비롯해 각종 소문과 미확인 정보들의 진위를 분석한다.

코로나 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과 지금까지 바이러스가 유행한 중국, 한국, 이탈리아, 이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등의 코로나 19 진행 경과도 살펴본다.

열린책들. 296쪽. 1만2000원.

▲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 곽경훈 지음.

종군기자 또는 인류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성적에 맞춰 의대에 갔고 ‘끄트머리에서 3등’인 성적 때문에 하고 싶던 정신과 대신 응급의학과 의사가 됐다는 저자가 ‘최악의 응급실’에서 보낸 4년의 레지던트 기간을 솔직하게 묘사한다.

특히 ‘미니무스 교수’로 대변되는 무능하고 욕심 많은 리더와 그의 눈치만을 보며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의국 분위기가 얼마나 무책임한 결과를 낳았는지 고발한다.

무사안일이 체질인 미니무스 때문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들은 도착 당시 사망으로 판명된 환자에게 사체검안서를 발부하고 가망 없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정도의 일만 하며 ‘평온한 일상’에 집중했다.

병원에서 응급의학과는 ‘미니무스가 이끄는 잉여집단’으로 통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과가 딱히 더 나을 것도 없었다. 위중한 환자가 도착하면 각 임상과 레지던트들을 불러도 서로 “우리 임상과에 해당하는 환자가 아니다”라며 돌아서기 일쑤였다.

존경받는 인물은 못되더라도 전문직에 수반되는 최소한의 자존심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무장한 저자는 병원의 이런 한심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좌충우돌한다.

응급의학과 1년차 때 “아, 응급의학과 따위가 진료하려면 어설프게 하지 말고”라면서 비아냥대는 내과 2년 차 선배에게 아마추어 복서의 매서운 주먹맛을 보여주었다가 징계를 먹기도 한다. 한번 보여줄 때 확실히 보여준 덕분에 그 뒤로는 주먹을 쓸 일이 없었다고 한다.

원더박스. 328쪽. 1만4800원.

▲ 지성교정론·정치론 =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지음. 김은주·공진성 옮김.

17세기 서양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꼽히는 스피노자(1632∼1677) 저작 중 ‘지성교정론’과 ‘정치론’ 라틴어 원문을 싣고, 우리말로 옮겼다. 유럽에서 스피노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은주 부경대 교수와 공진성 조선대 교수가 각각 번역했다.

‘지성교정론’은 스피노자가 젊은 시절에 학문을 탐구하는 방법에 관해 쓴 미완성 원고를 묶었다. 부제는 ‘지성을 교정하고 지성이 사물을 참되게 인식하도록 이끄는 최적의 길에 대한 논고’. 그의 대표 저서로 언급되는 ‘윤리학’보다 읽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는 서두에서 “참된 선(善)이면서 전파될 수 있는 것, 발견하고 획득하고 나면 연속적이면서 최고인 기쁨을 영원히 맛보게 해줄 어떤 것이 있는지 찾고자 한다”고 저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확실한 선을 찾아 나갔다.

역자인 김은주 교수는 “이 논고는 하나의 위대하고 독창적인 사상이 형성돼 가는 과정의 역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17세기 철학의 주요 쟁점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정치론’은 스피노자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집필했다는 책이다. 국내에는 이전에 ‘국가론’, ‘정치학 논고’라는 제목으로도 출간됐다.

저자는 ‘정서’라는 개념을 긍정하면서 인간이 조화롭게 살도록 돕는 것이 정치적 기술이라고 봤다. 또 민주정을 근원적 국가 형태로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적 해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길. 지성교정론 260쪽, 2만5000원. 정치론 386쪽, 3만원.

▲ 자크 랑시에르와의 대화 = 자크 랑시에르 지음. 박영옥 옮김.

알제리 출신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가 1976년부터 2009년까지 한 대담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저자가 택한 원제는 ‘피곤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

그는 철학은 물론 미학, 문학, 예술, 영화, 정치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생각을 소상하게 털어놨다. 일부 글은 프랑스에서도 출간되지 않았다고 출판사 측은 전했다.

