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일 총선특별취재반

[금강일보 최일 기자] “선거가 끝나면 큰집과 합치겠습니다.”

21대 총선에 처음 등장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꺼내놓은 이상하면서도 당연한 화두다. 정당이 비빔밥도 아닐진대, 선거만 치르면 합치겠단다. 유권자들에게 잘 비벼달라는 뜻인가?

21세기 한복판에 우리는 ‘짜고 치는 고스톱’ 선거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여당과 제1야당이 원내 1당을 노리며 꼼수정당들을 버젓이 출범시켜 짝을 지어 선거운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왜 도입을 한 것인지, 사표(死票)를 막고 군소정당 지지율을 의석수 배분에 최대한 반영해 주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로 공직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첨예한 보·혁(保·革) 갈등 국면에 ‘여당의 몇 중대’라고 손가락질 받던 일부 소수정당들로선 두 기득권 정당들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 됐다. 물론 결과는 까봐야겠지만, 거대 양당의 편 가르기만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 혁신’은 헛구호가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비례대표 선거가 여러 결함으로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과 권력자들의 측근을 구제하는 용도로 악용되고,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현역 국회의원의 재선 수단이 되는 건 정치권 스스로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를 가중시키는 행태다. 이럴 바엔 아예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게 나았을 것이란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선거운동 막판에 이르고 있고, 사전투표를 목전에 둔 시점인데도 기자들의 출입을 막으며 비공개로 선거대책회의를 가진 뒤 보도자료만 배포하는 정당도 있다. 승세를 굳혔다는 자신감의 표출인지 몰라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자들의 질문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인 듯 ‘주는 대로 받아쓰라’는 의미 같다.

물론 좋은 핑계거리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게 그 이유인데, 마치 ‘조용히 할 테니, 너희들도 잠자코 있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건 나만의 딴지 걸기일까…?

공직자와 정당인 신분을 겸하고 있는 한 후보는 상대 후보의 공격에 자신이 현재 받고 있는 급여를 전액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선의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의사(意思) 표시’만으로도 법에 저촉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수혜자를 특정하지 않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하긴 헛웃음만 나는 평생 퍼주기 공약(公約)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당도 있으니, 몇 푼 선심쓰겠다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추문이 끊이지 않던 한 호색한 후보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또 다른 여자 문제가 불거져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도,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참으로 희한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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