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돌멩이의 외침/세탁기의 배신/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외 50권

▲ 어느 돌멩이의 외침 = 유동우 지음.

유신 초기인 1973년 초부터 1975년 4월까지 인천 부평공단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하다 탄압을 겪은 노동자 투쟁기다.

경북 영주의 소작농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다 19살에 상경해 섬유공장 노동자로 일하게 된다.

1973년 부평공단 최초의 노동조합 결성을 주도했으나 중앙정보부 개입으로 해고된 것은 물론 경찰에 구속되는 등 갖은 고초를 겪는다.

책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최소한의 작업 환경과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노동자 시절을 거치면서 현실에 눈뜨고 각성해가는 과정과 눈물겨운 투쟁의 여정, 당국과 회사, 어용 노조의 방해를 이겨내고 작은 승리를 쟁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월간지 ‘대화’에 연재한 저자의 수기는 1978년 단행본으로 발간됐으나 즉각 금서로 지정돼 오래 유통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당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복사본이 널리 읽히면서 대학생 필독서로 떠올랐다.

‘학원 자율화’가 시행된 1984년 복간된 이 책은 1990년대 초 절판됐으나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하는 11개 출판사의 공동 출간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번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저자는 “노동조합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삼엄했던 시절이어서 책을 통해 당시 노조 결성 과정에서 많은 동지의 역할을 일일이 기술하지 못해 모든 것을 나 혼자 한 것처럼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재출간을 주저해왔지만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이제는 고전으로 굳어진 이 책을 그대로 다시 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출판사 측의 제의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철수와영희. 312쪽. 1만5000원.

▲ 세탁기의 배신 = 김덕호 지음.

가전제품은 여성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했거나 최소한 부담을 크게 덜어준 것으로 인식되지만, 저자는 사실상 주부들에게 편리함, 편안함, 효율성 대신 더 많은 일을 만들어주었음을 논증한다.

저자는 이반 일리치, 루스 코완, 수전 스트레서, 메릴린 옐롬 등 여성과 가사노동·가사기술에 대한 연구를 검토하고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가 가사기술에 끼친 영향을 개괄하며 당시 미국 중심의 시대별 인구센서스와 잡지 광고를 통해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훑어낸다.

특히 20세기 전반을 통해 미국 가정에는 노동절약적이고도 시간절약적인 가전제품이 줄줄이 도입됐는데도 왜 여성들의 가사노동 시간이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 늘어났는지를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현재와 같은 소비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앞으로 더 많은 가전제품이 출현한다 해도 가사노동이 구조적으로 그림자노동을 벗어날 수 없고 그것이 대부분 주부만의 몫이라면 역사학자 루스 코완이 제기한 ‘기이한 패러독스’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노동절약을 목표로 한 가사기술은 가정주부의 힘든 일은 줄여줬을지라도 가사노동 시간은 줄여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가사노동 시간이 지난 100년 가운데 60년 동안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다 1960년대 들어 비로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가전제품 덕분이 아니라 남자도 가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회인식의 변화 때문이고 분석한다.

그리고 가사노동이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최소한이라도 공평하게 분배되고 여기에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가사노동에서 할 수 있는 자기 일을 찾아서 부모를 돕는다면 ‘코완의 패러독스’는 상당 부분 해결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뿌리와이파리. 376쪽. 1만8000원.

▲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이시형·박상미 지음.

방송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정신과 의사와 교도소와 소년원 수용자 등을 위한 ‘마음치유학교’를 운영하는 심리상담가가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학자이자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 빅터 프랭클(1905~1997)이 창안한 ‘의미치료(로고테라피)’를 소개한다.

두 저자에게는 프랭클 책을 통해 어려운 삶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시형 박사는 한국전쟁 중에 프랭클의 대표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아무리 힘든 현실이어도 죽음뿐인 그곳보다야 낫지 않은가’라는 위로를 얻게 됐다고 한다.

이 박사는 ‘죽음의 수용소’를 번역했으며 1990년대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프랭클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이 책 1장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의 깨달음과 한국적 맥락에서 의미치료를 적용하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한다.