역자는 후기에서 “랑시에르의 생각들은 부서지고 파편화된 형태로 우리에게 나타난다”며 “그의 철학은 정확한 값이 없는, 헐렁한 여름옷 같은 근사치의 철학”이라고 적었다.

인간사랑. 924쪽. 3만9000원.

▲ 소설 보다: 봄 2020 = 김혜진 외 지음

문학과지성사가 2018년부터 분기마다 계절에 맞는 단편소설들을 선정해 발간해온 단행본 프로젝트다.

이번에는 지난 겨울 ‘이 계절의 소설’ 선정 작품인 김헤진 ‘3구역, 1구역’, 장류진 ‘펀펀 페스티벌’, 한정현 ‘오늘의 일기예보’가 실렸다.

이들 작품은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이야기, 대기업 합숙 면접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회상, 매 순간이 정치적인 일상의 흐름을 각각 다룬다.

선정위원들이 작가들과 한 인터뷰도 실었다. 1년 한정 판매한다.

문학과지성사. 156쪽. 3500원.

▲ 살을 섞다 = 남세오 외 지음

지난해 환상문학웹진에서 활동한 작가들 중단편 작품을 엮어 펴냈다.

남세오, 곽재식, 심너울, 엄길윤, 엄정진, 온연두, 유이립, 이로빈, 전혜진, 지현상이 참여했다.

이들은 작품에서 인체에서 어느 정도까지 기계로 대체하면 안드로이드로 봐야 하는지, 딥러닝이 인간 창의력을 어디까지 대신할지, 윤회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고민한다.

아작. 364쪽. 1만4800원.

▲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현대 첩보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작가 에릭 앰블러 장편소설이다.

영국 추리 소설가가 사망한 국제 범죄자이자 스파이인 디미트리오스라는 인물의 생애와 행적을 좇는 이야기다.

그를 알아갈수록 유럽 각국의 온갖 범죄 실상과 놀라운 음모가 드러난다. 거듭되는 반전 속에 숨은 악의 실체가 밝혀진다. 

열린책들. 424쪽. 1만3800원.

▲ 인형 =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고딕 로맨스의 고전 ‘레베카’를 쓴 서스펜스 퀸, 대프니 듀 모리에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에 걸쳐 쓴 단편소설을 엮었다.

1920년에 쓴 걸작인 표제작 ‘인형’을 비롯해 집필된 순서에 따라 13편을 실었다. 고독과 불안, 공포가 작품 전편에 흐른다.

영국 작가 듀 모리에는 스릴러 영화 제왕 앨프레드 히치콕의 뮤즈로도 잘 알려졌다. 히치콕 영화 ‘레베카’와 ‘새’ 등은 명화로 꼽힌다. 

현대문학. 328쪽. 1만4000원.

▲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허승 지음.

우리 사회의 여러 법적 쟁점을 실제 재판 현장과 법 이론, 영화 등을 엮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경제, 계약, 인권, 생명윤리, 교육, 소수자, 환경 등 7개 장에 걸쳐 24개 법적 쟁점을 다룬다.

쟁점별로 법정 심문, 검사와 피고인 측 공방을 중계하듯 기술하고 핵심이 되는 법 조항과 이론을 설명하며 각 장 말미에 해당 주제와 연관되는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면서 그를 통해 법과 관련된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제3장 ‘법과 인권’ 가운데 한 항목인 ‘양심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재판 중 한 장면을 전달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란 무엇이고 어떨 때 제한되는지와 이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양심적 병역거부의 합법화가 초래할 부작용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비폭력주의자로서 신념을 지키면서도 군인의 의무도 다한 데스먼드 도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헥사고지’의 줄거리를 소개하면서 국가가 개인의 양심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이 밖에도 ‘납품 대금을 둘러싼 갑질 논란’, ‘아이돌 스타의 전속계약 분쟁’, ‘동성 결혼 합법화 논란’ 등 대부분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다.

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사회적 논의의 방향이 달라진 낙태죄의 경우 후속 법 개정 이후를 가정해 앞으로의 분쟁 상황을 가상해 살펴보기도 한다.

북트리거. 348쪽. 1만6500원.

