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향한 ‘지지’냐, ‘분노’냐
코로나19가 오히려 유권자를 투표소로 끌어내

[금강일보 최일 기자]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충청권 4개 시·도의 21대 총선 유권자 4명 중 1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0일과 11일 실시된 사전투표에 전국적으로 4399만 4247명의 유권자 가운데 1174만 2677명이 주권을 행사, 26.6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19대 대선 당시 26.06%를 0.63%포인트를 웃도는 수치로, 전국 단위 선거로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고치다.

충청권의 경우 463만 6573명의 유권자 중 123만 1128명이 사전투표를 해 26.55%의 투표율을 나타냈는데, 대전이 26.93%(123만 7183명 중 33만 3218명), 세종이 32.37%(26만 3388명 중 8만 5258명), 충남이 25.31%(178만 1956명 중 45만 1016명), 충북이 26.71%(135만 4046명 중 36만 1636명) 등이다.

대전 5개 구 중에선 유성구가 28.76%로 최고, 대덕구가 25.54%로 최저였고,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는 계룡이 36.98%로 가장 높았고, 천안이 20.36%로 가장 낮았다. 충북 11개 시·군 중에서는 보은이 36.48%로 수위에 올랐고, 청주가 23.60%에 최저치에 머물렀다.

성별 사전투표율은 전국적으로 남성 28.8%, 여성 24.62%였고, 대전(남 29.32%-여 24.58%), 세종(34.97%-29.81%), 충남(27.53%-23.02%), 충북(28.95%-24.42%) 역시 남성 투표율이 여성에 앞섰다.

19대 대선 사전투표율(대전 27.52%, 세종 34.48%, 충남 24.18%, 충북 25.45%)과 비교하면 충남과 충북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대전과 세종은 2년 전 수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4년 전 20대 총선 사전투표율(전국 12.19%, 대전 12.94%, 세종 16.85%, 충남 12.13%, 충북 12.85%)에 비해선 세종만 빼고 2배가 넘는 수치로, 최종 투표율(20대 총선 전국 58.0%, 대전 58.6%, 세종 63.5%, 충남 55.5%, 충북 57.3%)이 얼마만큼 오를지 주목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유권자들이 위축돼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란 우려에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직전 전국 단위 선거인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20.14%)을 6.55%포인트 상회하는 것으로, 본투표일보다 덜 붐비는 사전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어차피 투표를 할 사람들이 사전투표로 몰린 단순 ‘분산 투표’ 성격이 짙다면 전체 투표율은 그리 높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무당층이 적극적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면 사전투표 열기가 선거 당일까지 이어져 전체 투표율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선거에 별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끌어내는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유권자들은 투표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이 높을 때 더 참여하는 경향이 있는데,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된 코로나19가 현 정권에 대한 지지든 심판이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투표를 통해 표출하려는 유권자들의 의지를 강화시켜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며 35개 정당이 참여한 비례대표 선거도 흥행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48.1㎝에 달하는 투표용지도 화제가 됐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이 십시일반 모여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극적인 투표 참여의 요인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는 예상 밖의 높은 사전투표율에 대해 제각기 자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와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는 국민의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심판하기 위한 분노가 분출된 것”이라며 저마다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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