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압승…통합당 4연패

[금강일보 최일 기자] 4년 만의 설욕은 좌절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1석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게 제1당의 지위를 빼앗긴 미래통합당(당시 새누리당)이 4연패를 당했다.

민주당으로선 제1야당 시절이던 2016년 20대 총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실시된 2017년 19대 대선, 여야가 뒤바뀌고 치른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 이은 4연승이다. 문재인정부는 후반기 국정 운영에 탄력을 얻게 됐고, 3연패의 고리를 끊지 못한 통합당을 위시한 보수 야권은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서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견제’나 ‘변화’ 대신 ‘안정’을 택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던 정부·여당에 이례적으로 강한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대로 민주당이 기존 원내 1당을 사수하는 것을 넘어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거여(巨與)로 부상하면 4년 만의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가 구축되며 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정부 심판론은 물론 독주 견제론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통합당은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초유의 4연패를 당하는 오는 2022년 3월 예정돼 있는 20대 대선 전망도 뿌연 안갯속에 휩싸이게 됐다.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블랙홀 현상에 더해 공천 파동과 막말 논란 등 막판에 터진 각종 악재가 통합당 패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면서 통합당은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의 승리는 사실상 예견돼 왔다. 당초 코로나19가 여당에게 악재로 대두되며 현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에게 승리를 안겨줄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을 했다’라는 평가 속에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서 일일 확진자 수는 30명 밑으로 떨어졌고, 문 대통령 지지도는 확연한 오름세를 띠며 여당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함에 따라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동력은 가일층 힘을 받으며 개혁 입법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범진보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고, 검찰 개혁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위축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경제정책, 특히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다만 입법 추진 과정에서 야권과의 협력이 그만큼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은 패장이 된 황교안 대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면서 보수 야권 재편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는 황교안 체제의 붕괴로 직결돼 보수 통합 과정에서 구성된 과도기적 지도부가 해체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면서 조기 전당대회 등 당권 투쟁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를 2년 남긴 문 대통령으로선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되면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확보하면서 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특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토대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선거운동 기간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당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당청관계에서 원심력이 커지면서 당이 전면에 나서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에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오는 8월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친문세력 간의 경쟁 구도로 갈 공산이 커졌다.

한편으론 2년 전 민선 7기 지방선거의 역대급 압승으로 민주당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장악한 데 이어 내달 30일 개원할 21대 국회 권력마저 점유하면서 ‘견제와 균형’ 대신 ‘일당 독주 체제’가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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