▲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 = 조인섭 지음, 박은선 그림

‘1호 가족법 전문 변호사’인 저자가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분노를 자아내는 이혼 법정 안팎의 이야기들과 가족법 상식, 이혼 변호사의 소회 등을 엮었다.

구독자 17만의 인스타그램 웹툰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를 근간으로 만화에는 충분히 담을 수 없던 에피소드와 실용적 상식을 추가했다.

누구나 이혼할 것으로 생각하고 결혼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똑같겠지만 이혼 사유는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책에는 아내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아내가 먼저 이혼을 요구하도록 유도하는 불륜남, 학력과 직업을 모두 속이고 결혼한 남편, 아내의 외도를 확인했으나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아서 상간남만 처벌하기를 원하는 남편 등 저자가 다룬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한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며 함께 키우던 강아지를 데리고 집을 나가 버리자 괴로워하던 남성으로부터 ‘강아지 면접 교섭권’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의뢰를 받기도 한다. 결론은 조정을 통해 주말마다 강아지를 면접 교섭하는 것이 허락되고 이를 계기로 부부 관계가 회복돼 이혼까지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밖에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옛 배우자를 상대로 한 감치신청, 전 남편에게서 자녀가 학대를 당할 때 대처법, 재산 분할에서 가사 노동을 인정받는 방법, 몰래 수집한 불륜 증거의 법정 사용 가능성 등 가족법 상식을 정리했다.

위즈덤하우스. 356쪽. 1만5000원.

▲ 예술과 나날의 마음 = 문광훈 지음.

독문학 교수인 저자가 예술 작품과 미학을 논한다. 저자에게 그림을 본다는 것과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는다는 것, 누구와 만나 얘기를 나누거나, 어느 도시의 거리를 걷고 그 골목을 기웃거린다는 것은 모두 조금씩 종류는 다른 채로 하나의 풍경, 즉 내가 모르는 세상의 다른 풍경을 만나는 일이다.

그것은 ‘느낌의 풍경’이자 ‘생각의 풍경’을 경험하는 일이고 ‘나날이라는 현실의 풍경’을 체험하는 일이며 이 느낌과 생각과 나날이 우리의 삶을 구성한다.

저자는 책에서 고야나 렘브란트, 카라바조, 페르메이르 그림을 해설하고 ‘형상’이나 ‘바로크’ 또는 ‘숭고’ 같은 미학 개념을 논의하는가 하면 눈먼 호메로스 그림에서 시와 철학의 관계를 성찰하고 제인 오스틴에 기대어 ‘삶을 사랑하는 방식’을 살펴보기도 한다.

샤르댕의 정물화나 코로의 풍경화를 통해 그림의 시적 성격을 고민하기도 하고 나치즘 체제에서 현실을 견뎌낸 루치지코바의 바흐 연주를 이야기하며 바이마르에서 가까운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문화와 야만의 착잡한 얽힘을 뒤돌아본다.

그림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철학이든 어떤 풍경이든 그것이 나를 감싸고, 나를 끌어주며, 내가 그 풍경으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는, 그래서 좀 더 크고 더 깊으며 더 넓은 무엇을 보고자 애쓴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길사. 344쪽. 1만9000원.

▲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 마강래 지음.

당장 눈앞에 닥친 초고령화와 이로 인한 주거·고용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귀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토 균형 발전 문제에 천착한 도시계획학자인 저자는 1955~1974년 사이에 태어난 1680만명을 베이비붐 세대로 본다. 통상 1964년생까지를 베이비부머로 정의하지만, 저자는 1964년 이후 출생률은 떨어졌어도 가임기 여성의 증가로 출생아 수는 많아진 점을 고려해 이 세대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절반이 지방 출신인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시점을 맞이해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제2의 인생을 꾸리게 되면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젊은 세대의 거주 안정을 돕고, 지방도시의 쇠락을 막으며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베이비부머와 청년층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세대간 일자리 분업’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의 공간적 분업’도 중요한데 베이비부머의 귀향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쇠퇴하는 지방 도시들은 청년인구를 끌어들이는 데 사활을 걸지만 사실 이들이 유치에 힘써야 할 대상은 베이비부머들이다. 베이비부머들은 ‘유동지능’이 요구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일들보다 시간과 경륜에서 우러나는 ‘결정지능’이 요구되는 일에 더 능숙하고, 따라서 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는 도시와 지방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게다가 지방 출신 베이비부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경우 적응에도 훨씬 유리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베이비부머의 귀향을 촉진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마련하고 귀향인이 지역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거주여건을 조성하며 지방의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개마고원. 252쪽. 1만4000원.

