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는 선거이슈 ‘정권 안정 vs 심판’
만 18세 첫 주권 행사에 설렘·기대감도

지난 11일 대전 서구 월평중학교에 설치된 월평1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이준섭 기자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유례 없는 감염병 코로나19도 유권자들의 주권 행사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인한 투표율 하락을 염려하기도 했지만 지난 10일과 11일 치러진 4?15 총선 사전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의 행렬은 민주주의를 이끄는 힘이 깨어있는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전투표가 막바지에 접어든 11일 오후에도 사전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은 쉬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까닭에 과거와는 달리 사전투표소 입구부터 발열 여부를 체크해야 하고, 손에는 장갑으로, 얼굴엔 마스크로 중무장을 해야 하지만 유권자들에게선 이마저도 얼마든 감내하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감염병 위기보다 식물국회, 무능한 정치에 대한 심판의 의지가 앞서는 탓이다.

부인과 함께 대전 서구 둔산1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50대 김 모 씨는 “코로나19에 걱정도 많았지만 그래도 선거 참여는 국민으로서의 도리”라며 “국회에서 싸우는 꼴도, 수준 낮은 정치인도 보기 싫어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총선 이슈를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늘 그랬듯 ‘정권 안정’과 ‘정권 심판’을 놓고 벌어지는 시각차는 이번 선거에서도 변하지 않는 쟁점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층에게선 정권 안정, 장년과 노년층에선 정권 심판에 대한 갈증이 짙게 묻어나왔다.

대덕구 송촌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최 모(28) 씨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대안 없이 정권을 흔들기보다는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며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기 일쑤고 막말을 일삼는 정당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정권심판론에 선을 그었다.

반면, 서구 월평1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60대 서 모 씨는 “정부·여당이 너무 한 쪽의 시각으로만 국정을 운영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무조건 ‘적폐’로 몰아붙이는 것에 이젠 지쳤다”며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사전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들 중엔 생애 처음 선거권 행사에 나선 앳된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선거 가능 최저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첫 투표에 나선 고3, 그리고 이제 막 캠퍼스를 주름잡을 20학번 새내기들이 바로 그들이다.

부모와 함께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유성구 온천1동 사전투표소를 찾아 첫 선거권을 행사한 임가은(19) 씨는 “주민등록증을 받고 처음 투표를 해보니 나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며 “내 소신과 가까운 후보와 정당을 찍었는데 부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동구 용전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대학생 서 모(20) 씨는 “사실 코로나19로 수업도 제대로 안 되고 있어서,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을 기대했는데 눈에 띄는 게 별로 없었다”며 “첫 투표라 설레기도 하고 주권 행사에 뿌듯함도 느끼지만 후보들이 계획은 없이 공약만 남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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