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변변치 않은 가게가 간판만 바꿔 단다고 신통해질리 만무하다. 간판이 아니라 체질을 바꾸고 시설과 제품에 투자해야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최근 백제문화제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잡음은 내실보다 외식(外飾)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라는 간판을 내리고 백제문화제재단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면서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는 것은 달갑지 않은 신호다. 무언가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우려감을 자아낸다.

1차 공모에서 최종 후보에까지 모른 인사가 2차에서는 서류심사조차 통과를 못하고, 면접에서 떨어진 인사는 서류심사를 통과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그때그때 다른 '고무줄 잣대', 선발 기준과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밀실인사' 의혹 등 선임 전부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불공정 시비는 물론 심지어 ‘내정설’까지 흘러나오는 마당이다.

이래서야 재단이 제대로 굴러갈지 의문이다. 누가 재단 대표로 뽑혀도 선임과정에서의 잡음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꿴 까닭이다.

기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의 정체성이 모호했다. ‘민간 중심’의 조직체라는 타이틀도 무색할 정도로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다보니 축제전문가 집단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지난 2007년 출범 이후 13년간 한 일이라고는 고작 개폐막식 정도에 불과하다. 민간주도의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 백제문화제의 자생력 강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등은 지자체의 몫이었다. ‘옥상 옥(屋上 屋)’의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해도 과언 아니다.

간판을 바꿔 달기 전에 적어도 진지한 고민과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했다. 재단의 방향성을 어디에 둘 것인지, 어떻게 체질을 바꿔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했다.

결국 정체성도 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을 진행하다보니 오락가락할 수밖에. 차별화된 후보를 어떻게 발탁해 어떻게 쓸 것인지의 전제에 정체성과 방향성이라는 튼튼한 뿌리가 있어야 했다는 애기다.

속은 텅 비어 있으면서 겉치레만 신경 쓴다는 건 그야말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재단 대표이사 선임이 지난 2017년 이후 궐석인 백제문화제추진위원장 ‘땜질용’에 그쳐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간판을 바꾸는 김에 무엇을 쇄신할지도 논의해 나가야 한다.

백제문화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네 편 내 편 ‘지역색’을 따져서도 곤란하다. 옥석을 가리는 일에 방해만 될 뿐이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공주와 부여 양 지자체간 갈등의 골이 깊었던 만큼 멀리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28일 오후 4시에 있을 백제문화제재단 대표이사 선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떤 간판을 내걸든 백제문화제의 자생력을 키워 명품축제로 발돋움시킬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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