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시스

[금강일보 이기준 기자] 미세먼지는 일상이 됐고 ‘새집증후군’ 등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오염까지, 공기 질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특히 코로나19 등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의 공포까지 상존하다보니 더 고도화된 공기 질 관리는 생활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대기오염’이라는 사회문제와 맞물려 공기청정기 시장이 열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공기청정만으론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소비자는 공기정화살균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간 공기정화살균기는 병원이나 연구소 등 의무설치기관에서나 활용돼 왔지만 학교나 사무실, 가정 등으로 그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퓨어시스 이우영(53) 대표를 만나 ‘공기살균’의 세계를 엿봤다.

 

이우영 ㈜퓨어시스 대표

#. 깨끗한 공기 수요에 눈을 뜨다

프리미엄 공기정화살균기를 제조하는 ㈜퓨어시스는 올해로 11년차 중소기업이다. 이 대표는 ‘공기정화살균’이라는 아이템 하나로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여전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중이다.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공기정화살균기는 기술적으로 ‘애플’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지만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진 못 했다. 시장의 요구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공기가 없으면 살 수가 없죠. 그런데 공기가 오염되니 비즈니스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그 결과가 공기청정기입니다. 그러나 공기청정기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하는 것이고 그래서 틈새를 엿봤어요. 일반적으로 공기청정기의 핵심은 HEPA(헤파) 필터인데 0.3㎛(마이크로미터)가 한계예요. 그 이하 입자는 걸러내지 못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기살균 기술을 개발했고 창업에 나선 겁니다.”

이 대표가 퓨어시스를 창업한 건 2009년의 일이다. 당시엔 공기청정기라는 것도 일반 소비자에겐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이 대표는 한 발 더 나가 ‘공기살균’ 개념을 도입했다. 헤파 필터로는 잡아낼 수 없는 세균과 바이러스, 유해화학물질(가스)까지 잡아내는 공기청정의 새로운 기준점이었다.

#. 더 깨끗한 ‘순수 공기’에 도전하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大氣)엔 공기(空氣)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 다양한 유해물질들도 포함돼 있다. 공장굴뚝이나 차량에서 배출되는 유해 가스와 미세먼지, 환경처리시설·축산분뇨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 물질도 대기 중에 떠다닌다.

리모델링을 마친 새집에 들어가면 나는 특유의 냄새는 각종 건축자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에서 비롯된 것으로 부유세균들과 함께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피부염’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기 중엔 세균과 바이러스도 날아다닌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분명 대기 중에 존재하는 것들로 호흡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체로 유입된다. 인체의 면역체계가 감당할 수 있으면 큰 문제가 안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중화됐는데 그 이전부터 특정 산업에선 공기살균기를 쓰고 있었어요. 세균·바이러스까지 잡아야 하는 병원 수술실이나 산후조리원, 각종 유해독성물질을 다루는 연구실 등에선 공기청정을 넘어 공기살균이 필요했죠. 초창기엔 해외 글로벌 브랜드 제품이 국내 시장을 거의 독식했는데 저희가 핵심 기술을 국산화 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부·지자체로부터 제품 디자인 지원까지 받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시장 점유율을 점점 키워갈 수 있었죠. 지금은 객관적인 성능평가에서 해외 유명 제품을 넘어서기 때문에 국내보단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습니다.”
 

#. 세균·바이러스까지 걸러내야 안전

공기청정기의 핵심은 필터다. 팬을 돌려 공기를 흡입하면서 필터로 공기 중 오염물질을 걸러 정화된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인데 바로 필터(부직포)의 등급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HEPA(헤파) 또는 ULPA(울파) 등급의 필터를 사용해야 0.3㎛이상의 오염물질을 99.7%이상 제거할 수 있다. 전기집진방식을 결합해 정화의 효율을 높이고 활성탄필터를 더해 일부 냄새 유발물질을 걸러내기도 하는데 입자 크기가 0.3㎛이하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어쩔 도리가 없다.

퓨어시스는 14단계에 걸친 정화 과정을 거친다. 우선 프리필터와 카본필터, 헤파필터(H13)로 머리카락, 황사먼지, 꽃가루 등 큰 입자에서 담배연기 등 생활악취물질, 미세먼지(PM10·PM2.5), 곰팡이균 등 0.3㎛이상 입자를 걸러낸다. 이 3단계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본 기술이고 이후 11단계의 필터링 시스템에서 퓨어시스의 마법이 시작된다. 살균, 탈취, 유해가스를 분해하는 과정이다.

여기선 공기 중 세균, 유해성분과의 접촉면적을 최대화할 수 있는 등방형 메탈폼에 나노 크기의 이산화티타늄, 특수 촉매를 코팅한 필터와 자외선이 핵심이다. 특수 코팅 필터에 자외선(UV)을 쏴 주면 연쇄적인 전기·화학적 촉매 반응을 통해 흡입된 공기 중 세균·바이러스를 99.99% 분해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정화 방식에 따라 오존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퓨어시스는 오존까지 제거한다. 여기에 선택적 3단계 필터(저온탈취촉매필터·친환경고체방향탈취제·무오존순수음이온발생장치)까지 더해지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 했던 전혀 다른 공기가 후각에 전달된다.

“저희 제품의 성능이 가장 확실히 드러나는 곳은 바로 냄새가 걱정인 곳입니다. 시험 삼아 한 번 돌렸다가 다음날 빼면 바로 표시가 나요. 대덕특구 한 연구기관의 경우 실험실이 지하벙커형이라 쾌쾌한 냄새가 문제였는데 저희 제품이 그 문제를 해결했어요. 이후 해당 연구기관은 해마다 기존 공기청정기를 저희 공기살균기로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서구 선별진료소와 보건소 상황실에도 들어갔어요.”

 

이우영 ㈜퓨어시스 대표

#. 포스트 코로나19, 공기청정의 대안

2020년, 코로나19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003년 같은 코로나계열 바이러스 감염병인 사스와 2015년 메르스를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팬데믹 수준은 아니었다.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살균기 시장은 1%도 안 됩니다. 일반소비시장이 열리지 않은 거죠. 그러나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시장이 많이 넓어졌고 2018년엔 홈쇼핑에도 론칭했습니다. 당시 홈쇼핑사에서 일반 소비자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먼저 연락이 왔는데 실제 구매율은 기대 이하였지만 콜은 많았어요. 공기정화살균기의 존재를 접하게 되면 관심을 끌 순 있다는 확신은 가진 셈이죠. 당시 구매층을 보니까 고급 빌라나 아파트 거주자, 환자가 있는 집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공기청정기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수요 폭발, 이 대표는 코로나19에 주목한다. 세균·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확산한 만큼 공기청정기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감염병 유행 발생 주기는 갈수록 더 짧아질 것이란 경고까지 나오는 터다.

“올 들어 상담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건설 대기업에선 아파트 빌트인 협업 제안까지 해왔어요. 현재 동남아, 중동, 유럽지역으로 수출도 하고 있는데 구입 문의 국가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남미에서도 연락을 받았어요. 수요가 더 늘어 대량생산 체계가 갖춰질 정도가 되면 가격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 수요도 깨울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비자의 대안 찾기에 공기정화살균기가 답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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