죽음의 문 앞까지 이르게 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심리상담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박상미 박사는 독일에서 의미치료의 놀라운 효과를 체험한 후 의미치료 교육에 앞장선다. 그는 책 2장에서 불안·공포·강박, 성적 불만, ‘이번 생은 망했다’는 비관적 생각 등 구체적 사례별로 의미치료의 해법을 소개한다.

3장은 두 저자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치료의 참뜻과 실제 적용 사례에 관해 나눈 대화를 실었다.

특별한서재. 328쪽. 1만6000원.

▲ 디즈니만이 하는 것 = 로버트 아이거 지음, 안진환 옮김.

세계 최대의 미디어 그룹 월트디즈니컴퍼니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저자가 침체의 나락으로 추락해가던 디즈니를 일류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겪은 일화들과 자신의 경영철학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이거 회장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노동자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끼니를 굶거나 헐벗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결코 경제적으로 풍족한 적이 없었던 가정에서 학교 성적도 뛰어나지 않았고 미래에 관해 딱히 분명한 꿈도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대학 졸업 후 지역 케이블방송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우연한 계기로 ABC 방송국 드라마 제작부의 최말단 스태프로 취직한다. 현장에서 경력을 쌓으며 차츰 능력을 인정받던 그는 41세에 ABC 사장 자리까지 올라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로 이 방송사를 시청률 1위로 끌어올리게 된다.

ABC가 디즈니에 인수된 뒤에는 피인수 업체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인수업체인 디즈니의 CEO가 됐고 15년째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디즈니 CEO로 재직하는 동안 자신이 집중한 것은 단 3개의 키워드, ‘품질’, ‘기술’, ‘글로벌’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침몰 중이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구하기 위해 픽사를 인수하고(품질), 스트리밍 서비스 등 미래 기술에 대비하며(기술), 인도·유럽 시장 장악을 위해 20세기폭스를 끌어들인다(글로벌).

책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약 45년간 20가지 직무, 13명의 직속 상사를 만나 경험한 이야기들을 통해 콘텐츠, 미디어업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러한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갖은 난관을 헤치고 나온 그는 제품에 관해서든, 인재에 관해서든 고결함과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가장 중시했다고 말한다.

쌤앤파커스. 416쪽. 1만9800원.

▲ 골리앗의 복수 = 토드 휴린·스콧 스나이더 지음, 박슬리 옮김.

‘혁신의 최전방’ 실리콘밸리에서 수십 년간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저자들이 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기업을 위해 쓴 전략서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기존 시장의 작동 구조를 무너뜨리는 ‘디지털 파괴’가 모든 경제 부문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수세대에 걸쳐 기반을 다져온 기존 기업들은 형편없는 시야, 부족한 상상력 때문에 다윗에게 패배한 골리앗처럼 스타트업들에 속절없이 밀려난다.

그러나 저자들은 기성 주자들이 자신만의 장점, 즉 ‘크라운 주얼(crown jewel)’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에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크라운 주얼은 기업의 인수합병 시 매수 대상 회사의 사업 부문이나 자회사 가운데 자산 가치, 수익 가치, 사업 전망 따위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가리킨다.

저자들은 기존 기업의 가장 중요한 크라운 주얼로 자금 조달 가능한 구조, 탄력적인 브랜드 가치, 기존 고객 관계, 설치 기반, 데이터 세트, 상호저촉 특허, 업계 표준에 미치는 영향력 등 7가지를 든다.

각 기업은 이 가운데 특히 자사에 특장점이 있는 크라운 주얼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다음 단계로 고객 가치에 필수적인가, 오직 자신만이 통제할 수 있는가, 남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것인가 등 3가지 기준에 따라 이를 냉정하고 솔직히 판단해야 한다.

저자들은 태생부터 디지털 중심인 공격자가 포격을 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통적인 기업 역시 얼마든지 파괴적으로 될 수 있다면서 전동화, 자율주행,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재도약한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애플, 마스터카드, NASA, 필라델피아병원, 웨더 채널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인플루엔셜. 450쪽. 2만3500원.

▲ 진정성의 힘 = 제임스 길모어·조지프 파인 2세 지음, 윤영호 옮김.

온라인 상거래가 늘고 매장에서조차 기계와 접촉하는 일이 다반사인 오늘날 사람들은 더욱더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에 관해 진정성을 갈망하게 됐다.

