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둔산3동 자가격리자들을 대상으로 야외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요원이 자가격리자가 투표를 할 때마다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자가격리자 김 모 씨 제공
충남 논산 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과 가족들이 15일 연산초에서 투표를 마친 뒤 스마트폰으로 투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옥천군 최고령 유권자인 청산면 삼방리 이용금(116) 할머니가 15일 팔음산 마을회관에 마련된 청산면 제2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옥천군 제공

[금강일보 최일 기자] 116세 이용금 할머니 소중한 한 표

○…충북 옥천군 최고령 유권자인 청산면 삼방리 이용금(116) 할머니가 15일 팔음산 마을회관에 마련된 청산면 제2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닐장갑을 끼는 불편함도 이 할머니의 투표 의지를 꺾지는 못해.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비롯해 거의 모든 투표에 참여해 왔다는 이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투표는 계속할 것”이라고 확언.

도포와 갓에 마스크 쓴 훈장님
○…충남 논산 연산초 투표소에선 흰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과 가족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눈길.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마스크도 잊지 않고 착용한 유 훈장은 “표를 가장 많이 받을 만한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성실한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토로. 양지서당 일행은 스마트폰으로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이채로운 모습도 연출.

“첫 주권 행사 설레”
○…선거 연령이 하향 조정되면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만 18세 유권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투표소를 찾아 투표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 오전 7시경 부모님과 함께 세종시 연세초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생애 첫 투표를 한 고3 박 모 양은 “학교에서 배운 선거제도의 의미와 장·단점을 직접 체험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해 보고 싶어 투표에 참여했다”며 “선거공보물을 통해 후보들의 범죄 경력과 병역, 재산 등을 살펴봤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귀띔. 청주시 서원구에 거주하는 고3 정 모 군은 “직접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으니 선거 후에도 내가 뽑은 후보가 공약을 잘 이행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 같다. 내가 뽑지 않은 후보자가 당선되더라도 감시자 역할은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멀리 느껴졌던 정치와 가까워진 것 같고, 성인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첫 주권 행사의 소회를 피력.

“자가격리 속 권리 행사 기뻐”
○…지난 6일 미국에서 입국해 자가격리 대상이 된 대전 서구의 20대 여성 김 모 씨는 문정초에 설치된 둔산3동 제4투표소에서 오후 6시가 지나 주권을 행사. 열흘만에 외출했다는 김 씨는 “자가격리 대상이 되고 투표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투표를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서 뜻 깊었다. 자가격리자는 야외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투표했는데 관리가 잘 돼 있었다. 동네에 자가격리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나와 다른 여성 분 한 명만 있었다. 분명 더 있을 것 같은데 그분들은 투표하러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유감이었다. 투표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 데도 자가격리자 투표를 위해 전담 직원이 따로 나와 있었고 안내도 친절히 해줘서 감사했다. 한 사람이 투표하면 방역하는 분이 곧바로 투표소를 방역하고 다음 사람이 투표하면 또 방역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사상 초유의 자가격리 투표 상황을 상세히 설명.

충청권 자가격리자 955명 투표 신청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자가격리 중인 전국 5만 9918명의 유권자 중 22.8%인 1만 3642명이 투표를 신청. 이는 행정안전부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관할 지자체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지를 받은 확진자, 접촉자, 해외 입국자 가운데 코로나19 증상이 없고 국내에서 투표가 가능한 유권자들로부터 투표 신청을 받은 결과로, 대전 290명, 세종 79명, 충남 352명, 충북 234명으로 집계. 이들 가운데 발열·기침 등 증상이 없는 유권자들은 오후 5시 20분부터 7시까지 투표를 위해 외출이 허용됐고, 투표 전후로 전용 애플리케이션이나 문자메시지로 ‘투표소로 출발-대기장소 도착-자택 복귀’ 등 자신의 동선을 전담 공무원에게 알려. 이들은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전에 투표소에 도착, 야외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2m 이상 간격을 유지하고 대기 중 6시가 지나 임시기표소에서 권리를 행사.

