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말의 원칙/세계는 지금… 외 40권

▲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 = 조슈아 웡 지음, 함성준 옮김.

16세 때인 2012년 중고교생 학생운동 조직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이끌며 ‘국민교육 반대 운동’을 시작한 저자는 2014년 홍콩의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홍콩 당국의 탄압을 받았고 2016년에는 우산운동의 주역들과 함께 데모시스토를 창당해 비서장으로 일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기인 2013년 7월에서 2015년 6월까지 약 2년간을 ‘시민투표 전야’, ‘동맹휴학 준비’, ‘우산운동의 시작’, ‘점거가 막을 내린 후’ 4부로 나눠 시간순으로 기록했다. 우산운동의 전개 과정을 중심으로 그 틈에 느낀 희망과 불안, 민주주의를 보는 관점, 홍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견해 등을 담은 짤막한 글 67편으로 구성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란 ‘타협의 예술’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보수파 정치인은 물론이고 민주파 정치인에게서도 자신의 신념이 ‘이상주의’로 치부되고, ‘삼류대학에나 갔다’고 비웃음을 사는 상황에서 그가 기댄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가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인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이 보여서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야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오늘은 광주, 내일은 홍콩’이 되기를, 언젠가 홍콩 사람들도 한국처럼 자유와 민주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프시케의숲. 348쪽. 1만6000원.

▲ 말의 원칙 = 카민 갤로 지음, 김태훈 옮김.

CNN 등에서 앵커로 일했고 ‘최고의 설득’, ‘어떻게 말할 것인가’ 등 화술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가 의사소통 능력을 증진하는 말의 기술을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력을 얻으려면 주장이 논리적 구조(로고스)를 지녀야 하고 발화자의 인격과 품성(에토스)을 토대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며 청자와 감정적 유대(파토스)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를 인간 심리에 대한 최초의 진정한 논의로 간주한다. 파토스, 즉 감정을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삼았기 때문이다. 마틴 루서 킹의 연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설득력이 뛰어난 문서’인 독립선언문 등이 이 같은 기술을 잘 활용한 역사적 사례다.

저자는 이어 링컨, 케네디에서 현재 각 분야 최정상급 과학자, 기업가 등의 화술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말의 기술을 집약해낸다.

그가 제시하는 ‘상위 1%가 사용하는 말의 기술’ 가운데 첫 번째는 파토스의 원칙을 기억하는 것이다. 역경 극복과 같은 끌리는 이야기로 감정을 자극하면 기억은 오래가기 마련이다.

또 역사상 위대한 극작가들이 채택한 ‘3막 구조’를 따를 것을 권한다. 고전적인 각본에서 3막은 ‘주요 인물 소개’, ‘난관의 등장’, ‘문제의 해결’로 구성된다. 이를 기업 프레젠테이션에 활용한다면 ‘회사나 산업의 현재 상황 묘사’,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논의’,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전략을 통한 문제의 해결’ 구조가 된다.

이밖에 ‘단 한 줄로 승부하라’, ‘최소한의 단어만 써라’, ‘비유로 요리하라’, ‘잠든 뇌를 깨워라’, ‘두려움을 조절하라’ 등이 저자가 제시하는 말의 기술이다.

알에이치코리아. 336쪽. 1만6800원.

▲ 세계는 지금 = 문호철 지음.

방송사 워싱턴 특파원과 정치부장, 보도국장 등을 역임한 저자가 코로나 19 대유행에서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당면한 주요 현안을 해설하고 분석한다.

코로나 19 사태에서 저자는 역사의 아이러니이자 전염병 흑역사의 반복을 떠올린다. 몽골군이 유럽에 퍼트린 흑사병이 창궐함에 따라 교회의 절대성이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중세 붕괴가 시작됐다. 중국이 600여년 전 몽골이 가로지른 실크로드의 현대판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몽골군이 가져온 페스트균에 이탈리아 제노바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코로나 19 사태로 유럽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큰 희생을 치렀다.

저자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비판적으로 본다. 중국은 ‘국제사회와 공존공영’을 내세우지만, 개발원조 대상국들에 천연자원 접근권을 반강제적으로 요구하고 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국토 일부나 항구 등 주요 시설 장기임차까지 요구한다. 또 경제적 관점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이어서 일각에서는 ‘일대일로’가 ‘시진핑 판 대약진운동’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고 지적한다.

이밖에 미·중 해외 주둔기지와 세계군사력, 미사일 방어체제와 사드, 핵무기 확산, 세계 각국에서 분출되는 분리주의 움직임과 포퓰리즘, 민족 갈등, 테러, 자원과 셰일 혁명, 정보통신과 디지털 등에 관해 나름의 관점을 제시한다.

종문화사. 324쪽. 1만5800원.

▲ 능력주의 = 마이클 영 지음. 유강은 옮김.

아이큐 125를 넘는 상위 5%의 ‘뛰어난 계급’에 속하지 못하면 하층 계급이 돼야 하고, 몇몇은 엘리트 계급에 고용돼 가내 하인으로 일해야 한다. 엘리트들은 정치와 경제, 문화를 손아귀에 쥔 채 평등과 공정, 정의를 내세워 자식 세대에게 지위를 세습하지만, 하층 계급과 그 자녀들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영국 출신 사회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저자는 ‘지능(IQ)+노력(Effort)=능력(Merit)’이라는 도식에 바탕을 둔 ‘능력주의’와 ‘능력주의 사회’를 그린다. 사회학적 풍자 문학인 이번 책은 능력에 따른 차별과 엘리트 계급의 세습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가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개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매지L. 319쪽. 1만6000원.

▲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 =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프랑스 심리치료 전문가인 저자는 비전형적이고 복잡한 사유 방식을 ‘정신적 과잉 활동’이라고 칭한다. 생각이 많은 아이들의 뇌가 신경학적, 정서적, 심리학적으로 여느 아이들과 다르게 작용할 뿐이라는 의미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 아이들에게 몇 가지 특성이 있다. 그들은 대체로 감각적으로 과민하다. 남들보다 섬세하고 예리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풍부한 지각 능력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물, 냄새, 소리 등을 쉽고 자연스럽게 인지한다.

저자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 그들이 가진 특징, 양육자이자 교육자로서 어른의 역할,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이들이 부딪히게 될 현실적 어려움, 특히 학교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와 학업 관련 고민에 대해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키. 336쪽. 1만6000원.

▲ 신중년이 온다 = 조창완 지음.

