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봄이 되면 미세먼지나 졸음운전에 대한 우려를 하게 된다. 차량 공조시스템을 실내모드로 놓고 운전할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졸음을 유발하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 자주 들리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이와 관련된 사고 보도가 없는 듯하다. 시스템적으로 졸음 유발사고를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대부분 보급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읊어보지만 실은 관광버스 이용이 급감하고 나들이가 줄어든 것이 실질적인 이유다.

필자는 자동차 관련 여러 분야에서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자동차 관련 기업들과 미팅으로 보내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그런데 올 봄에는 다소 한가해졌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부인과 접촉을 회사 차원에서 아예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와 메일로만 업무를 주고받길 원한다.

급한 업무에 대해서도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관광 분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단체 모임이 축소되고 있으며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시간을 보내야 하는 관광버스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버스 할부금을 3개월 정도 유예해 주지 않을 경우 대부분 도산위기에 처할 정도라고 한다.

봄철 나들이에 반드시 나오는 주의사항이 졸음운전이다. 우리는 보통 음주운전보다 졸음운전이 위험하다고 한다. 음주운전자도 충돌 직전에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차량의 속도가 줄어들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차량의 충돌 테스트는 56~64㎞ 정도로 진행한다. 그런데 졸음운전은 달리던 그대로 충돌하면서 그 속도가 매우 높게 되고 결국 치사율과 사망률이 일반 사고 대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한 졸음운전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전에 대덕대학에서 모 방송국과 실험을 진행했는데 일반 승용차의 경우 성인 4명이 탑승하고 실내모드 상태에서 운행 시 20여분 만에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0ppm으로 상승했다.

버스는 45인승의 절반도 안되는 20명이 탑승했는데 50분 만에 머리가 아프고 멀미가 나고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7000ppm 이상으로 위험수위까지 상승했다. 결론은 승용차나 버스나 모두 15분에 한 번씩은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창문을 열면 좋겠으나 미세먼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공조시스템을 실외모드로 전환하고 1~2분만 운전해도 정상상태인 1000ppm이하로 내려오게 된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환경부가 규제하고 있다. 실내의 경우 1000ppm, 이동수단은 1500ppm을 기준으로 한다. 그 이상의 농도에 오래 노출될 경우 집중력 저하와 졸음이 유발된다. 문제는 운전자들이 미세먼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내모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철에는 에어컨 성능을 높이기 위해 실내모드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차량에는 캐빈 필터가 있다.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일 경우에도 캐빈 필터를 거치면 90% 이상이 걸러지게 된다. 따라서 터널이나 오르막에서 앞에 대형 경유 차량이 매연을 뿜으며 주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외부모드로 공조시스템을 셋팅하는 것을 안전운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