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부터 공연장 운영까지
공연 활동으로 주민과 상생
“청년예술인 활동 환경 조성”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대전 동구 가오동에서 ‘작은극장 다함’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태(44) 대표는 배우를 시작으로 공연 기획, 공연장 운영 등 공연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자다. 대학 시절 느꼈던 배우로서의 재미에 쉽사리 배우라는 직함을 뗄 수 없고, 공연을 하기 위한 실무적인 역할 또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게 지금 김 대표의 위치다. 동구는 타 지역과 비교해 비교적 문화적인 인프라가 열악하다지만 그럼에도 김 대표는 오늘도 ‘문화·예술의 도시, 동구’를 꿈꾸고 있다.
 

 

김영태 작은극장 다함 대표

◆ 동아리서 느낀 소소한 재미가 직업이 되기까지

”대학교 때 탈춤·마당극 동아리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배우라는 꿈을 키우게 됐습니다. 연극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것에 대해 매력을 느꼈고 무엇보다 사회적인 문제를 극으로 풀어낸다는 게 좋았던 거죠. 그 때 연기에 대한 관심을 처음 가지게 됐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느꼈던 소소한 재미가 지금의 직업에 이르게 됐네요.”

김 대표가 연극에 뛰어든 데엔 일종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거다. 연극을 업(業)으로 삼기까지 그에겐 숱한 고난도 있어왔다. 대표적인 게 지역의 열악한 문화 인프라다.

“버스킹을 하려고 해도 공연을 할 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구는 문화적인 인프라나 기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중구엔 우리들공원이 있고 서구엔 보라매공원이 있어 주민들과의 접촉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동구엔 마땅히 공연을 할 만한 개방적인 장소가 여의치 않은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관객 유치인데, 홍보조차 쉽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하소연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공연 홍보입니다. 지역 주민들과도 합심해 재미있는 공연을 진행하려해도 공연을 직접 보러와야 하는 물리적인 거리 문제와 함께 홍보면에서의 한계가 느껴질 수 밖에 없죠. 이 문제는 저희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예술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질병입니다.”

동구에서 문화·예술인으로서 활동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헤쳐왔던 김 대표이지만 그럼에도 그가 터전을 옮기지 않은 데엔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다. 수가 많든 적든 그를 응원하러오는 관객들이다.

 

김영태 작은극장 다함 대표

◆ 사회적기업 향한 도약 준비…주민들과의 상생 방점

2016년 10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다함은 이제는 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위에서 동구가 문화적인 기반이 취약하다보니 예비사회적기업을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수차례 받았었습니다. 우리가 다함을 세우는 목적 또한 예비사회적기업 선정 취지와 동일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해야할 사업으로 하게 됐던 거죠. 이제는 예비사회적기업을 넘어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다함이 지역에서 지금보다 문화적인 활동을 더욱 왕성히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김 대표가 지금의 다함이 있기까지 고군분투는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시민들에게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 게을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본인이 지금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면에서다.

“매달 공연이 기획되다보니 학교에서 기간을 정해주면 학생들이 공연장으로 찾아와 공연을 보고 배우, 연출, 공연담당자, 제작자를 만나면서 학생들에게 연극에 대한 꿈을 키워줍니다. 공연장이 어떤 구조인가, 공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을 체험하게 하는 직업체험인거죠.”

무엇보다 김 대표가 추구하는 건 공연이라는 콘텐츠를 통한 주민들과의 상생이다. 단지 문화·예술인들의 축제가 아닌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가 그리고 있는 ‘문화·예술의 도시, 동구’다.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싶은 축제를 만들고 싶어 3년전부터 가오페스타라는 공연예술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가오페스타라는 행사엔 공연도 있고 아트 프리마켓도 있습니다. 처음엔 주변 주민들만 찾아왔지만 몇년하다보니 타 지역 사람들도 찾아오는 행사로 규모가 커지고 있죠.”

김 대표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계획 중인 가오페스타 축제를 준비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김영태 작은극장 다함 대표

◆ 청년예술인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작품 나오길

“향후 동구에 공연장뿐만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코워킹 공간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주민분들과도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민들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창작하고 고민한 콘텐츠가 공연이 되는 연극을 하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연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역의 이야기를 공연을 통해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이다. 레지던시 사업(예술가가 특정 공간에 거주하면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다른 예술가나 미술계 인사와 교류하며 창작 활동에 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인으로서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예술을 통해 알리기에 나선 거다.

“올해 구체화되는 작품 중 하나는 대전형무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인 만큼 아픈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 이 작품은 동화로 제작됐고 극으로도 한 차례 시연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역 청년, 나아가 모든 청년들에게 자기 색깔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비단 예술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는 동구가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모든 청년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비교적 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동구에도 자기 색깔을 지닌 청년예술인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동구가 문화적인 발전을 이뤄나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나 연극에 대해 늘 고민하는 청년들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요.”

당장에 동구가 문화의 도시로 거듭나기에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김 대표와 같은 문화·예술인들의 열정이 식지 않는다면 ‘문화·예술의 도시, 동구’가 해몽으로 그치진 않을 듯 싶다.

글=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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