1968년에서 1976년 사이에 태어난 ‘100만 세대’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조카 세대이자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부모 세대다. 스스로 100만 세대 중 한 명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시대별 역사적 사건과 연결지어 이야기로 풀어놓는다.

1969년생인 저자는 박정희 정권 이후 12·12사태, 5·18 광주민중항쟁을 비롯해 1990년대 민주화 운동과 1997년 IMF 외환위기 등의 격동기 모습을 자신의 삶을 통해 들려준다. 이와 함께 100만 세대를 위한 인생 2모작의 가능성과 방법을 제시한다.

창해. 272쪽. 1만6000원.

▲ 더 월 = 존 란체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지난해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장편소설로 유수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정치적 분열과 갈등으로 망가진 미래 사회가 시간적·공간적 배경이다.

한 섬나라는 침입자를 막으려고 모든 해안선과 국경을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으로 에워싼다. 이 장벽을 넘어 들어오려는 자와 이들을 막으려는 자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진다.

주인공은 장벽을 지키는 신입 경계병이다. 복무 기간 2년간 임무를 잘 수행하면 장벽 안에 남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장벽 밖으로 쫓겨나 자신이 막으려던 자들과 같은 처지가 된다.

실패한 정치와 환경 파괴가 가져온 재앙으로 황폐화한 시대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는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영국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존 란체스터 작품이다.

서울문화사. 312쪽. 1만3000원.

▲ 두 사람의 비밀 = 캐런 M. 맥매너스 지음, 이영아 옮김

지난해 영미권에서 성공을 거둔 영어덜트 소설이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캐런 M. 맥매너스가 쓴 미스터리 추리물로 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어머니 고향으로 돌아온 쌍둥이 형제.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 마을은 사실 비극적인 사건이 두 차례나 일어난 곳이다.

20여년 전 쌍둥이 이모가 17세 나이 때 실종됐고, 5년 전에는 학교 홈커밍 퀸이 살해당해 매스컴이 떠들썩했다.

쌍둥이가 도착한 이후 다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홈커밍 퀸으로 뽑힐 학생을 노리는 듯한 경고문이 계속 나타났고 마을 전체가 술렁이는 가운데 하필 쌍둥이 중 하나가 퀸에 선발된다.

홈커밍 퀸은 직접 용의자를 찾아 나선다. 미스터리를 풀 단서가 하나둘 발견되면서 놀라운 결말을 향해 간다. 

현암사. 384쪽. 1만5000원.

▲ 밤 군산항 = 박현덕 지음

중견 시인 박현덕 아홉 번째 시조집이다.

능숙한 솜씨로 주변 사물과 풍경을 따뜻한 시어를 통해 포착해낸다.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운율이 노래 미학을 돋운다.

‘저녁이 오는 시간’ 연작을 비롯해 품격과 읽는 재미를 모두 갖춘 시 60편이 실렸다.

박현덕은 1967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광주대를 나오고 1987년 ‘시조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집 ‘겨울 삽화’, ‘야사리 은행나무’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백수문학상, 송순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받았다.

문학들. 1만원.

▲ 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지음.

20대에 조증으로 두 차례 입원한 이래 극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던 저자의 조울병 극복기다.

저자는 조울병을 사막에 비유한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지글거리는 사막의 태양과 밤이면 영하로 내려가는 극단적 추위가 교차하는 사막의 극한 환경은 생명을 품을 만한 곳이 못 되고 정신 질환으로 세상과 소통할 방도를 잃어버린 이들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 우울증을 겪기도 했으나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그는 신문사 신출내기 기자였던 1997년 조증이 초래한 심신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입원한다. 모든 면에서 활력과 자신감, 의욕이 넘쳐 잠도 오지 않고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이때 몸과 마음은 망가지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엉망이 돼 가고 있었다.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의 힘든 나날을 견디고 퇴원한 뒤 울증이 찾아왔으나 이때는 자신이 조울병이라는 것과 그것이 어떤 병인지에 관한 인식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었고 그 뒤에도 고비는 있었지만 2003년에는 의사로부터 ‘졸업장’을 받게 된다.

물론 조울병은 어느 순간에 ‘졸업’할 수 있는 병은 아니다. 2006년에 조증이 재발했으나 다행히도 환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적당히 거리를 둘 줄도 아는 주치의를 만나게 돼 병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고 가족 및 직장 동료들의 지지와 격려,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되는 취미 활동 등에 힘입어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을 때 하루하루를 반추하고 정리하며 글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 저자는 조울병을 비롯해 다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를 놓고 싶어서 그때의 기록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할 것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조증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아라, 사람과의 접촉면을 줄여라. 잘 안 되겠지만 혼자서 빈둥대라”라고, 울증 환자들에게는 “아깝더라도 업무량을 줄여라. 산책하라. 스스로 먹을 음식을 천천히 준비하라”라고 조언하겠다고 한다. 두쪽 모두에게 공통으로 할 말은 “괴로우면 의사를 찾아가라”라는 것이다.

한겨레출판. 268쪽. 1만3800원.

▲ 마음을 치료하는 법 = 로리 고틀립 지음, 장수정 옮김.

미국의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이며 언론인인 저자가 심리치료사의 세계와 상담실에서 만난 환자들, 그리고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상담한 환자들은 ‘스트레스 누적’을 호소하면서 ‘멍청이들’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40세 남자,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암 진단을 받은 33세 여교수, 이혼 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69세 여성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심리적 위기, 즉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던 그는 또 다른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겪은 환자로서의 경험도 털어놓는다.

이런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심리치료이지만, 이는 겉으로는 치료처럼 보이지도 않고 그다지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마주 앉아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인 것 같다. 그러나 심리 치료는 엄연한 의료 행위로서 그 역사가 유구하다.

이 책에는 심리 치료의 이론적 토대나 기법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다만 우리와 너무도 비슷한 사람들이 삶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곤경에 빠지는지, 그것을 심리치료를 통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번민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지만 감정이란 날씨와 비슷하다. 그것은 바람에 실려 왔다가 실려 나간다. 지금 당장은 슬픔을 느끼지만, 그것이 10분이나 몇 시간 후에 또는 다음 주에도 같은 기분일 거란 뜻은 아니다”라고 말해 준다.

코쿤북스. 568면. 1만9800원.

▲ 신과 인간의 전쟁, 일리아스 = 존 돌런 지음, 정미현 옮김

호메로스가 쓴 3000년 전 고전 일리아스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어려운 원전을 단어뿐 아니라 감정선까지 지금 감각으로 들려준다.