저자들은 진정성을 이루는 속성을 자연성, 독창성, 특별함, 연관성, 영향력 등 5가지로 분류한다. 기업은 이 중 하나에만 집중해 진정성을 호소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요소만으로 의미 있는 산출물로 인식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조합해서 동시에 여러 영역의 진정성에 호소해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그들은 지적한다.

진정성이라는 개념을 비즈니스에 선구적으로 도입했던 저자들은 다양한 이론과 시각 자료, 디즈니와 스타벅스·코카콜라 등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진정성의 실체와 그것을 기업 경영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무려 4900억원가량을 투자해 관광지도 아닌 볼프스부르크에 산하 8개 자동차 브랜드의 체험 시설을 조성해 운영한다. 관광지도 아닌 이곳에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체험시설을 만든 것은 그곳이 바로 회사가 설립된 장소이자 베스트 셀러 자동차 ‘비틀’의 원조를 생산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들을 매료시키며 추억을 만들게 하는 독특한 체험의 공간으로 기업과 제품의 존재를 세상에 정확히 알리는 ‘대표지(flagship location)’ 전략으로 진정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21세기북스. 440쪽. 2만2000원.

▲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 김병운 지음

진짜 자아와 남들이 아는 자아가 있다. 배우 공상표로 알려진 강은성에 대한 이야기다.

원치 않는 배역을 생업을 위해 연기하는 인기 영화배우 공상표이면서 온갖 소문이 규정하는 공상표. 그는 집에서는 어머니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아들 강은성이기도 하다.

이런 강은성이 갑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는 사실 동성애자이다. 그는 독립영화 감독이자 애인인 김영우에 의해 퀴어 영화에 캐스팅되는데, 자신의 커리어가 망가질 것 같은 두려움에 계약을 파기한다.

데뷔조차 못하고 열등감에 빠진 김영우는 그런 공상표, 아니 강은성을 비난하고 질투한다.

지난 2014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김병운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시나리오와 에세이 등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김병운의 이야기 솜씨가 펼쳐진다.

민음사. 296쪽. 1만4000원.

▲ 엔딩 보게 해주세요 = 김보영 외 지음

부제는 ‘하이퍼리얼리즘 게임소설 단편선’이다.

게임 개발자 출신 소설가 5명이 모여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쓴 생생한 게임소설 5편을 엮었다.

주목받는 장르 작가 김보영이 쓴 ‘저예산 프로젝트’를 비롯해 김성일 ‘성전사 마리드의 슬픔’, 김철곤 ‘즉위식’, 김인정 ‘앱솔루트 퀘스트’, 전삼혜 ‘당신이 나의 히어로’가 실렸다.

요다. 268쪽. 1만4000원.

▲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지음

인기 소설가 김영하가 10여년 전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느낀 감상을 담은 기행 에세이다.

지난 2009년 초판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새로운 제목과 장정으로 재출간한 개정판.

스마트폰 없이 떠난 마지막 여행에서 길어 올린 인문학적 사유가 담겼다.

북북서가. 300쪽. 1만6500원.

▲ 민주주의는 없다 = 애스트라 테일러 지음, 이재경 옮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민주주의’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시민(데모스)의 통치(크라토스)’라는 뜻이 되지만, 누구를 국민(시민)으로 간주해야 하고, 그들이 어떻게 통치하고, 어디서 통치하는지는 영원한 논쟁거리다.

저자는 이런 모호함과 변화무쌍함이야말로 민주주의 개념이 지닌 힘의 원천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드는 독립영화 감독이자 작가이며 월가 점령 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2019년 개봉한 저자의 다큐멘터리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민주주의가 상충하는 가치들을 함께 끌어안고 가는 역설의 시스템이라고 전제하면서 긴장 속에 조화를 이뤄야 하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의 쟁점을 8가지로 정리한다.

자유와 평등, 갈등과 합의, 포함과 배제, 강제와 선택, 즉흥과 체계, 전문지식과 여론, 지역과 세계, 현재와 미래다.

저자는 부탄의 민주주의 현장부터 난민 캠프, 미국의 대선투표 현장을 누비며 우리가 추상적으로만 여긴 민주주의의 사각지대를 고발한다.