“자가격리자 투표, 세계사에 남을 대단한 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세종청사 내 투·개표 지원상황실을 찾아 안전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를 주문하면서 “코로나19에도 선거를 원래대로 실시하고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투표권까지 보장하는 것은 큰 자부심”이라며 “자가격리자는 투표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용기와 지혜로 투표권을 보장한 것은 세계사적으로 남을 만한 대단한 일”이라고 엄지척. 이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공정하고 안전한 선거가 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 한편, 자가격리자 모니터링을 맡고 있는 대전의 한 공무원은 선거 관리에도 투입돼 정신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 격리자의 상태 보고 문구가 담긴 알람이 울리자 상태를 체크하고, 별다른 증상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격리자의 GPS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 “투표 업무하랴, 격리자 상황 파악하랴, 몸이 열개라도 바쁘다”고 하소연.

“마스크 왜 안 줘” 실랑이
○…대전 월평초에 마련된 서구 월평1동 제1투표소에서 일부 시민이 투표소에서 마스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 이에 선거 관계자가 “마스크 제공은 가짜뉴스”라고 맞받아치며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 이를 지켜보던 한 남성이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구매해 건네 준 것으로 상황은 봉합. 코로나19가 활개 치는 데도 불구, 빛나는 시민의식이 발휘되자 주변 사람들은 박수로 화답. 이 장면을 목격한 한 시민은 “저런 사람이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방역은 좋은데, 폐비닐장갑 걱정이네”
○…대전 도안초에 설치된 서구 가수원동 제4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일부 유권자는 투표할 때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보며 혀를 차. 한 유권자는 “방역 차원이라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합쳐 전국적으로 버려지는 비닐장갑이 어마어마할 텐데 환경오염이 걱정된다”고 우려.

투표권 행사 보장 아이디어 다채
○…대전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는 임직원과 협력사원들의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15일 개점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 30분으로 1시간 늦춰. ‘선거수당’ 제도 운용으로 유명한 충북 충주 주덕읍의 보성파워텍은 이번 총선 때도 어김없이 특별수당을 지급. 소속 근로자와 협력사 직원(배우자·자녀 포함)이 선거 확인증을 제출하면 1인당 1만 원의 특별수당을 지급. 보성파워텍은 투표 독려를 위해 2004년부터 선거 수당을 지급해 왔는데, 이는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중시하는 임도수 회장의 경영철학이 기반.

박수현 vs 정진석 SNS 선거전
○…충남 공주·부여·청양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는 부인 김영미 씨와 함께 오전 10시 공주문예회관 앞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4년 전 20대 총선 당시 어머니와 함께한 투표 사진, 또 이날 아내와 함께 투표한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4년 전 갑작스러운 선거구 통합(공주+부여·청양)으로 낙선이 확실한 투표를 하러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마음이 참 아프고 죄송했다. 4년 후 오늘은 어머니가 아닌 아내와 한 표라도 이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투표를 했다”라는 소회.

지난 10일 공주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부인 이미호 씨, 두 딸과 함께 투표한 미래통합당 정진석 후보는 페이스북에 빛바랜 사진들을 올려놓고 “추억의 사진들을 꺼내본다. 걸어온 길을 보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알 수 있다. 힘들어도 누군가는 가야 할 길에 앞장서겠다”라고 각오를 다져. 정 후보는 또 지난 14일 마지막 유세 현장에서 두 딸이 유권자들을 향해 ‘아빠 정진석을 지지해 달라’며 호소한 편지에 울컥한 뒤 승리를 예감하게 됐다는 내용의 기사도 게재해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센터 도움으로 현장 투표
○…충북 옥천 장야초에 차려진 투표소에선 근육질환을 앓는 중증장애인 이 모(32) 씨가 주권을 행사. 이 씨는 사전에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옥천군선관위에 중증장애인 현장 투표를 위한 이동차량 제공과 비상상황 발생에 대비한 의료진 배치를 요구했지만, 선관위는 ‘응급의료요원 배치까진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 몸이 불편할 경우 거소투표가 가능하지만 이 씨는 이를 신청하지 않았고,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 씨와 함께 투표소 앞에서 중증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편, 지난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고립된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은 이날 배를 타고 죽향초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주권을 행사. 한 주민은 “투표소 가는 길이 멀지만 우리 지역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데 참여하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고 귀띔. 본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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