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국내 최장 오동선대청호벚꽃길
넓은잔디 벚나무 조화 로하스대청공원
데크따라 펼쳐지는 분홍빛 물결 황홀
드라이브 스루로 '슬기로운 벚꽃감상'

로하스대청공원은 봄을 즐기려는 가족과 연인들이 즐겨찾는 나들이 명소다.

 

이른 아침 환하게 창을 밝히는 따스한 햇볕과 차가운 기운이 한결 사라져 부드럽게 살에 부딪치는 바람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겨우내 땅 속에서 얼어 죽은 줄만 알았던 알뿌리들이 여리고 푸른 잎사귀들을 힘껏 내밀고 메마른 가지들의 어딘가 숨어있던 꽃들도 얼굴을 내밀었다. 마술사가 빈 보자기에서 비둘기와 꽃을 꺼내들듯 다가온 봄의 모든 징조는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간질인다.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 봄, 대청호오백리길에 내리는 하얀 꽃비를 감상하러 떠나보자.

 

꽃비 내리는 황홀한 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이 계절을 만끽하길 바란다.

 

 

#. 이제는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
전국 최장 벚꽃길로 유명한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 누군가는 알고 있던 이름과 다르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지난해 말 ‘회인선 벚꽃길’에서 명칭이 변경된 거다.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은 대전 동구 신상동 세천삼거리부터 충북 보은군 회인면 회남교 입구까지 26.6㎞에 이르는 구간을 칭한다. 회인면에서 끝나는 지방도라는 이유로 그동안 ‘회인선’으로 불렸으나 이 벚꽃길이 충북 보은에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해당 지자체인 대전 동구가 지역 특성과 유래를 담아 이름을 변경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 비해 주차장도 확장됐고 곳곳에 조형물이 들어섰다. ‘가지마다 튀겨진 팝콘처럼 알알이 맺힌 하얀 벚꽃’이라는 주연, 한결 풍부해진 볼거리와 개선된 편의성이라는 조연이 하모니를 이룬다. ‘바람’이라는 연출까지 더해지면 머리 위로 하얀 꽃비가 쏟아져 내리고 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벅차오르게 만든다. 자연의 선사한 아름다움, 또 봄의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탓이다.
길 양옆으로 늘어져 있는 벚나무를 바라보면 커튼이 생각나기도 한다. 데크를 따라 손을 뻗으며 걷자 실크 커튼처럼 벚꽃이 손을 휘감는다. 벚꽃 구경하느라 연신 젖혀있던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대청호반이 눈을 사로잡는다. 못 이기는 척 잠깐 쉬었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넓게 펼쳐진 푸른 대청호와 머리 위를 수놓은 벚꽃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느껴진다.

 

로하스대청공원에 데크를 따라 만개한 벚꽃이 한폭의 그림같다.

 

 

#. 또다른 벚꽃 명소, 금강로하스 대청공원
연둣빛의 넓은 잔디밭 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한 그루의 버드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은 사계절 나들이 명소로 이미 유명하다. 널따란 잔디밭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주변에 잘 조성된 데크길이 있어 산책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까닭이다. 특히 벚꽃이 만발한 봄에는 더욱 붐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들 사이를 걸으면서 느껴지는 봄의 싱그러움이 일상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탓이다. 또 카메라 들이미는 곳마다 명작이 탄생하니 인생샷을 노리는 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벚꽃이 지루하다면 다른 봄꽃을 찾아 떠나면 된다. 그리 멀지도 않다. 금강로하스 대청공원과 바로 맞붙어 있는 암석식물원만 가도 여러 봄꽃을 볼 수 있다. 190톤의 바위를 재활용해 만든 고인돌과 산 모양의 조형물, 암석과 함께 자생하는 식물을 중심으로 꾸며진 암석식물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민들레다. 아무렇게나 억세게 피어난 민들레도 아름답지만 누군가의 손길로 보살핌을 받은 민들레는 더욱 진한 노랑을 띠며 은은하고 소박한 멋을 뽐낸다. 한창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해 아름다움이 절정을 향하는 철쭉의 분홍은 꿀벌을 유혹하고자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색으로 진한 화장을 마쳤다. 생명의 작은 움직임, 그 움직임을 더욱 동적으로 꾸며주는 꽃들의 화려함, 여기에 절정을 향해 가는 봄의 노래가 마음을 즐겁게 한다.

 

국내 최장 벚꽃길로 유명한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 

#. 하지만 올해는 ‘드라이브 스루’
대청호오백리길에서 만나는 봄의 향연엔 늘 많은 사람이 함께해 왔다. 그러나 올해만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 전반에 내려앉은 탓이다. 오죽하면 지자체에서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 주차장을 폐쇄하고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 드라이브 스루로 즐기세요’라는 캠페인까지 벌일까.
실제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에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벚꽃을 구경하는 사람들보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지나가면서 ‘드라이브 스루’로 구경하는 이들이 늘었다. 데크길을 따라 걷는 이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그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정거리를 두고 걷는 모습을 보인다.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에서의 상황도 비슷하다. 텐트나 돗자리 등을 가지고 나와 잔디밭 내에 자리를 잡았지만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벚꽃을 구경하며 걷는 이들도 주변과의 거리 유지에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음 한편에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가득하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혹시 ‘누가 뭐라한다 하더라도 올 봄을 꼭 즐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감염 예방을 위한 수칙을 반드시 지키길 권유한다. 지금 대청호오백리길에서 봄나들이를 하고 있는 이들처럼 말이다.

글=조길상 기자 사진=이기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