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크로바, 한달 새 1억 빠져…하락세 분위기
일각선 “오름폭 줄 수 있지만 상승세 지속”

[금강일보 서지원 기자] 지방 대도시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해온 대전 집값의 상승세가 한풀 꺾었다.

서구 둔산동, 도안동 등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호가가 5000만~1억 원씩 빠진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몇년째 가격이 폭등한 탓에 피로감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전 집값을 이끄는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둔산동 ‘크로바’ 아파트 전용면적 102㎡는 지난달 9억 5000만 원에 팔렸다. 2월 만해도 10억 4000만 원에 거래 된 단지다. 그 사이 가격이 1억 원가량 떨어졌다.

이 아파트 전용 84㎡도 지난해 12월 8억 1000만 원까지 뛰었던 가격이 올해 초 7억 원까지 내렸다. 최근 들어 매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년간 대전의 부동산시장 상승세를 주도해 온 도안신도시 아파트 값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도안동의 ‘도안18단지 린풀하우스’ 전용 84㎡는 지난 2월 6억 2400만 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지난달 초엔 5억 5000만 원에 팔렸다. 한 달 새 7000만 원 넘게 하락했다. 인근 ‘도안 베르디움’ 전용 84㎡도 올 초 6억 5000만 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4억 9000만 원까지 내렸다.

대전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의 원인과 지속성을 놓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최근 인기 지역인 둔산동이나 도안동에서 이른바 ‘대장주’로 불리는 아파트가 시세보다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씩 낮은 급매물이 나온 시점부터 매매가격 하락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대전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 초부터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시세보다 7000만~8000만 원씩 내린 급매물이 1~2개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집을 보기도 힘들거니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 부동산 규제도 많다보니 호가가 점점 내려가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외지인 투자자들도 조금씩 빠져나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에서는 지난 2월 거래 4354건 가운데 관할 시도 외 거래가 908건으로 지난해 12월(1134건)보다 20% 가량 감소했다.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오름폭이 줄 순 있지만 상승 흐름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 대전 입주물량은 6200가구 정도로 많지 않은데다 2021년에는 5630가구로 줄게 된다. 올해 입주물량은 부산(2만 5432가구), 인천(1만 8357가구) 등 다른 광역시에 비해서도 적은 편이다.

대전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대전 부동산은 최근 몇 년 새 값이 많이 올랐음에도 정부 규제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여전히 비규제지역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데다가 공급도 부족해 상승 여력은 남아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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