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대전선관위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 SNS전담팀

 

“누가 가난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위해 좋은 일을 할 능력이 있다면 가난 때문에 공직에서 배제되는 일도 없습니다.”

고대 아테네의 정치인이었던 페리클레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전몰자 추도 연설에서 자신들의 민주정치에 대한 자부심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2500여 년이 흐른 지구 반대편, 우리 대한민국은 페리클레스의 자부심을 이어받은 공직선거법을 운영하고 있다.

선거법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선거사무소는 1곳에만 설치할 수 있다거나, 후보를 홍보하기 위한 명함이나 어깨띠 등을 배부 내지 착용할 수 있는 주체나 방법, 규격 등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선거구민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음도 당연지사다.

혹자는 이런 규정들이 너무나 복잡하고 자주 바뀐다는 푸념 섞인 불만을 갖기도 하지만 시기, 주체, 방법 등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 표를 돈으로 사는 금권선거가 횡행하게 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홈페이지 및 전자우편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단체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다. 이는 홍보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라도 능력만 있다면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다.

그 덕분인지 거리와 광장에서 시작된 민주정치가 그 무대를 사이버상으로 옮겨간 것도 이제는 새로울 것이 없다. 더욱이 전례 없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유독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사이버 공간을 통한 선거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선거운동의 중요성이 더해갈수록 익명성의 가면에 숨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나 흑색선전, 가짜뉴스가 쉽게 유포되기도 한다. 이는 비단 후보들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일반 유권자도 범하기 쉬운 선거 관련 범법행위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사이버 선거문화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을 예년보다 더욱 확대 편성해 온라인상 위법행위를 예방·단속하고 있다.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특정 후보나 정당 등과 관련해 특정 지역과 지역인, 성별을 공연히 비하·모욕하는 경우, 당선 또는 낙선 목적으로 후보자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사이버선거지원단의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권태기를 맞은 연인이 반복된 만남 속에 서로의 소중함을 잊어버리듯 4년에 한 번 오는 국회의원 선거도 이번까지 21회를 거듭하는 동안 그 특별함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거의 매년 반복되는 듯한 선거 일정, 선거철만 되면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와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자들의 절박한 문자메시지 등을 경험할 때면 선물처럼 주어진 우리의 선거권이 평범하고도 지루한 일상이 돼버린 건 아닌지 자문해본다.

그러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연습 없이 태어나 훈련 없이 죽는 우리 인생에 두 번은 없다. 대한민국호의 운명은 이 한 번의 결정으로 또 한 번 크게 좌우될 것이다.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일상적인 선거에서 새롭고 훌륭한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길 바란다. 특별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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