▲ 푸드로드 = 문정훈·서울대 푸드비즈랩 지음.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와 그가 이끄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음식 연구 집단의 연구와 실험에 관한 이야기다.

‘먹고 마시는 비즈니스’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연구를 하는 이들은 외식 경영, 농업경제, 농업정책 등 식품 관련 분야의 전형적인 연구틀을 뛰어넘어 시공간의 제약을 두지 않고 사람과 음식과 시장이라면 무엇이든 연구 주제로 만들어 버린다.

지방의 작은 농가나 이름 없는 업체에서 만드는 김치와 고추장 맛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그래프를 만들고 이를 인터넷 쇼핑몰에 삽입해 잘 알려지지 않던 김치와 고추장의 매출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또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맛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 와인바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동원해보는가 하면 순창 지역 음식들의 건강과 장수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만들기도 한다.

서울시 도깨비 야시장의 푸드트럭 88개 음식을 반나절 만에 먹기도 하고 삼겹살집 취재를 위해 하루에 삼겹살로만 여섯끼를 먹기도 하며 일본에서는 신제품 개발 실태를 조사하려고 하루에 65종 해물가공식품을 먹는 등 무모한 체험도 불사한다.

플루토. 260쪽. 1만6000원.

▲ 식물이 좋아지는 식물책 = 김진옥 지음.

우리 눈에는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만 보이는 식물의 다양한 모습과 움직임을 식물학 박사이자 자연사박물관 연구위원인 저자가 설명해 준다.

저자에 따르면 식물은 ‘말을 못 하는 조용한 생물’이 아니라 사실은 굉장한 수다쟁이다. 다만, 말의 수단이 음성이 아니라 화학물질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식물은 화학물질을 내보내 자기 땅을 노리지 말라고 경고하고 곤충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의사 표시를 한다.

식물은 또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다. 우리가 숨 쉴 때 필요한 산소도, 매일 먹는 음식도 사실은 모두 식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또 섬개야광나무, 섬개현삼, 섬시호, 세뿔투구꽃, 연잎꿩의다리, 진노랑상사화, 참물부추, 한라송이풀 등 멸종위기종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기만 하는 식물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주고 살펴주자고 강조한다.

궁리. 256쪽. 1만5000원.

▲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박종대 옮김.

사회 문제를 정신과학적, 뇌과학적,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오면서 베스트셀러 ‘디지털 치매’ 등을 냈던 독일 뇌과학자의 신작이다.

저자는 스마트폰의 해악이 ‘디지털 로비스트들’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순종적인 언론에 의해 가려지고 거짓 정보가 확산하는 데 비해 간혹 나오는 부정적인 정보도 ‘지극히 말단적인’ 것으로 치부된다면서 우리 자신뿐 아니라 아이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모는 현실을 고발하려고 책을 썼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지구상 인구보다 더 많이 생산됐고 이미 40억명을 넘어선 스마트폰 이용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깨어있는 시간의 약 3분의 1 이상을 스마트폰을 만지며 보낸다.

그 결과 디지털 치매와 지능지수의 하락, 공감과 배려의 상실, 우울증, 여론의 양극화, 민주주의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사회 모두 갈수록 뚜렷해지는 위험에 직면한다.

저자는 특히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어린아이와 청소년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우려한다.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생활 습관이 나쁜 자세와 근시, 운동부족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듯 스마트폰을 그냥 책상 위에 두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 존재를 생각하느라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진다.

저자는 특히 ‘디지털 교실’을 구현해 스마트폰을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정적이다. 호주에서 30억 달러를 투자해 학생들을 위한 노트북을 구비했지만,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오히려 순위가 밀려나는 등 스마트 교육이 역효과를 불러온 사례나 이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수도 없이 많다.

