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장과 발전’을 국가의 지상 목표로 삼았던 시절을 지내며 대한민국 수도권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비대한 도시 권역으로 성장했다. 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했고,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의료·행정 등 모든 분야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중됐다. 그러다 보니 돈과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수도권으로 몰렸다. 수도권에 집중된 돈과 일자리를 찾아서 지방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가는 일이 수십 년 동안 반복됐다. 서울이 비대해지면서 경기지역으로 발전이 확산돼 수도권 전체가 초고도 비만 지역이 됐다.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던 중 국토 균형발전을 다른 어떤 정책보다 우선시하는 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이후 수도권 팽창을 막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 이전하는 정책이 강력하게 전개됐다. 이런 정책 추진의 결과로 일부 기관과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며 지방에도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아직 확실한 성과가 나타났다고 호언할 처지는 못 되지만 분명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확실하다. 더구나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인재를 일정 비율 의무채용하도록 관련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걸음을 한 발 더 내디뎠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비 수도권 지역의 낙후성을 해소할 수 있는 물꼬를 텄지만, ‘지역 내 불균형의 문제’ 해결이라는 큰 숙제는 아직도 남아있다. 충청권의 경우, 수도권과 인접해 있는 천안·아산·서산·당진·청주·음성·진천 등지는 인구와 일자리가 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나머지 지역은 균형발전의 온기가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은 걸음마를 뗐지만, 지역 내 균형발전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한 상황이다. 그러니 수도권과 비교해 느끼는 불균형의 소외감보다 지역 내 불균형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상처가 되고 있다.

대도시인 대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1904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하며 도시가 성립한 대전은 이후 1950년대까지 60년 가까이 동구 중심의 대전천 시대가 펼쳐졌다. 이후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여 년간 중구 중심의 유등천 시대를 맞아 도시 외연이 확장됐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서구와 유성구가 발전과 성장을 주도하는 갑천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덕구만 유일하게 단 한 번도 대전발전과 궤를 맞추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이 늘 주장하듯 대덕구는 대전 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지하철 노선이 단 1m도 통과하지 않는다. 복합영화관이 단 1곳도 없는 유일한 자치구다. 유일하게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정류장이 없고, 지속해서 인구가 감소해 5개 구 중 최소인 20만 명 미만이 거주하고 있다. 산업단지와 각종 폐기물 시설이 집중돼 있고, 상당히 넓은 지역이 상수도보호 구역으로 묶여 개발행위가 막혀있다. 아직 제대로 된 성장을 할 기회를 단 한 번도 부여받지 못한 곳이 대덕구이다. 그러니 주민들이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대덕구에도 지역 내 균형발전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개정안이 통과된 국토균형발전특별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정 법률에 따라 대전은 정부 공공기관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혁신도시를 건설할 수 있게 됐다. 대전시는 원도심 중심으로 혁신도시 지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동구나 중구에 혁신도시를 건설하려는 의도를 비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덕구는 또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사람과 돈이 떠나는 낙후지역에서 벗어날 기회를 또 놓치게 된다.

부산의 경우 혁신도시를 3개 지역으로 분산 개발했다. 그러니 대전도 혁신도시를 분산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철저한 소외지역인 대덕구에 발전의 기회를 안길 필요가 있다. 충남도가 도청이전 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하려는 것을 응용해 대덕구청 개발 예정지인 연축지구를 활용하면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역 내 균형발전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국토 균형발전이 완벽하게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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