전쟁 이야기 오타쿠인 작가가 쓴 전쟁의 본질이자 무용담이다. 전쟁은 잔인하고 처참하고 슬픈 일이지만, 사실 인간이 살아나가는 데 있어 어쩌면 필수적인 일이다. 말싸움과 대립의 끝은 결국 물리적 살육이기 때문이다.

전쟁 속에는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녹아 있다. 그것이 지금도 불변하는 진리임을 작가는 일리아스를 통해 말한다.

전직 대학교수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인 존 돌런의 작품이다. 정미현 옮김.

문학동네. 404쪽. 1만5500원.

▲ 언컨택트 = 김용섭 지음.

‘언컨택트(Uncontact)’는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에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사 ‘un’을 결합한 신조어로 비접촉, 비대면, 즉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접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코로나 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언컨택트가 일상의 흐름이 됐지만, 이 책은 코로나 19는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이며 컨택트에서 언컨택트로 전환해 가는 거대한 흐름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돼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다. 불안과 위험의 시대에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해 연결과 접촉 방식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

트렌드 분석가인 저자는 언컨택트 현상이 빠르게 일상화하는 대전환적 흐름의 원인과 배경에서 미래 전망까지 역사, 문학, 사회, 철학, 시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현상과 사례, 자료를 들어 설명한다.

그는 “언컨택트 사회는 예고된 미래였지만 코로나 19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전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으며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언컨택트 환경을 도입함으로써 여러 문제가 급격히 노출되기도 한다”면서 “코로나 19가 종료되면 인간 소외와 새로운 갈등, 새로운 차별과 새로운 위험성 등 언컨택트 사회로 인해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퍼블리온. 312쪽. 1만8000원.

▲ 세상의 모든 수학 = 에르베 레닝 지음, 이정은 옮김.

프랑스 엘리트 양성 제도권에서 40년간 수학을 가르쳤고 수학 대중화를 위한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친 저자가 그동안의 강연 내용과 꼭 알아야 할 수학 지식을 정리했다.

수학은 어디에나 있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생활에 깊숙이들어와 있음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해바라기에도, 한 무리의 찌르레기 떼에도, Jpeg 파일 형식을 사용하는 사진 속에도, 그리고 휴대전화 속에도 수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수학은 주식거래를 주도하고 날씨를 예측하며 호주 원주민들의 결혼 제도를 결정하고 선거에서 이기게도, 지게도 한다.

수학은 많은 사람에게 어렵기만 하고 일상생활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토지에 세금을 매기는 것과 같은 실용적인 문제로부터 기원했다.

책은 이 같은 수학의 태동부터 수학적 질문이 점차 추상화해 ‘0’, 무한대와 함수의 개념을 정립하고 방정식을 만들며 결국 앙리 푸앵카레나 알렉산더 그로텐디크가 정립한 구조와 개념이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그리고 수학과 플라톤주의, 공리와 정리, 칸토어의 천국과 직관론자들의 지옥, 수학자들이 바라보는 선과 악 등 수학과 연관된 철학적 과제, 현대의 과학기술에서 수학이 쓰이는 다양한 모습 등을 두루 살펴본다.

저자는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말을 빌려 “오르는 길은 길고 힘겹다. 땀이 나고 고통스럽지만, 일단 정상에 오르면 그 보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수학의 즐거움을 예찬한다.

다산북스. 464쪽. 3만원.

▲ 다빈치가 자전거를 처음 만들었을까 = 페터 쾰러 지음, 박지희 옮김.

가짜 뉴스의 연원과 작동 기제, 역사적 사례 등을 추적한다.

가짜뉴스는 인터넷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독일 문학비평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가짜 뉴스는 지금부터 무려 3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기원전 1274년 람세스가 히타이트와 벌인 전쟁사를 기록한 돌기둥에 ‘간신히 패배를 면한’ 전쟁을 ‘위대한 승리’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다빈치가 자전거를 발명했다는 속설은 누군가 다빈치의 스케치에 자전거처럼 보이는 탈것의 설계 스케치를 몰래 추가한 것이 잘못 알려진 데서 비롯됐다. 지금도 이를 사실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조작에 의한 가짜 뉴스의 위력은 대단하다.

가짜 뉴스 중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간 소문도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는 것들도 있다. 저자는 왜곡되거나 과장, 축소된 보도로 이득을 보는 것은 어떤 무리이며, 또 진실을 숨기는 사람들은 어떤 동기로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지 과거 연합군과 나치, 해외의 정치가 등 다양한 사례로 알아본다.

한국경제신문. 352쪽. 1만6500원.

▲ 비스듬히 = 정현종 지음

등단 55주년을 맞은 정현종 시인이 엄선한 시 29편과 그림을 담았다.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시 ‘비스듬히’ 전문)

시인이 애장한 사물들 모습을 통해 심미성이 발현되는 근원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게 기획 의도다.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현종은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사물의 꿈’, ‘나는 별 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등 시집을 출간했다.

예이츠, 네루다,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했고 산문집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날아라 버스야’ 등도 펴냈다. 한국 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을 받았다.

문학판. 169쪽. 1만4000원.

▲ 피할 수 없는 거짓말 = 크리스티나 올손 지음, 박지은 옮김

스웨덴, 독일 등 유럽에서 인기 있는 ‘마틴 베너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스웨덴 범죄 소설 여왕으로 불리는 크리스티나 올손의 장편소설이다.

변호사 베너가 연쇄 살인범 누명을 쓰고 자살한 사라의 누명을 풀고자 실종된 사라의 아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그러나 오히려 베너는 감시당하고 누명과 함정에 빠진다. 엄청난 음모와 반전이 그를 기다린다.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320만부가 팔렸다.

북레시피. 468쪽. 1만6000원.

▲ 김의 나라 = 이상훈 지음

방송 연예 PD인 이상훈이 지은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청 마지막 황제의 이름 ‘애신각라 부의’가 신라를 사랑하고 생각하라는 뜻에서 왔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소설을 풀어간다.

신라는 중국 금 왕조와 청 왕조로 이어진다는 역사를 입증하고자 관련 유물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람북. 344쪽. 1만5000원.

▲ 천년의 수업 = 김헌 지음.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비극, 역사, 철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학생들에게 항상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거듭해 질문하다 보면 답은 틀릴 때가 있지만, 그 답을 자극했던 질문 자체는 틀릴 리가 없으며 질문 없는 삶이란 인생이란 바다에서 어디로 노를 저을지 모른 채 이리저리 휩쓸려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 9가지를 정리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등이다.

