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으로부터 “최근 좋은 편지(nice note)를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최근에 새롭게 받은 편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확산으로 정치적인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기 위한 특유의 ‘과장법’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는 발언을 부인하고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여부를 놓고 난데없이 진위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갑작스런 친서 공방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북·미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을 원하는 북한이 이렇게 강력하게 부인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 말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해야 할 북한이 ‘이기적인 목적’ 등 거친 표현을 쓰면서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을 들춘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과장해 재차 설명하다가 빚어진 오해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북한 주장에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한 언론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불쑥 거론하면서 “최근 ‘그’로부터 좋은 편지(nice note)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편지를 받은 시점이나 편지 내용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발언이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북한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북한은 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미국 대통령이 지난 시기 오고 간 친서들에 대하여 회고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실무근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는 미국지도부의 기도를 집중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관계는 결코 아무 때나 여담 삼아 꺼내는 이야깃거리가 아니며 더욱이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미리 알려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없는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도 '최근'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확히 어느 시점의 친서를 거론한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평소에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짚기보다는 두루뭉술한 화법을 즐겨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최근'의 범위를 넓게 잡아 과거에 오간 친서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김정은에게 코로나 대응을 돕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고 밝혔었다. 이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답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됐고 미·북의 물밑접촉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실제로 새로운 편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미·북 접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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