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나는 긴 봄날 강둑에 앉아서 가물치와
같은 그대를 생각한다
물 위에 동동 뜨는 둥지
어떤 날은 봄 구름 위에 실려 있기도 하고
물 속 한세상 흐드러진 청보리밭 위에
외롭게 떠 있는 가물치 집
파란 하늘에서 자꾸만 떨어지는
종달새 울음 가득 떠내는 표주박
나는 긴 봄날 혼자서 가물치 집을 본다
등판에 일곱 개의 별이 박혀서 무당 칠성고기
물가의 버드나무에 올라가
북두칠성을 요배한다는 가물치
봄이 되면 얕은 물가에 나와 둥지를 틀다
꾼들에게 떼죽음하는 캄캄한 가물치
나는 긴 봄날 혼자서 물가에 앉아
저 가물치 집에 사는 가물치 같은
그대를 생각한다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먼 옛날 계룡산 속에 용 두 마리 사이좋게 살았다 한다. 이들이 산 아래로 기다란 몸 흔들어 꿈틀거릴 때. 땅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산 속의 맑은 물 흘러 머나먼 곳으로 갔다. 그렇게 금강도 시작되었던 것일까. 시간이 흐르고 긴 물줄기 비단처럼 펼치며 아름답게 출렁이고 두 마리 용은 꼬리를 치고 하늘로 올랐다.

그들이 떠나고 암용이 머물던 자리 둥지처럼 오목한 웅덩이로 남았다. 그곳에는 지금도 맑은 물 모여들고 어떤 날은 봄 구름이 머물다 간다. 종달새 울음이 높이 떴다 가고 가물치 둥지를 트는 곳. 용추에 살고 있는 가물치는 일곱 개의 별을 몸에 새기고 태어난다.

나는 긴 봄날 오후 강가에 홀로 앉아 가물치 둥지 속 가물치 같은 그대를 생각한다. 그 숨길 속에는 언제나 작은 꿈틀거림이 있다. 많은 생명이 살아있고 하늘이 뜬다. 그리고 일곱 개의 별을 품은 우주가 펼쳐진다. 그곳 그대의 그리움 속에 금강이 잠겨 있다.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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