부의 불평등, 무한 성장의 굴레, 인종주의와 난민, 환경문제 등을 들여다보면 지금 세계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역행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저자는 이 같은 현상들은 민주주의를 이루는 가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아무도 본 적 없는 민주주의의 윤곽을 그리는 것, 그것은 우리가 오로지 집단으로만, 집단지성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군중은 생각하고 사유해야만 하며, 거기에는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역설들을 숙고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반니. 472쪽. 2만2000원.

▲ 아녜스 바르다의 말 = 제퍼슨 클라인 엮음, 오세인 옮김.

‘누벨바그의 대모’로 불린 프랑스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1928~2019)의 생애와 작품 세계, 예술 철학을 엿보게 하는 인터뷰 20편을 미국 보스턴대 프랑스어 교수이자 영화평론가인 제퍼슨 클라인이 정리했다.

바르다는 기성 상업영화 관습을 거부하고 저예산, 즉흥성, 자유로운 촬영 기법을 중시한 누벨바그 선구자다. 첫 작품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을 만들 때까지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다는 고백처럼 영화를 잘 몰랐기에 오히려 기존 영화 어법을 답습하지 않을 수 있었다.

책은 각본가, 영화평론가, 배우 등 각기 다른 20명과 한 인터뷰를 시대순으로 수록했다.

유년 시절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자란 덕에 자유의 감각을 얻게 됐다는 회고부터 영화감독이자 창작자로서 느끼는 고충과 희열, 외부 반응에 휘둘리지 않으며 예술적 자아를 유지하는 힘, 삶과 사람을 향한 애정, 여성운동의 흐름에 대한 견해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화는 물론 사진에서부터 설치 미술에 이르기까지 한계 없는 예술 활동을 한 그이지만 업적과 명성 측면에서는 언제나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에리크 로메르 등 동시대 남성 감독 뒤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매 순간 “호랑이처럼 싸워야만” 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철학적이지도 형이상학적이지도 않다”면서 겸손해할 줄 알았다.

마음산책. 440쪽. 2만2000원.

▲ 인간의 글쓰기 혹은 글쓰기 너머의 인간 = 김영민 지음.

긴 세월 글을 통해서, 글쓰기로써, 그리고 글과 함께 공부길을 걸은 저자가 글쓰기 철학을 논한다.

인문학은 읽고 쓰는 것이되, 쓰기가 없다면 그 앎은 한 번도 수면 위에 떠오르지 못한 채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릴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므로 그가 보기에 책 읽고 공부하는 이들은 쓰기를 지속하면서 하나의 색깔로 수렴되지 않는 복잡한 삶을 어떻게 담아낼까를 고심해야 하며 이는 학술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근대 서구의 이성 중심주의의 글쓰기를 절대무기처럼 여겨온 논문 작성을 한국 사회는 아무런 비판 없이 지난 수십년간 답습해 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원전만을 깍듯이 모시는 문화에 대해서도 ‘자기 집을 제대로 못 짓고 있는 형국’에 빗대며 비판한다.

그러면서 “구걸만 하는 학문을 학문이라 할 수 없으며 원전 바깥의 세상도 믿을 만하고 살 만하다는 것을 학자들은 용기와 성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항아리. 688쪽. 3만2000원.

▲ 나의 할머니에게 = 윤성희 외 지음

문단의 허리를 이룬 여성 작가 6명이 ‘할머니’를 주제로 쓴 단편소설을 엮었다.

우리 시대 할머니는 듣기만 해도 정겨운 존재이지만 가장 소외된 존재이기도 하다. 전쟁을 겪기도 했고 개발 시대에는 온갖 고생과 성적 불평등에 시달렸다.

요즘 청년과 중년 여성들처럼 문명과 자본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성 평등이나 희생을 자신의 입으로 주장하지도 않았지만, 늙고 병든 몸이 돼서도 다시 젊은 딸과 아들 대신 손주들을 키워낸다. 누군가의 편안함과 안락함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보장되는 것이기에 ‘할머니는 평생을 희생 중이다.