저자는 “스마트폰은 우리를 똑똑하게 해주지도,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는다”면서 “이제 허울 좋은 혁신과 첨단이라는 환희에서 깨어나 현실을 냉엄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난. 340쪽. 1만6000원.

▲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 = 도현신 지음.

한국, 중국, 중동의 판타지를 다룬 전작들에 이어 총 7권으로 기획된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 네 번째다.

그리스 신화부터 북유럽·켈트 신화는 물론 일반에는 생소했던 동유럽 신화와 핀란드 신화까지 망라해 유럽 전 지역에서 전해지는 판타지 세계를 폭넓게 담았다.

세상의 시작, 신, 영웅·성자·마법사, 거인, 괴물, 요정과 정령, 유령, 사후 세계와 신비한 장소, 보물, 세상의 끝 등 10가지 주제에 걸쳐 총 110개 항목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하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어벤져스’ 시리즈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토르’ 이야기나 ‘반지의 제왕’, ‘호빗’ 등 판타지에 바탕을 둔 영화, 소설 등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원래 신화 속 이야기가 현대의 판타지 작품에서 어떻게 변용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난쟁이 종족(Dwarf)은 땅속 세상 ‘스바르트알바헤임’에 살고 있어서 햇빛을 받으면 돌로 변해 버리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에서는 ‘반지원정대’의 일원인 난쟁이 ‘김리’가 어둠 속에만 있을 수는 없으므로 햇빛에 의해 돌로 변해 버리는 존재를 ‘트롤’로 뒤바꿔놓았다.

생각비행. 364쪽. 1만8000원.

▲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 = 이동진 지음.

영화평론가인 저자가 ‘기생충’부터 ‘플란다스의 개’에 이르기까지 봉준호 감독의 장편영화 7편을 다양한 시각에서 고찰한다.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분석한 영화는 물론 아카데미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이다. 저자는 ‘기생충’의 189개 장면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각종 영화적 장치와 숨겨진 감독의 의도를 분석해낸다.

예컨대 첫 장면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높이 널려 있는 양말 빨래인데, 이는 기택 가족이 품고 있는 상승 심리의 표현임과 동시에 이 영화가 계급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는 선언처럼 다가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기생충’과 ‘옥자’, ‘설국열차’ 편에서는 해당 영화에 관한 평론과 함께 봉 감독과 영화를 주제로 나눈 대담도 함께 실었다.

이밖에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에 관한 분석을 담았다.

위즈덤하우스. 432쪽. 1만9800원.

▲ 초등학생이 딱 알아야 할 국어상식 이야기 = 조영경 글. 홍나영 그림.

모든 과목의 기초가 되는 국어 실력을 처음부터 탄탄히 쌓도록 돕는 학습서.

읽기, 말하기부터 정확하고 바르게 쓰기, 논리적 표현을 담은 글쓰기를 문답법을 통해 알려준다.

파란정원. 224쪽. 1만3000원.

▲ 과학이 어려운 딸에게 = 마리 퀴리·이자벨 샤반 지음. 최연순 옮김.

20세기 초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 마리 퀴리가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특강 내용을 소개한다.

퀴리 강의를 듣고 이를 잘 기록한 이자벨 샤반의 노트를 그대로 옮긴 책이다.

자음과모음. 160쪽. 1만1500원.

▲ 아빠랑 똑같지? = 이향안 글. 배현주 그림.

아빠와 아들이 재미난 놀이를 하는 모습을 정겨운 그림과 함께 표현했다.

아빠를 닮고 싶은 아들과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괴물과 전쟁 놀이 등을 하며 교감한다. 실컷 집을 어지럽힌 뒤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에게 함께 혼나는 모습이 재미있다.

현암사. 26쪽. 1만2000원.

▲ 제인 구달 아줌마네 동물 공원 = 김해등 글. 정진희 그림. 최섭 감수.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가 한국 오룡산의 동물 지킴이로 돌아와 어린이들과 교감하는 이야기다.