그리스와 로마를 비롯한 고대 철학과 문학이 이 같은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제기했는지를 살펴보면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또 질문의 기초로서 사실 확인과 질문의 기본으로서 맥락 파악, 그리스인들이 가치를 판단하는 방법 등 올바로 질문하는 길도 안내한다.

다산초당. 316쪽. 1만6000원.

▲ 뉴턴의 아틀리에 = 김상욱·유지원 지음.

미술관에서 과학을 보는 물리학자와 과학에서 예술을 읽는 타이포그래퍼가 신문에 게재했던 공동 칼럼을 보강해 책으로 다시 엮었다.

이야기, 소통, 죽음, 감각, 인공지능, 상전이 등 26개의 주제에 관해 과학자는 예술적으로, 예술가는 과학자처럼 말하려 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그림이 예술인지에 관해 예술가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아직 인공지능과 컴퓨터가 예술 창작의 주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기계가 인간의 산물인 이상 ‘기계 예술’은 기계와 인간의 합작품이며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예술가가 면밀히 구상해낸 전략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인간 아닌 기계가 예술의 단독 주체가 되는 미래가 올 수 있다”고 본다.

같은 문제를 두고 과학자는 “예술의 주체가 인간이라고 할 때 여기서 말하는 인간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이 문제는 논리나 예술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인지 모르겠다. 법인과 같이 인간이 자신이 가진 예술적 권리의 일부를 인공지능에 양도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때부터 인공지능은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민음사. 440쪽. 1만9000원.

▲ 심연호텔의 철학자들 = 존 캐그 지음, 전대호 옮김.

대학교 철학 교수인 저자가 니체의 흔적을 따라간 두 번의 알프스 여정과 그곳에 남은 니체의 발자취, 니체 철학에 대한 고찰을 기록했다.

자라투스트라가 탄생한 알프스의 질스-마리아를 처음 찾았던 19세 때 저자의 목표는 높고 비탈지며 위험한 코스를 따라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었으나 이 여정은 자칫하면 자살로 마무리될 뻔했다.

니체가 거기서 자신을 돌아봤듯, 그도 그의 심연을 들여다봤고 심연도 그를 들여다봤다. 살을 에는 듯한 고독과 끝 모를 갈구는 그의 정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단식을 감행하다 크레바스로 몸을 던지기 직전 그는 겁에 질려 산행을 멈춘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렸고 니체처럼 아버지를 갈망한다.

알프스에서 돌아온 뒤에도 니체 철학의 우울한 힘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17년 뒤 한 집안의 가장이 돼 가족과 함께 알프스를 다시 찾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니체를 마주친다. 전에 그를 무너뜨릴 뻔했던 니체 철학은 이제 그의 삶을 고치는 망치가 되고 그의 안온한 삶을 부숴나가며 그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가 된다.

필로소픽. 280쪽. 1만6000원.

▲ 여자라면 심리학부터 = 장루겅(章如庚) 지음. 송은진 옮김.

“여자의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리전의 연속이다. 타고난 사교가인 여자들은 다양한 관계가 얽히고설킨 사회에서 분명 유리하다.”
중국 심리학자인 저자는 여자에겐 남자, 외모, 돈보다 심리학이 먼저라고 말한다. 일과 연예, 인간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만하게 잘 지내고, 하는 일마다 주변의 지지를 받으며 순탄하게 살아가는 여자가 있는 반면, 똑같이 일하고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인간관계도 서툰 여자 또한 많다.

이 책은 심리학의 다양한 원리를 설명하고 인간관계에서 흔히 겪는 현상을 예로 들어 심리학적 측면에서 좀 더 사교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심리 이론을 알면 인생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남자들에게도 대부분 그대로 적용된다.

센시오. 228쪽. 1만4500원.

▲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 팀 데스몬드 지음. 허윤정 옮김.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불교 철학자인 저자는 아버지가 부재한 가운데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십대 때는 끊임없이 따돌림을 당했고, 노숙자로 살기도 했다. 결혼 후에는 아내를 암으로 잃는 시련도 겪었다.

불행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그는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을 만나 마음챙김과 연민 수련을 배우면서 세상이 크게 달라짐을 실감했다. 이 책은 갈등과 고통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어떻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일러준다.

저자에 따르면, 명상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고, 치유는 과거의 나에게서 벗어나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신을 괴롭히던 기억과 자책으로 인한 절망감, 어지러운 생각의 폭풍우를 잠재우고 아름다운 본래 자기의 모습으로 돌아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고통스러운 이유가 다 사라질 때까지 행복을 미룬다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한 순간에 스스로 행복해지지 않으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에너지도 얻지 못한다.”
이 책은 명상 수련을 통해 자신이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 발견하기, 불행을 다루는 기술, 오래된 고통 치유하기,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한문화멀티미디어. 248쪽. 1만4500원.

▲ 마음과 몸의 문제 = 조너선 웨스트팔 지음. 한정라 옮김.

마음은 비물리적인 것이다. 몸은 물리적인 것이다. 마음과 몸은 상호작용한다. 그러나 비물리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은 상호작용할 수 없다.

심(心)-신(身) 문제로 불리는 이 역설을 해결코자 수많은 철학자가 도전해왔다. 심-신 문제를 다룬 철학적 입장들은 당대의 과학적 흐름과 맞물려 있었고, 오늘날은 신경과학의 발견에 기댄 이론이 등장한다.

저자는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데카르트 이후 지금까지 철학과 과학이 내놓은 심-신 문제에 대한 여러 해법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 논리적 맹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해법을 제시한다. 역자는 자신의 서문에서 “몸은 물리적이나 마음은 아닌데, 내 마음과 내 몸은 짝이 되어 상호작용한다”면서 심-신 문제는 마음 경험의 독특성과 마음의 물리성에 대한 주장들을 아울러야 한다고 말한다.

한울엠플러스. 240쪽. 2만4000원.

▲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 김진섭 지음.

저자가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부른 정도전의 생애를 실마리 삼아 여말선초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오늘날 정도전에 관해서는 ‘체제 변혁에는 성공했으나, 권력투쟁에 패배한 정치가’라거나 ‘한 시대를 풍미한 혁명가’ 또는 ‘준비된 혁명가’라는 평가가 있으나 이런 단편적인 해석으로는 여말선초 격동의 역사 현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진정한 정도전을 만나볼 수도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정도전이 태어나고 성장한 14세기 중엽 고려사회의 총체적 난국에 주목한다. 그리고 정도전이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철학과 전략을 갖고 어떤 정책을 구상했으며 누구와 협력하고 반목했는지, 그리고 끝내 좌절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추적한다.

