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마실 때 시린 증상 지속된다면 의심해봐야
일명 ‘분노의 칫솔질’ 버릇 신경치료로 이어져

이경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40대 남성 A 씨는 최근 양치질을 하면서 찬물로 입을 헹구다가 갑자기 시린 느낌을 받았다. 충치도 없고, 질기고 딱딱한 음식도 잘 먹을 정도로 치아는 튼튼하다고 자부해오던 터다.

처음에는 찬물이나 찬 음식을 먹을 때만 잠깐 시리더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불편해져 찾은 병원에서 ‘치경부 마모증’ 진단을 받았다.

과연 치경부 마모증은 무엇일까? 이경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의 도움말로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 이 악무는 습관, 이갈이, 질긴 음식 등도 원인

치아가 시린 원인은 다양하지만 ‘치경부 마모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치경부 마모증은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분인 치아의 목 부분(치경부)이 마모돼 패인 것을 말한다. 치아의 가장 겉표면은 단단한 부분인 법랑질로 이뤄져 있고, 그 안쪽으로는 부드러운 상아질, 제일 안쪽은 내부 신경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법랑질은 상아질과 신경조직을 외부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여기가 깎여 나가면 상아질이 노출되고, 외부자극이 신경조직으로 쉽게 전달될 수 있다.

칫솔질을 좌우로 빠르고 세게 하거나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잘 때 이를 갈거나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파인 부분을 레진으로 메워 증상을 줄인다. 치아가 많이 닳아 치수 조직이 노출되면 신경치료, 보철치료 등을 한다. 초기 증상이 있다면 솔이 부드러운 칫솔을 선택한다. 칫솔질 할 때는 칫솔 잡은 손목을 아래에서 위로 돌리며 치아를 닦는 회전법을 활용한다. 정기검진을 통해 치아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따라서 치경부 마모증 초기에는 찬바람이나 찬물에 크게 시릴 수 있다. 보통 뜨겁거나 찬 음식 등 온도차가 심한 음식을 먹을 때, 찬물로 양치질을 할 때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된다. 상아질까지 마모되기 시작하면 마모 속도가 7배나 빨라지고 치아 내부의 신경조직과 가까워지면서 치아는 더욱 시리게 된다. 치아의 반 이상이 마모되면 내부 신경조직이 드러나 신경치료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저작 도중 치아가 부러질 위험도 높아진다.

◆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은?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 중 첫 번째는 잘못된 양치질이다. 뻣뻣한 칫솔모에 치약을 듬뿍 바르고 강한 힘으로 치아 옆 부분을 세게 문지르듯이(횡마법) 박박 닦는다면 치아 마모가 쉽게 일어난다. 뻣뻣한 칫솔모는 부드러운 칫솔에 비해 치아를 더 마모시키고, 마모제 성분이 많은 치약도 치아 마모를 빠르게 진행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치약도 연마력이 약하거나 지각둔화제가 함유된 것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마모 초기에는 패인 부분을 치아 색과 거의 유사한 플라스틱으로 메꿔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으나 치수가 노출되었을 때는 치아 안에 있는 신경을 제거하고 다른 물질로 신경이 있던 자리를 채워 넣는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딱딱한 음식을 먹거나 이갈이와 같이 이를 악무는 습관도 원인이 된다. 이를 악물 때 생기는 과도한 교합압이 치경부로 전달되면서 치아가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의 식습관도 치경부 마모증에 영향을 미친다. 김치, 나물 등 질긴 섬유질로 이뤄진 식단이 많고 질긴 음식을 씹을 때 옆으로 갈면서 씹게 돼 치경부 마모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그 외에 노화나 치주염 등도 치경부 마모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치료와 예방법

치경부 마모증의 치료는 시린 증상만 있고, 마모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지각 과민 처치제를 치아면에 코팅하고, 시린이 전용 치약을 사용한다. 어느 정도 마모가 된 경우라면 파인 부분을 치아색의 레진이나 글라스 아이오노머로 메꿔서 치아가 더 이상 마모되는 것을 막는다. 마모가 심한 경우라면 신경치료를 하고 포스트라고 하는 일종의 기둥을 세우고 크라운을 제작해서 치아를 씌워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양치질이 가장 중요하다. 잘못된 방법으로 지나치게 열심히 양치질을 하면 치경부가 더 파이게 되고, 이 치경부에 쌓이는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더 세게 문지르게 되면서 점점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뻣뻣한 칫솔보다는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고 횡마법이 아닌 회전법을 이용해 치아의 결대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닦는 것이 좋다.

또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은 치아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치경부의 굴곡 파절을 발생시킬 수 있어 되도록 피하거나, 작게 잘라 먹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치경부 마모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과도한 교합압을 유발하는 이갈이나 이악물기와 같은 구강 악습관이 있다면 조절하는 것이 좋다.

이경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는 “치경부 마모증은 시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아가 더 파이지 않도록 해 치아가 지속적으로 손상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심하게 진행되면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치아의 시린 증상이 지속되거나, 육안으로도 치아가 파인 것이 보인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방치하지 말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올바른 칫솔질의 방법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일명 ‘폰즈법’과 ‘와타나베법’이다. 폰즈법은 치아를 다문 상태에서 원을 그리듯이 치아와 잇몸을 닦는 방법으로 치아의 마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안쪽까지 깨끗하게 닦기 어렵기 때문에 이 안쪽은 좌우로 닦는 횡마법을 혼합하는 것이 좋다. 안쪽의 어금니를 닦을 때는 거울을 보며 칫솔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와타나베법은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것처럼 칫솔모를 이용해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칫솔을 연필을 잡는 것처럼 잡고 칫솔모를 30도 정도 기울인 다음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를 칫솔모가 통과하도록 한다. 씹는 면은 칫솔을 직각으로 세우고 닦아준다. 와나타베법은 방법이 어렵지만 치태 제거와 잇몸 마사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움말=이경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
정리=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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