이들은 들개가 위험한 야생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연구하고 증명한다.

주니어김영사. 196쪽. 1만1500원.

▲ 홍길동전 : 정의를 위해 싸우다 = 이병승 글. 임광희 그림.

우리가 잘 아는 홍길동 이야기를 원작에 바탕을 두되 등장인물 묘사에 더 집중해 재구성했다.

홍길동의 활약을 좇으며 의협심과 정의감, 모험심을 함께 배운다.

마음이음. 140쪽. 1만1000원.

▲ 우리, 평화를 말해요 = 앨리 윈터 글. 미카엘 엘 파티 그림. 박원영 옮김.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들려주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초대 수상자인 장 앙리 뒤낭부터 최연소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까지 다양한 수상자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본부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찰리북. 36쪽. 1만3000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 = 정성현 글. 김이주 그림.

몸에 났든, 마음이 났든 상처는 흉터가 돼 누구에게나 오래 남는다.

이마에 난 상처 때문에 마음도 다친 소녀. 이 소녀와 함께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며 자존감을 키운다.

꿈터. 88쪽. 1만1000원.

▲ 일본 종교를 알아야 일본이 보인다 = 최현민 지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일본 종교를 삼았다. 종교는 인간의 가장 깊은 심층을 다루기에 그 종교가 숨 쉬고 있는 문화의 중심적 가치와 무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요 종교 역사와 전개, 특성을 비롯해 이들 종교가 일본인의 삶과 문화 속에 어떻게 투영돼 있는지 등을 폭넓게 조망한다.

일본의 민속 신앙인 신도(神道)와 외래 종교인 불교와 기독교, 유교의 전래와 전개, 천황제의 발생, 신흥 종교의 태동을 살펴보며 일본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저자는 일본을 이해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이 어울려 잘 살기 위한 차원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일 간의 평화 정착과 동아시아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자 한국의 종교와 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저자는 ‘사랑의 씨튼’ 수녀회 소속 가톨릭 수도자다. 수녀회 입회 전에 과학도 길을 걸은 그는 인간과 세상을 좀 더 이해하고자 종교로 방향을 바꿨다.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불교를 탐구했고, 그리스도교와 불교 간 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현재는 씨튼연구원 원장으로 지내며 서강대에서 일본 종교를 강의한다.

자유문고. 424쪽. 2만3000원.        

▲ 신천지 백신1 = 양형주 지음

대구·경북에서 급속하게 번진 ‘코로나 19’는 지역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집단 감염을 유발했고, 이제 확진자만 1만명에 육박한다. 이중 절반 넘는 사람이 신천지 관련이다.

목사인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실체가 드러났다며 신천지에 신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기성 교회와 큰 차이를 보이는 신천지의 요한계시록 해석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검토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한 뒤 바른 해석과 건강한 대안을 제시한다.

책 집필을 위해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가 쓴 요한계시록 서적 10여권 읽었고, 신천지 탈퇴 교역자들을 만나 교리 해석의 진의를 파악하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신천지 신도였다가 이탈했거나 현재 탈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제가 되기를 기대했다.

신천지식 요한계시록 해석이 생소하거나 신천지 주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을 위해 부록으로 ‘신천지 요한계시록의 핵심’을 덧붙여 독자 접근을 도왔다.

두란노. 400쪽. 2만2000원.

▲ 우애의 발견 = 안셀름 그륀 지음. 김선태 옮김.

세계적인 영성 작가로 꼽히는 안셀름 그륀 신부는 좋은 관계를 맺은 형제자매에게는 그 관계를 더욱 지지하도록, 갈등으로 고통 겪는 형제자매에게는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한다. 그의 형제자매 이야기는 성경에서부터 시작한다. 신앙을 떠나 성경에 나오는 형제자매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형제자매 관계의 원천이자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는 형제자매 우애에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에게는 자녀를 각자의 개성에 따라 넉넉히 받아들이고, 항상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데 마음을 쏟아달라고 당부한다.