또 ‘한미한 가문’임이 강조되던 정도전의 출신부터 정도전 몰락의 시발이 된 것으로 알려진 요동 공벌 주장과 이방원에게 “살려주시오”라고 목숨을 구걸한 것으로 기록된 그의 최후에 이르기까지 정도전에 관한 많은 기록이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도전의 운명을 바꿔놓은 이성계, 그의 목숨을 앗아간 이방원은 물론 최영, 정몽주, 조준, 심지어 명 태조 주원장까지 일세를 풍미한 이들과의 애증이 얽힌 관계도 흥미롭다.

저자는 “역사상 세상을 바꾼 위인들은 많지만, 정도전처럼 정치·경제·국방·사상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변화와 혁명을 주도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삶은 60년을 넘지 못했지만, 600년이 지난 오늘날 그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썼다.

지성사. 504쪽. 2만9000원.

▲ 나이 들어가는 내가 좋습니다 = 헥토르 가르시아·프란체스코 미라예스 지음, 이주영 옮김.

스페인 작가 두 사람이 일본의 장수 비결을 연구하기 위해 1년간의 준비 끝에 오키나와 오오기미 마을을 찾아간다.

대대로 내려오는 방언을 사용하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숲의 정령 ‘부나가야’를 숭배하는 애니미즘 사상이 강한 이곳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가식 없는 친절을 베푼다. 수정처럼 맑은 물로 생명을 이어가는 푸르른 언덕을 주변에 두고 끊임없이 웃고 농담한다.

저자들은 마을 최고령 장수 노인들과 인터뷰하면서 장수의 비결은 단순히 자연환경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남다른 유쾌함이다.

이들을 보면서 저자들이 떠올린 말은 ‘이키가이’이다. ‘살아가는 보람’으로 직역할 수 있는 이 말은 건강한 음식, 소박한 야외활동, 녹차, 아열대 기후와 함께 오키나와 사람들이 세계에서 유독 장수하는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손꼽는 비결이다.

오오기미 마을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도 만족하며 기쁨에 충만한 상태로 살아간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자기 일을 진심으로 즐긴다. 결과에 상관없이 일의 과정 자체가 그들에게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는 이키가이 때문이죠”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이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는지, 가공식품 대신 어떤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지, 매일 어떤 식으로 운동을 하는지 조사했고 결과를 책에 담았다.

또 단순한 탐방기 이상으로 책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와 나이칸 명상법 등의 이론을 소개하며 특히 운동법의 경우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했다.

세종서적. 296쪽. 1만5000원.

▲ 에로스를 위한 청원 =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베스트셀러 ‘내가 사랑했던 것’ 등을 쓴 인문학자이자 소설가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룬 12편 글을 담았다.

책 제목과 같은 ‘에로스를 위한 청원’에서는 에로티시즘은 성적 자유와 동일하지 않고, 법적으로 간단히 해부하고 규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심장의 문제에서 벌어지는 항구적인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모호성과 신비를 잃지 말 것을 간원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서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아니냐는 문제를 논한다. 피츠제럴드의 밀도 높은 ‘형용사의 매혹에 사로잡히고, 상투성의 화신처럼 보이던 머틀이 티슈페이퍼에 싸서 서랍 속에 넣어둔 개목걸이에서 심오한 슬픔을 읽는다.

페미니스트들의 공격 표적인 ‘코르셋’과 관련해서는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해 이 옷을 입어본 경험을 하고서는 풀리지 않는 포옹을 받는 것, 누군가가 계속해서 허리를 꼭 안아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돼 은근히 그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뮤진트리. 316쪽. 1만7000원.

▲ 구글맵 혁명 = 빌 킬데이 지음, 김현정 옮김.

구글 맵 서비스 개발의 주역이 햇병아리 스타트업 시절부터 전 세계에서 매달 10억명이 사용하는 지도 서비스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소개한다.

책은 1999년 봄 저자가 대학 동창 존 행키를 만나 컴퓨터 화면에 주소를 입력하면 우주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그 집 지붕으로 순식간에 줌인하는 기능을 체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경이로운 디지털 지도에 매료된 저자는 행키가 창업한 스타트업 키홀에 합류해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지도는 신기한 장난감이었을 뿐 그 쓸모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반신반의했다. 닷컴 버블 당시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키홀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CNN이 전쟁 보도에 이 업체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거두게 된 엄청난 홍보 효과로 인해 상승세를 타게 되고 잠재력을 알아본 구글에 인수된다.

키홀의 지도 제작 기술에서 시작된 구글맵은 2005년 미국에서 정식으로 출시된 이래 2020년 현재 200여 국가에 서비스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리뷰 전문 사이트 옐프와 오픈 테이블,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질로, 온라인 여행사 프라이스 라인,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등 혁신적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2007년 구글 지도와 서비스는 스마트폰에 담겼고 곧 애플과 안드로이드 폰의 킬러앱이 됐다. 2008년에는 실제 촬영한 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스트리트뷰 프로젝트와 스트리트뷰 데이터에서 도로나 지번 표기를 읽어내 서비스에 반영하는 그라운드 트루스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량의 미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도전과 혁신을 만나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기술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지도 앱의 경로 탐색 과정과 동일하다. 계속해서 경로를 수정해서 목적지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다.

김영사. 408쪽. 1만원.

▲ 어쩌다 파일럿 = 정인웅 지음.

현직 민항사 기장이 ‘칵핏’이라 불리는 항공기 조종실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곳의 조종사들은 누구이고 그들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우연한 기회에 공군 조종사가 된 한 청년이 많은 이가 선망하고 신뢰하는 민항사 기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분투기이기도 하다.

기장의 리더십과 승무원들 사이의 관계 등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하늘 위 세계의 내막과 실제 비행에서 겪은 재미있는 일화들이 나온다.

또 민항사 기장들이 사용하는 테크닉과 조종사로서의 삶, 특히 민항사 기장으로서 생활과 고민 등 조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았다.

루아크. 392쪽. 1만8500원.

▲ 떠오르는 브라질: 변화의 스토리 = 래리 로터 지음, 곽재성 옮김.

뉴욕타임스와 뉴스위크의 브라질 특파원 출신 저자가 지은 브라질 개설서다.

브라질은 광대한 면적만큼이나 다양한 얼굴을 지닌 나라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화려한 해변은 뉴욕의 번화가 못지않은 화려한 패션 부티크들이 즐비하지만, 골판지를 안식처 삼아 웅크리고 앉아있는 거지와 부랑아들의 모습도 풍경의 일부분이다.

