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권 세종본부장

서중권 <세종 주재>

[금강일보 서중권 기자] ‘화상경마장(畵像競馬場,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 세종시 유치 논란’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없었던 일로 수면 아래로 잠재워질 것 같다.

하지만 세종시민들의 자존심, 맑은 영혼에는 상처를 입었다. 이춘희 세종호(號)의 느닷없는 도박시설 유치설에 화들짝 놀란 시민들. 요 며칠간 불안과 분노의 감성을 누르기에 안간힘을 써야 했다.

문제의 ‘화상경마장 유치’ 논란과 관련해 이춘희 시장이 ‘백지화’ 뜻을 내비쳤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 12일 오후 시청기자실에 들러 “시민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 유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 시장은 그 배경에 대해 “그간 실무 차원의 검토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협의안은 없었다. 또 유치를 지시하거나 별도 의견을 제시한 적도 없다”며 이 시장 자신과의 연계성에 대헤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키워드는 ‘시민들이 반대, 유치하지 않겠다’와 ‘나는 무관하다’로 요약된다. 어찌됐든, ‘화상경미장’ 세종시 유치는 물 건너간 것으로, 사실상 백지화됐다.

하지만 세종시민들의 교육적 가치관이나 정서, 환경 등을 간과하지 못한 미숙한 정책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또, 화상경마장 도박장까지 끌어들이려 했던 세종시 정책 의도에 대해 시민들은 그저 아연한 기색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세(稅)를 충당하려 했던 것이냐는 실망이 낳은 충격은 일파만파(一波萬波)다.

화상경마장을 유치할 경우 ‘연간 200억 원대의 안정적 세입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헛된 기대감이 결국 세종시민들의 맑은 영혼을 들쑤시고 상처를 냈다.

‘패가망신’, ‘가산탕진’의 대명사인 도박. 그 중 카지노와 함께 대표적인 도박장으로 불리는 ‘화상경마장’. 대체 물불 가리지 않고 세수입에 목을 맨 이춘희 세종호의 절박함은 어느 지경일까.
앞서 본보는 ‘빚더미 이춘희 세종호, 도박시설로 세 충당?’ 제하의 기사에서 세종시의 곳간의 이면을 지적한 바 있다.<5월 7일자 12면 보도 ‘기자수첩’>

국가재난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지원되는 이번 코로나19 지원금에도 세종시의 ‘빚더미 곳간’을 엿볼 수 있다. 세종시민들에게 해당되는 지원금은 100만 원이다. 이 지원비는 중복지원이 없는 등 경기도 포천시의 3분의 1수준이다. 대전?충남도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시는 예산긴축의 명분으로 산후조리, 문화예술, 농촌지원금 등을 줄줄이 삭감해 시민, 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수천억 원의 빚과 농협차입금 수백억 원 등 ‘세종시 곳간’은 거꾸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거기다 시 적립금과 땅까지 팔아 곳간을 메울 태세다.

더 큰 걱정은 같은 당의 국회의원 2명과 전체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의회 등 견제장치가 작동될 수 없는 정치구조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의 빅플랜’이 걱정이다. 그나마 이번 ‘화상경마장’ 유치는 시민들이 막아냈다.

여론의 뭇매에 꼬리 내린 ‘권력’, 세종시민들의 맑은 영혼에 상처를 내고, 슬그머니 흔적을 지울 태세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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