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옥 남선초 교사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이 초·중·고교 휴업이 장기화되고, 온라인개학을 앞두게 됐다. 누군가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학교 무용론까지 말하기도 한다. 휴업 명령이 내려져 학교는 휴업해도 학원들은 문을 열고 있다. 혹여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 봐 불안한 학부모님들은 감염 우려 속에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학원에서 공부하면 되니까, 또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되니까, 학교는 정말 필요가 없는 것일까?

매년 우리 반 학생들을 처음 만나는 시업식 날, 첫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에게 꼭 이런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공부하기 위해서인데, 공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교과서 공부이고, 다른 하나는 인성 공부’라고….

공부의 중국식 발음은 ‘쿵푸(쿵후)’다. 영화 ‘쿵푸팬더’에도 등장하는 단어인 쿵푸가 바로 공부라고 알려주면, ‘쿵푸는 무술 아니에요? 공부하고 쿵푸하고 정말 같은 말이에요?’라며 학생들은 모두 깜짝 놀란다. 예전에 나도 ‘공부=쿵푸’인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놀랐었는데, 공부는 무술을 갈고닦는 것처럼 오랜 기간 인내와 꾸준함이 필요하기에 어쩌면 너무도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매년 첫 만남의 날, 긴 시간을 할애하여 학생들에게 공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요즘은 뭔가 변화의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교과 성적만 중요시하는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학교에 다니는 목적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며, 인생에서의 성공은 좋은 대학을 졸업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의 필요성과 올바른 인성 함양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지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2010년 3월 EBS TV 특강에서 ‘조벽’ 교수님은 글로벌 시대의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에 대한 실력인 전문성, 일을 주도할 수 있는 창의성, 일을 잘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인성’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그중에서 셋째 항목인 인성을 이야기하면서 ‘인성도 실력이다.’라고 했는데, 바로 그 말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렇다! 인성도 꾸준히 갈고 닦아야 정착이 되는 ‘실력’인 것이다. 그럼 반복되는 훈계로도 변화되지 않는 우리 학생들에게 몇 번의 지도로 말을 듣지 않는다고 쉽게 지치지 말고, 끊임없이 지도하고 또 지도해서 수학이나 영어 실력처럼 인성의 실력을 키워주면 되는 것이다.

교과서 공부와 인성 공부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 바로 인성 공부이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며 ‘사회생활 연습장’이다. 장차 어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할 학생들을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먼저 연습 시켜 내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교과서 공부는 집에서 혼자 할 수도 있고, 학원에 가서 할 수도 있고, 과외선생님을 불러서도 할 수 있지만, 교과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인성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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