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K리그 복귀 목표…“시민들과 K리그 황금기 만들겠다”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금강일보 서지원 기자] 충남이 배출한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K리그 역사상 가장 드라마 같았던 2013년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 2016년 FC서울의 K리그 우승. 이 모든 기념비는 황선홍(52) 그의 발끝에서 빚어졌다. ‘전설의 황새’가 K리그로 귀환했다. 그의 선택은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환골탈태한 대전하나시티즌. 엄밀히 따지면 K리그가 아닌 K2리그에서의 도전이다.

최고의 선수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인생 제2의 도약기에 이런 저런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더 숙성된 경험을 자양분 삼아 대전에서 새로운 날개를 펼칠 채비를 하고 있는 ‘황새’ 황 감독을 만나봤다. 편집자

#. Re New 대전하나시티즌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황 감독은 여전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리그 개막은 미뤄졌지만 1부리그 승격을 위한 담글질에 여념이 없는 거다.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우리의 위치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것 말고 정답이 없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개막이 잠정 연기되며, 시즌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지만 언제라도 팬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변신했다. 부담감이 없을 순 없겠지만 좋은 선례를 만들어 대전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비친다.

“초대감독을 맡게 돼 영광스럽습니다. 새로 태어나는 팀이라 부담도 있고, 그만큼의 책임감도 따르는 것 같습니다. 저를 비롯해 선수단, 프론트 모두가 하나돼 축구특별시 명성을 되찾도록 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바뀐 첫 사례인만큼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축구를 통한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내 리그에서 감독으로도 큰 발자취를 남긴 황 감독. 그가 1부리그가 아닌 2부리그 대전하나시티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단과 프론트가 품고 있는 ‘비전’ 때문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대전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대전이 갖고 있는 비전과 미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성장을 목표로 하는 구단의 비전에 충분히 공감했으며 분명히 그런 저력을 가진 구단,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대전은 ‘축구특별시’ 명성을 가진 도시잖습니까.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어 대전하나시티즌의 황금기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황 감독 부임이후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단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 뒤엔 분위기도 달라지는 법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는 게 황 감독의 귀띔이다.

“전체적으로 선수단 내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있습니다. 1차 스페인 전지훈련부터 2차 남해 전지훈련까지 선수들 모두 새로운 동기부여를 통해 훈련에 임하다보니 운동장에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상태랍니다. 선수들 간에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밝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막이 잠정적으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긴장감이 풀어지지 않도록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 2020 목표는 K리그 승격

황 감독은 2020시즌 새로운 얼굴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단순히 젊은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만이 아니다. 경험 많은 선수들과의 조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기존의 젊고 유능한 재능 많은 선수들과 더불어 이웅희, 이규로, 조재철과 같이 풍부한 K리그 출장경험을 지닌 베테랑 영입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가미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빚어내는 조화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또 안드레, 바이오와 같은 실력있고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지난 시즌 빈곤한 득점력 보완에 중점을 뒀습니다.“

어느 스포츠 구단이든 초대 감독의 역할은 막중하고 그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대전하나시티즌의 경우 1부 리그 승격이라는 단기과제와 함께 구단의 10년 후 미래 기틀 마련이라는 장기적 과제를 창출해야 한다. 황 감독은 대전만의 고유한 팀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당장의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대전의 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전의 축구 문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감독, 선수, 팬,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좋은 축구 문화는 팬들의 사랑이 기반돼야 구축되기 마련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경기력을 유지해야 하고, 내적으로는 자생력을 갖춘 유스 시스템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감독이라면 분명 좋은 결과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황 감독은 컴팩트한 축구를 통해 대전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속도감 있는 축구를 목표하고 있어요. 상대가 수비적으로 돌아서면 속도를 내기 어려운 만큼 조금의 공간이 창출될 때 속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상대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때는 여유를 갖고 경기를 우리 쪽이 지배하게 끔 할 계획이에요. 이렇게 공수 모두 컴팩트한 축구가 이번 시즌 구현하고자 하는 ‘대전하나시티즌’의 색깔 축구가 될 것입니다.”

포항에서 승승장구하던 황 감독은 야심차게 도전한 서울에서 쓴잔을 마시고, 이후 도전한 중국 옌벤이 해체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아픔을 자양분으로 삼은 황 감독은 대전에서의 성공을 다짐하면서 ‘원팀’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리빌딩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쉬는 기간 동안 리더십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물론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타일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제 틀에 선수들을 끼워 맞추려고 했다면 지금은 선수들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지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린 선수와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이 많은 만큼 가능한 훈련장을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고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대전하나시티즌이 K리그로 승격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중 하나가 용병이다. 황 감독은 안드레와 바이오가 다른 유형의 용병인 만큼 이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술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일이 다른 용병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입니다. 이들이 수비적인 부담을 덜면서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을 짜고 있습니다. 안드레는 연습경기에서 꾸준히 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바이오 역시 지난 시즌 K리그에서 두 자리수 골을 기록했기 때문에 리그 적응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K리그2는 결과를 예측하기 더 어렵다고들 말한다. 변수가 그 만큼 많다는 의미다. 황 감독도 K리그2는 처음이다. 그러나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반드시 K리그 승격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내비췄다.

“K리그2는 모든 팀들이 승격을 목표로 합니다. 결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는 건 다양한 변수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 같아요. 무조건 승격만을 향해 달려가는 패기와 열정보다는 냉정함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좋은 선수들이 영입된 만큼 적재적소에 배치해 실리적인 축구를 구현, 반드시 승격하겠습니다.”

올 K리그2에서는 피치 못할 선의의 경쟁이 펼쳐진다. 팬들에겐 또 하나의 볼거리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후배들인 설기현·김남일 감독과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지략 대결을 벌여야 하는 거다.

“굉장히 흥미로운 경쟁이 될 것으로 봅니다. 다들 선수 시절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점이 감독으로서 큰 경쟁력이 될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눠보면 각자 지닌 축구관도 뚜렷하고 워낙 젊은 감독들이라 패기있는 축구를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들로부터 나 역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자극이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황 감독은 대전하나시티즌이 K리그 흥행 촉매제가 되길 꿈꾼다.

“팬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K리그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올해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대전이 K리그 흥행의 촉매제가 되길 바랍니다. 대전 팬 여러분이 경기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좋은 축구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