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선비의 걸음걸이처럼 흐른다
산 그림자 강심에 눕히고
억새풀 강으로 쓸어 모은다
충청도의 뜨거운 혼이 맑다
철새가 날아온다 한다
을숙도 가는 길목에서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리로 아주 자리 잡는다 한다
충청도 사람만큼
순박한 철새만이 모인다 한다
와락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하얀 옥양목
두루마기 자락 사이
넘치지도 않고 넉넉히 흘러간다
누가 비단강이라 이름하였나
손을 적셔보면 안다
강모래도 이곳 모래가
제일 곱다 한다.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나는 아빠 얼굴을 닮았고 기다란 손가락은 엄마 손을 똑 닮았지. 태어날 때부터 닮아있는 것들이 있고 자라면서 점점 더 닮아가는 것들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랑 웃는 얼굴이 똑같고 우리는 똑같은 얼굴로 웃으며 닮은 걸음으로, 닮은 보폭으로, 왔지. 흘러왔지. 넘치지도 않고 넉넉하게 흘러 사랑했지.

우리의 기쁨과 슬픔이 누구와 닮았는지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일. 그게 사는 일이 되었지. 그러다 알게 됐어. 우리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를 닮아있는 곳. 산 그림자 거기 눕고 억새풀 모여 흔들리는 곳. 지나가던 것들이 잠시 앉았다 아주 자리 잡고 머무는 곳. 우리 걸음걸이처럼 흘러, 우리 뜨거운 혼처럼 맑았다가, 순박했다가, 와락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는 곳. 누군가 비단강이라 불렀던 곳. 그래, 금강.

여기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과 최초의 어머니와 그 딸들이 함께 모여 살던 곳. 닮으며 사랑했던 곳. 그래, 금강. 내가 너를 따라 가는 것인지, 네가 나를 안고 가는 것인지. 우리 닮음의 긴 연대가 거기 아름답고 고운 모래로 층층이 쌓여 있지.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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