브라질 국기에는 ‘질서와 진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나 브라질 통치자들은 한 번도 질서를 잡지 못했고 진보를 이룩할 능력도 없기 때문에 이 문구는 ‘무질서와 퇴보’로 바꿔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다.

그러나 브라질은 긍정의 에너지도 갖고 있다. 가난과 우울한 정치적 상황도 꿰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내면의 세계, 그 중심에는 낙관적인 브라질 정신이 자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다름 아닌 브라질의 자연적 풍요로움과 경제적 역동성이다. 오늘날 브라질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민주국가이고 여덟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신흥국 중 중국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한다.

책은 지난 500년간 브라질의 역사에 드리운 빛과 어둠을 탐색하고 저자의 실증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40년간 이 나라가 겪은 변화를 추적한다.

후마니타스. 384쪽. 1만9000원.

▲ 씨씨 허니컷 구하기 = 베스 호프먼 지음, 윤미나 옮김

미국 남부 여성들의 우정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는 장편소설이다.

‘작은 아씨들’이나 ‘빨강머리 앤’과 같은 여자들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정신병을 앓던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혼자가 된 소녀 씨씨는 미국 남부에 사는 친척 할머니에게 맡겨진다.

다행히 할머니는 씨씨를 따뜻하게 맞고 이웃 아주머니들도 ‘시나몬 롤’을 들고 유쾌하게 반겨준다.

오랜 상처로 얼어붙은 씨씨의 마음도 남부의 강렬한 태양과 밝은 여성들의 격려 속에 회복되면서 새롭고 밝은 인생을 향해 나아간다.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는 여자들의 우정이 투박하지만 맛깔난 남부 음식들에 어우러져 희망찬 온기를 샘솟게 한다.

아줌마 작가 베스 호프먼의 데뷔작품이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각국에 판권이 팔렸다.

문학동네. 480쪽. 1만5500원.

▲ 룬샷 =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세상을 바꾸는 혁신,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은 고정관념의 완고한 벽을 뛰어넘기 어렵다.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가 ‘괴짜’로 따돌림받다가 뜻을 펴보지 못한 채 흔적 없이 사라지거나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창의적 발상이 ‘허튼수작’이나 ‘공상’으로 치부돼 사산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혁신의 싹을 알아보고 이를 잘 키워 풍성히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하는 것은 조직 문화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 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이고 경영 컨설턴트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로도 일했던 사피 바칼은 위대한 아이디어와 제품은 원래 하나같이 ‘룬샷(LOONSHOT)’이었다고 지적한다. 풍자를 섞어 정의하면 룬샷이란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이다. 저자는 룬샷을 성공으로 이끄는 주된 인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조직 문화보다는 ‘구조’를 들면서 물리학의 ‘상전이(phase transition)’ 개념을 끌어들여 그 근거를 설명한다. 상전이는 조건의 변화에 따라 같은 물질의 상(相)이 바뀌는 현상을 의미한다. 온도에 따라 물이 얼음이 되기도 하고 얼음이 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을 망치로 깨트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상전이를 통해 물이 얼음이 되면 그것이 가능해진다. 책에서는 상전이를 통해 천지개벽의 대성공을 거둔 많은 사례가 소개된다. 연합군의 제2차 대전 승리의 숨은 공신 버니바 부시가 대표적이다. MIT 부총장이었던 부시는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19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 “다가올 전쟁에서 이기는 데 꼭 필요한 기술 면에서 독일에 한참 뒤처져 있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득해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는다. 결국 과학연구개발국(OSDR)이라는 새 조직의 책임자가 된 부시는 대학과 민간 연구소의 과학자·엔지니어·발명가들을 찾아내 이들이 얼마든지 ‘괴상한 것들’을 탐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부시의 전폭적 지원으로 실용화에 성공한 군사용 레이더는 연합군에게 큰 타격을 입혔던 독일 공군기의 영국 본토 폭격과 잠수함의 영·미 수송선 격침 작전을 무력화해 독일의 기세를 꺾고 전황을 뒤집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레이더는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니었다. 1922년 오하이오주 농촌 출신의 서른한 살 청년 리오 영과 무선통신 과학자인 마흔두 살의 호이트 테일러는 전파를 이용해 해상에서 배들이 더 안정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실험을 하던 중 전파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물체가 지나가면 전파신호가 세진 뒤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세지는 현상을 발견한다. 레이더의 기본 원리를 파악한 영과 테일러는 이 원리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이들을 만난 해군 장성들은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라면서 일축했다. 늦었지만 다행히도 20년이 지나 부시라는 촉진자를 만나 레이더는 전장에 배치될 수 있었다.

부시의 역할은 전쟁 기술의 개발로 끝나지 않았다. 부시의 역량을 알아본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 종료가 가시권에 들어온 1944년 11월 전후 국가 발전의 관건이 될 과학기술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 이듬해 루스벨트 후임자인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과학: 그 끝없는 전선’이라는 문건으로 정리해 보고했다. 보고서의 요지는 ‘기술 발전의 페이스 메이커’인 기초과학 연구자금을 자선사업이나 민간 기업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므로 새로운 국가적 연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룬샷’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이야기다. GPS와 개인용 컴퓨터, 바이오산업, 인터넷, 심박조율기, 인공심장, MRI, 소아 백혈병에 쓰이는 화학요법, 심지어 구글 검색 알고리즘의 원형에 이르기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기술들은 모두 부시의 보고서에 자극받아 만들어진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지 못해 몰락한 노키아는 반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했던 노키아의 엔지니어 몇몇은 2004년 인터넷이 가능하고 커다란 컬러 터치스크린에 고해상도 카메라가 달린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전화기를 만들었다. 거기에다 ‘온라인 앱스토어’를 만들자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나 노키아의 지도부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완전히 묵살했다. 그로부터 불과 3년 뒤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하고 휴대전화 시장에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 것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창의와 혁신을 이끄는 ‘기업문화의 모범’으로 칭송받는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유수의 잡지에 표지 모델로 나와 자사의 성공 요인이 기업문화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경영진은 그대로인데 노키아는 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로 ‘프랜차이즈(franchise)’ 개념을 든다. 룬샷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이라 해도 규모가 커지고 안정된 단계에 접어들면 계속 모험을 하기보다는 최초 제품이나 서비스의 후속작 또는 업데이트 버전, 즉 프랜차이즈에 주력하려고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룬샷을 들고나오는 또 다른 혁신기업에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저자는 그러나 룬샷만이 경쟁하는 조직과 기업의 살길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효율성과 안정을 추구하는 일상적 조직 논리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저자는 이를 예술가와 병사에 비유한다. 느슨한 목표와 명상하는 시간이 예술가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군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는 해가 된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상분리와 동적평형을 각각 축으로 하는 도표로 설명하기도 한다. 상분리와 동적평형 모두 강한 상태를 부시와 또 다른 룬샷의 촉진자인 시어도어 베일 AT&T CEO의 이름을 따 ‘부시-베일 균형’이라고 이름 지었다. 부시와 베일은 모두 조직을 상분리와 동적평형이 함께 약한 상태에서 함께 강한 상태로 곧장 이끄는 데 성공했다.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이 잘 분리돼 있으면서 똑같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한편(상분리)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양방향으로 교환하는 상태(동적평형)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의성과 혁신을 심는다면서 두서없이 서두르면 ‘혼돈’ 상태가 된다. 반면에 조직도에 박스 하나 더 그려 넣고 새로운 건물을 임차해 새 연구소 간판을 내거는 것에 만족한다면 ‘함정’ 상태라고 한다. 저자는 특히 ‘신성한 리더’의 뜻에 따라 아이디어가 정지된 팀이나 기업이 빠진 함정을 ‘모세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다시 상전이로 돌아가자면 균형을 잡는 것은 망치로 깨트릴 수 있도록 욕조 속의 물을 얼리면서 동시에 얼지 않는 물도 남겨두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물의 온도를 정확히 0℃로 유지하면 얼음의 가장자리에 물이 찰랑거리는 상태가 된다. 저자는 이를 “균형을 유지해서 어느 한 상태가 다른 상태를 압도하지 않게 하려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룬샷을 도모하는 예술가와 프랜차이즈를 도모하는 병사가 똑같이 사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 나약하고 모호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아주 현실적인 얘기이자 자주 간과되는 요소다”라는 말로 정리한다.