‘독일의 성자’, ‘사제를 치유하는 사제’로 불리는 그륀 신부는 영성 지도와 강연, 저술 활동은 물론 철학과 신학, 경영학을 분석 심리학에 접목한 대중 강연과 상담을 해왔다. 그의 저술은 30여개국에 번역돼 1천50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생활성서. 256쪽. 1만5000원.

▲ 수학의 쓸모 =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수학이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설명함으로써 ‘계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사람들이 수학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시카고대학교와 텍사스대학교에서 ‘수포자 바이러스’에 걸린 학생들을 치료하고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한 저자들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유를 사용해 수학의 원리들을 쉽게 설명한다.

수학에서 ‘조건부확률’이란 어떤 사건이 이미 일어났을 때 다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다. 예를 들자면 오늘 아침에 구름이 끼었다면 오후에 비가 올 조건부 확률은 60%이고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P(오후 비/아침 구름)=60%’가 된다.

이런 설명에 흥미를 느낄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저자들은 넷플릭스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추천 엔진이 사용하는 ‘개인화’가 바로 조건부확률을 의미한다고 풀어서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한다.

미식축구팀 뉴패트리어츠에 정말 승리의 여신이 있는지, 전설적인 메이저리그 강타자 조 디마지오의 안타 행진이 다시 일어날 확률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데는 초등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동전 던지기 비유가 등장한다.

한 여성의 유방조영술 결과가 참일 확률을 조건부확률로 알아보는 과정을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들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 모든 곳에서는 정답이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다. 모든 노이즈를 물리치고 그 손짓을 정확하게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수학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뿐이다”라고 썼다.

더퀘스트. 384쪽. 2만2000원.

▲ 오늘, 나를 위한 꽃을 = 오유미 지음.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서 꽃장식을 선보이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플로리스트의 꽃 에세이다.

직업으로, 또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꽃을 만지면서 꽃에 위안 받고 감동한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테이블 위에서만 만지던 꽃을 다른 장소에서 만나면 무척 반갑다. 특히 꽃 시장에서 꽃을 사와 작업 테이블 위에서 만지면서 상상하던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감격과 부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런던의 한 정원에서 천인국 무리를 봤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고 한다.

또 꽃집의 손님이나 꽃꽂이 수업 등 꽃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며 생각한 것들과 특정한 순간에 어울리는 꽃에 대한 조언도 담았다.

세상사 힘들 때는 꽃말이 ‘나의 불안을 진정시켜줘’인 헬레보루스를, 어떤 일이 잘되기를 기원할 때는 마법 책에 나올 것만 같은 디기탈리스를, 사랑을 고백할 때는 아름다움만으로, 또 아름다움으로서 의미가 있는 탈리샤 장미를 권한다.

위즈덤하우스. 264쪽. 1만7000원.

▲ 코로나 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 = 장호종 엮음.

‘왜 자꾸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까’, ‘사스, 메르스 등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이 반복되는데도 왜 코로나 백신은 나오지 않았을까’, ‘지금 밀어닥치는 세계경제 위기는 단지 코로나 19 때문일까’ 등 코로나 19 사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문은 끝이 없다.

국내외 마르크스주의자와 학자, 의사, 보건의료 운동가들은 책 제목처럼 ‘자본주의의 모순’이라는 관점으로 이 같은 의문에 접근한다.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로 ‘조류독감’, ‘슬럼, 지구를 덮치다’와 같은 책을 낸 마이크 데이비스는 특히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신자유의주의 정책을 추진한 결과 전염병 유행에 취약하고 계급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됐다고 주장한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장 겸 런던대학교 교수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각국 정부·기업·언론이 모두 코로나 19 사태가 경제에 끼칠 악영향만 걱정하고 사람들 목숨은 뒷전이라는 지적과 함께 자신을 포함한 대학 교직원들이 휴교령과 대학 캠퍼스 폐쇄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영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현재의 경제 위기가 단지 코로나 19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고질병, 즉 이윤율 하락과 그에 따른 생산적 투자 부족 때문임을 다양한 근거를 들어 논증한다.

책갈피. 208쪽, 1만2000원.

▲ 현대 타이베이의 탄생 = 수숴빈 지음. 곽규환·남소라·한철민 옮김.

