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서서 물 깊이 산을 볼 일이다
무엇이 바쁜가
이만큼 살아서 마주할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도 저 혼자 돌아간다

그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당신은 지금 기쁩니까. 크게 슬픈가요. 화가 났습니까. 환희에 차오르며 두렵고, 분노에 휩싸이며 절망적입니까. 혹은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오늘 당신의 감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요. 내일의 날씨처럼 당신은 내일의 감정을 예측할 수 있습니까. 아닙니까.

당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강은 항상 거기에서 흐릅니다. 그러다 저 혼자 돌아갑니다.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강가를 서성이다 돌아섰을까요. 어떤 기쁨에도, 어떤 슬픔에도, 묵묵히 흘러가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강물의 감정이라 말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깊어가는 것이 금강이겠지요.

그 강에 가고 싶습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기뻐 웃는 게 아니라,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눈길을 거두는 게 아니라, 그저 물 보고 산 보고 강물처럼 흐르고 싶습니다. 흐르면서 나의 온 하루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어떤 힘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고 싶습니다. 거리를 두고 싶습니다. 그게 금강을 향한 나의 감정이라 말해도 되겠습니까.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