제품과 기업은 물론 국가의 성공 요인을 상전이와 복잡계, 제어변수와 같은 물리학 개념을 차용해 설명하지만, 술술 읽히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례들로 풀어나가 어렵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이 안 든다. 지도자급 인사들이 국가나 기업 경영에 필요한 통찰력을 얻는 데도 유용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재미로 읽기에도 손색 없다.

흐름출판. 468쪽. 1만8000원.

▲ 백세 일기 = 김형석 지음

“내 나이 100세. 감회가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산과 자연은 태양이 떠오를 때와 서산으로 넘어갈 때 가장 아름답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100세에 내 삶의 석양이 찾아들 때가 왔다. 아침보다 더 장엄한 빛을 발하는 태양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

평범했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소소한 일상이 더욱 특별한 철학자가 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다. 1920년생인 김 교수는 이달 23일로 만 100세를 꽉 채운다. 이를 계기로 새 저서 ‘백세 일기(百歲日記)’를 펴내는 감회가 남다르다.

“오래 살기를 잘했다.” 인생의 석양이 찾아드는 지금, 여전한 총기로 성실하게 하루하루의 삶을 채워나가는 노교수의 고백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김 교수는 나이 40이 되면서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자신을 찾아 성장하고 새로워지며 삶의 의미를 얻고자 일기 쓰기를 한 것이다. 지금도 매일 밤이면 작년과 재작년의 일기를 읽으면서 오늘의 일기를 새롭게 쓴다. 그렇게 충만한 삶의 시간을 새기고, 어제보다 더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김 교수는 “일기는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고 고백한다.

이런 삶의 습관과 철학이 신간 ‘백세 일기’로 결실했다. 한 세기를 살아온 철학자가 70편의 글들을 소박하지만 특별한 ‘일상’, 온몸으로 겪어온 격랑의 ‘지난날’, 100세 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 고맙고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엮어냈다. 이번 책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한 일간지에 연재한 ‘김형석의 100세 일기’ 원고에 몇 편의 글을 추가한 것이다.

김 교수의 100세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매일 아침 6시 반에 토스트 반 조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하루 30분씩 매주 3회 수영을 하고 창문 밖으로 넘실대는 구름을 바라보며 소박한 즐거움에 푹 빠져든다. 숲길 산책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년 동안 연세대 근처 연희동에 살면서 이곳 안산의 산지기가 다 돼버렸단다. 책의 제1부 ‘한번 멋지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는 이런 일상을 엿보게 한다.

제2부 ‘석양이 찾아들 때 가장 아름답다’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6월 민주항쟁 등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겪어온 지난날을 회고한다. 일제의 신사 참배 강요에 자퇴를 선택하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던 중학교 시절의 경험을 비롯해 일곱 달 되는 아들을 업은 아내와 바다를 건너 탈북했던 일, 전두환 정권 시절에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가졌던 눈물의 고별강연 등이 실려 있다.

100세 연륜에 걸맞게 3부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다’에서는 옹글게 익어온 사색의 열매들을 만나게 된다. 김 교수는 소장하던 골동품 도자기에서 “인생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골동품이 아니다. 항상 새로운 출발이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새롭게 얻었고, 만추에 떨어져 가는 잎사귀를 바라보면서는 “새싹이 피기 위해서는 자리를 양보해야 하고, 낙엽이 되어서는 다른 나무들과 숲을 자라게 하는 비료가 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제4부 ‘더불어 산 것은 행복을 남겼다’에는 인생 역정에서 만나온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도산 안창호, 인촌 김성수, 고당 조만식, 시인 윤동주 선생은 물론 30년 동안 머리를 다듬어준 이발사 아저씨, 홈스테이로 수년간 함께 지낸 독일 교환학생의 이야기까지 하나하나 들려준다. 그는 “더불어 산 것은 행복을 남겼다. 가장 소중한 것은 마음의 문을 열고 감사의 뜻을 나누며 사랑을 베푸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인생의 행복한 의무다”고 말한다.

평북 운산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평양 숭실중과 제3공립중을 나왔으며, 일본 조치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에 탈북해 7년간 서울 중앙중고 교사와 교감으로 근무했다. 1954년부터 1985년까지 31년 동안은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해왔다. 저서로는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백 년을 살아보니’ 등이 있다.

김영사. 232쪽. 1만4800원.

▲ 이슬람의 모든 것 = 존 L. 에스포지토 지음. 박현도·송영은 옮김.

세계 인구 20% 정도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한국도 내국인 3만 명과 외국인 18만 명 등 모두 21만 명의 무슬림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슬람은 여전히 낯선 종교다.