오늘날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臺北)가 탄생한 역사적 과정을 국립대만문학관장인 저자가 분석했다.

그는 ‘타이베이시’라는 행정 명칭이 처음 등장한 시기가 정확히 100년 전인 1920년이라고 설명한다. 청나라 때 타이베이는 단수이청(淡水廳)이었고, 19세기 후반에야 ‘타이베이부’가 만들어졌다.

과거에 타이베이에는 맹갑, 대도정, 성내라는 세 거리가 있었다. 각 거리는 독자성을 띠면서도 서로 연결됐다. 그런데 일제가 대만을 지배하면서 타이베이 정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저자는 일제가 지역의 고유 의미를 해체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했으나, 과학적 이성에 기반해 체계적인 도시 계획을 수립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타이베이는 제국 중국이 아니라 일본 식민지 시기에 완성됐다”며 “타이베이시는 인구 증가나 시가지 확장 같은 자연적 현상의 결과가 아닌 공간에서 작동하는 특정한 현대 권력의 사회적 산물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산지니. 400쪽. 2만5000원.

▲ 기차의 꿈 =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어렸을 때부터 그는 외톨이였고 평생 뼛속까지 깊이 스며드는 고독 속에서 살았다. 산속에서 기거하며 문명 발달과 동떨어진 삶을 이어갔고 산업화 물결에서 소외됐던 온전히 고독한 생명체였다.

미국 작가 데니스 존슨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차의 꿈’은 이렇듯 일생을 소외와 고독 속에 지낸 한 남자 이야기다.

작가는 백사장 모래 한 알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고 때로는 하찮을 수 있는 한 존재의 발자취를 담담한 묘사와 서사로 그려냈다. 이를 통해 거대한 역사와 문명의 흐름 속에서 소외된 인간 단면을 따스하고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빛난다.

과장이나 과도한 연민 없이 한 막노동자의 생애를 도도히 따라감으로써 독자들 역시 결코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우리 모두 외로운 존재이며 누구도 나를 대신해 울어줄 수 없다. 우리 앞에 닥치는 모든 풍파와 시련, 몸서리 처지는 외로움은 오롯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몫임을 일깨운다.

미국 서부의 거대한 대자연에 대한 묘사는 묘하면서도 아름다운 비애감을 자아내고 간결하면서 꾸밈없는 문장은 감동을 더한다.

19세기 말 태어난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부모와 출생지가 누구인지 모르며 어린 시절 혼자 기차를 타고 고모가 있는 아이다호로 왔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10대 때 학교를 그만둔 이후 평생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린다.

교회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해 산속 계곡에 오두막을 짓고 딸도 하나 얻으면서 행복이 찾아오는가 했지만, 결혼한 지 4년 된 어느 날 산불로 모든 것을 잃는다. 그는 같은 장소에 다시 집을 짓고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 희미한 기차 소리를 들으며 평생을 산다.

가끔은 아내의 환영을 만나고 늑대 소녀와 조우하는 비현실적 판타지도 등장한다. 이런 장치는 문명에서 떨어진 주인공의 모습을 부각하는 동시에 우리 인생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2003년 오헨리상을 받은 장편소설로 2012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존슨은 아이오와주립대를 나와 1969년 시집을 출간하며 등단했다. 1992년 소설집 ‘예수의 아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고 2007년 베트남전을 다룬 소설 ‘연기의 나무’로 미국도서상을 받았다.

문학동네, 124쪽, 1만2000원.

▲ 비유물론 = 그레이엄 하먼 지음. 김효진 옮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사례를 통해 사회적 객체를 분석하는 새로운 철학적 방법을 소개했다. 저자는 미국 출신 철학자로 현대철학의 사변적 실재론 운동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저자는 ‘비유물론’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논한 뒤 결론에서 객체 지향 존재론의 15가지 잠정적 규칙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행위자가 아니라 객체’, ‘유물론이 아니라 비유물론’, ‘객체는 그것이 거둔 성공보다 인접한 실패로 더 잘 알게 된다’, ‘공생은 비호혜적이다’, ‘공생은 비대칭적이다’ 등이 포함됐다.

갈무리. 264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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