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선거제도 개혁 아닌 개악…국회입법조사처 지적

국회 입법조사처 제공

[금강일보 최일 기자]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국회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선거제도가 오히려 정치 양극화와 거대 양당제의 부활을 불러왔다.’

이것은 지난달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린 평가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분석 및 향후 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번 총선은 높은 투표율(66.2%로 1992년 14대 총선 71.9% 이후 최고치)과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의석수는 위성정당 비례 의석을 포함해 총 283석(180석 vs 103석)으로 전체의 94.3% 점유,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 나타난 거대 양당 의석 점유율 중 최고치]의 지역분할구도라는 특징을 보여줬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려는 유권자들의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가 강화되면서 지지세력이 결집하고, 정치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제도적으로는 비례성을 높이고 다당체계를 구축하고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제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비판했다.

입법조사처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시민당’, 미래통합당의 ‘미래시민당’) 등장과 코로나19에 이슈가 집중되면서 유권자들의 정책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며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부적격 논란과 정당 내부 갈등으로 정당 간 정책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은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평가와 대안세력으로서의 야당에 대한 평가로 압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성정당의 존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를 노출, 선거제도 개선이 요구된다”며 “비례성을 높이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위해 도입된 선거제도가 정치 양극화와 거대 양당제의 부활을 불러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입법조사처는 그러면서 “이번 총선 결과는 준비되지 않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며 “정당 민주화와 비례대표 의석 확대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비례성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추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 정부의 검진과 방역이 국제적인 모범사례로 인식되면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고, 내수 침체와 고용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의 극복을 위해선 정권 심판보다는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결집시켜야 한다는 판단’이 민주당의 압승 요인으로, ‘미래한국당과의 공천 갈등과 일부 후보자의 막말 파문으로 인한 중도보수층과 부동층의 이반과 유권자들에게 대안정당으로서의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통합당의 패인으로 지목됐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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