이 낯선 종교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하다.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이 시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 무슬림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출발한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 교수가 쓴 이 책은 이슬람교 입문서이자 해설서다. 저자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해 받았던 수많은 질문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다고 한다. 왜 무슬림이 테러를 감행하는가? 이슬람교의 신은 그리스도교의 신과 같은가? 지하드란 무엇인가? 정치와 경제, 역사와 문화, 관습과 종교 등 이슬람에 관한 사항을 122개 질문으로 대답으로 정리해 문답식으로 들려준다.

책의 뒤편에는 옮긴 이의 글 ‘한국의 이슬람교’가 실려 있다. 우리 역사에서 이슬람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한국전쟁 때 참전한 터키군을 통해서였고,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아랍 국가들과 교류하며 이슬람교를 받아들였다. 서울 이태원에 이슬람교 중앙성원이 개원한 때는 1976년이었다.

바오. 380쪽. 2만원.

▲ 나를 인정하지 않는 나에게 = 박예진 지음.

타인과 비교해 자신을 판단하고 우열을 가리는 게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인 심리작용이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인식, 즉 열등감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게 지지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타인과의 비교’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꾸미는 데 몰두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들러 심리학의 중요 개념인 ‘자기수용’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고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자기수용’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지금 여기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우리 삶의 목표가 ‘자유와 행복’이라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잘 지내는 것’”이라며 “자기수용이야말로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도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며, 내가 목적한 삶을 향해 길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자기수용이 잘돼 자존감이 높아지면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스스로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며, 어떤 상황이라도 피하지 않고 대처할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인플루엔셜. 282쪽. 1만5000원.

▲ 김일성과 박정희의 경제전쟁 = 정광민 지음.

해방 이후 한반도는 분단시대를 살아오고 있다. 이 분단시대를 특징짓는 가열한 체제 경쟁은 북한의 김일성과 남한의 박정희에 의해 선도됐다. 김일성과 박정희의 시대는 전면적인 경제전의 시대였고, 이는 지금까지도 남북의 체제와 민중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마항쟁연구소 이사장인 저자는 남북경제전사를 다룰 때 가장 큰 문제가 김일성과 박정희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분열적 입장과 태도라고 말한다. 지지자들로부터는 숭배의 대상이 되지만, 비판자들로부터는 경멸의 대상이 돼 두 인물에 의해 이뤄진 경제전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남북의 경제전은 애초에 민생개발 경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에 전쟁을 위한 국방개발 경쟁으로 변질했다. 김일성과 박정희는 철저히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체제경쟁을 이어나갔고, 이 과정에서 남과 북 모두에서 국방개발 총력전체제가 출현했다.

저자는 체제경쟁의 성공과 실패보다는 남북이 살아온 시대를 돌아보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지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초판은 2012년에 출간됐으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난 저자는 1979년 부마항쟁 때 부산대 시위를 주도해 두 번 투옥된 바 있다.

산지니. 414쪽. 2만5000원.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표 요리놀이 = 최인영 지음.

가족학 박사이자 아동요리지도자인 저자가 딸과 함께 요리하며 집필한 책으로, 세계여행·미술·계절·영어·기념일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요리놀이를 선보인다. 요리마다 같은 주제의 미술놀이를 확장 활동으로 제시해 모두 100가지의 놀이를 다양하게 즐기게 한다.

저자에 따르면, 요리놀이는 안전한 재료를 마음껏 만지고 먹고 냄새 맡으며 오감을 자극해 소근육과 두뇌 발달에 좋다. 편식이 심한 아이도 놀이를 통해 친숙하게 요리를 받아들일 수 있어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

또한 측량 단위, 도형, 순서와 규칙, 분수 등 수학 개념을 접하게 되고, 재료를 익히고 혼합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자란다는 것. 나아가 인내심과 집중력이 향상되고, 부모와 교감하며 애착과 신뢰감이 쌓이는 등 정서 발달에도 좋다고 한다.

슬로래빗. 204쪽. 1만5000원.

▲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엄지영 옮김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면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장편소설이다.

창비세계문학전집에서 국내 초역으로 소개된다.

작가가 직접 꼽은 자신의 대표작품으로 1950년대 페루 독재 정권 아래에서 신음하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1936년 페루 아레키파에서 태어난 그는 ‘도시와 개들’, ‘녹색의 집’ 등의 장편소설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상, 스페인 비평상,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 등을 휩쓸었다.

창비. 1권 596쪽. 2권 512쪽. 각 권 1만8000원.

▲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 프랜시스 후쿠아먀 지음, 이수경 옮김.

‘역사의 종말’로 명성을 얻은 저자가 인정에 대한 요구, 타자 혐오, 포퓰리즘 정치 등 현재의 세계가 직면한 특징적 현상들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 현상들은 모두 같은 이유, 즉 현대 사회의 필연이라고 할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소속감을 갖기 어렵고 인정의 결핍을 겪은 이들이 민족·인종·성별·종교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집단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대상을 혐오하게 되며 이는 특정 정체성을 호명하고 자극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출현하기 좋은 토양이 돼 준다.

저자는 백인 민족주의, 이슬람국가(ISIS) 문제, 힌두 민족주의 등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러나 그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없던 시기, 정체성 정치가 발흥하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시각을 달리해 본다면 다원화한 사회에서 여러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은 불공평과 부당함에 대한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반응이며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사회를 정체성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정체성이 고정된 것도, 꼭 출생과 동시에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정체성은 분열로 가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통합으로 향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으며 그것이 오늘날의 포퓰리스트 정치를 치료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308쪽. 1만6000원.

▲ 극장국가 대한제국 = 김기란 지음.

1897년부터 1910년까지 10년 남짓 존재한 대한제국은 고종이 피정복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과 제국이 돼야 한다는 열망의 간극을 스펙터클의 극적인 효과로 넘어서려 한 시도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책은 시작부터 균열을 내재한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를 입체적으로 펼쳐 보이며 고종이 어떻게 현실적인 권력이 아니라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성취했는지를 입증해 보인다.

‘극장국가(theater state)’는 미국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발리 왕국을 분석하는 데 적용한 개념으로 국가의례를 통해 국가권력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국가 형태를 의미한다. 극장 안에서 창출되는 극적인 환영의 효과가 그러하듯, 제국을 재현하되 그것이 현실이 될 수는 없고, 그럼에도 환영처럼 제국을 믿게 만드는 것이 극장국가의 효력이다.

저자는 대한제국이 대외적 상황에 좌우되는 정치적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의 장에서 10여년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치 현실을 뛰어넘는 극장국가의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현실문화. 352쪽. 2만2000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