젊은 여성 작가들이 이런 윗세대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 있는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이 각각 ‘어제 꾼 꿈’, ‘흑설탕 캔디’, ‘선베드’, ‘위대한 유산’, ‘11월행’, ‘아리아드네 정원’을 썼다.

다산책방. 240쪽. 1만4800원.

▲ 호랑이 눈썹 = 손석춘 지음

분단과 통일 문제를 다뤄온 작가 손석춘의 열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른바 ‘빨갱이’에 부모를 잃고 반공을 기치로 삼아온 사내의 인생 이야기다.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1980년 5·18에는 제11 공수부대에 배치돼 진압에 참여한다.

작가는 이 주인공을 역사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그린다.

단비. 292쪽. 1만3000원.

▲ 붓다에게는 어머니가 있었다 = 선일 외 지음, 종교와젠더연구소 엮음

붓다의 어머니 마하마야 왕비에 관한 연구서다. 붓다의 위대함이 커질수록 그 어머니 마야왕비는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왔다. 특히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마야왕비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고, 그런 이유로 제대로 된 연구서 하나 남아있지 않다.

저자들은 마야왕비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경전에서부터 시작한다. 초기 경전인 빠알리 경전은 물론 지장경, 마하마야경, 화엄경 등 대승경전에서 마야왕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검토하고 분석한다.

이어 아들을 낳고서 7일만에 세상을 떠난 마야왕비의 생애사 추적을 통해 여성이자 어머니였던 그를 재현해낸다.

또 불교 미술과 문학작품 등에서 마야왕비는 어떻게 그려지고 기록됐는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마야왕비를 재해석하는 시도에도 나선다.

종교와젠더연구소 옥복연 소장은 머리말에서 “마야왕비의 역할을 통해 재가 여성들은 여성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오늘날까지 불교 문화에 뿌리내리고 있는 열등하고 부정적인 여성관을 극복해야 한다”며 책 출간 취지를 전했다.

동연. 348쪽. 1만8000원.

▲ 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 리타 홍 핀처 지음. 윤승리 옮김.

전 세계 여성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6억5000만명의 여성이 사는 중국 내 페미니즘 운동을 다뤘다.

2015년 3월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 항저우에서는 젊은 페미니스트 활동가 5명이 당국에 체포된다.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버스와 지하철에 성희롱 방지 스티커를 배포하려다 붙잡힌 것이다.

중국 정부가 무명의 페미니스트들을 탄압하면서 가부장적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저항하는 상징인 ‘페미니스트 파이브’가 탄생했고, 세계는 중국의 여성 인권 탄압 현실에 집중적인 관심을 나타낸다.

저자는 중국 여성 운동의 전환점이 된 페미니스트 파이브 사건에서 시작해 중국에서 성장한 페미니스트 운동과 인터넷의 관계를 조명한다.

페미니스트 5명이 겪은 37일간의 구금 생활을 비롯해 중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과 혐오 문제도 탐구한다.

중국 공산당 초기 여성해방이 하나의 슬로건이었던 중국에서 어떻게 젠더 불평등이 가속화돼 왔는지도 들여다본다.

특히 가부장 권위주의의 정점으로 평가되는 시진핑 시대에 여성 운동의 미래도 조망한다.

산지니. 336쪽. 2만원.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진광스님 지음.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에서 10년째 소임을 맡아온 진광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짚은 소책자다. 독서와 자신의 경험 등에 바탕해 부처님오신날과 관련한 다양한 소재를 알기 쉽게 풀이했다. 인기 펭귄 캐릭터 ‘펭수’가 부처님오신날 연등행렬에 함께 하기를 바라는 스님에게서는 소박한 웃음이 난다.

1993년 충남 수덕사에서 법장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진광스님은 전국 선원에서 20여 안거(安居)를 성안했다. 그는 안거 해제 때마다 전 세계 배낭여행을 다닌 여행광이다. 2010년 아프리카 여행 후로는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10년째 ‘수도승’이자 ‘행정승’으로 수행하고 있다.

조계종출판사. 112쪽. 4000원.

▲ 다시 만나요 엄마 = 권민자 수녀 지음.

오랜 수도 기간을 거쳐 피정의 집을 꾸려온 권민자(세례명 벨라뎃다) 수녀가 전하는 엄마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자신을 포함한 8남매를 ‘이웃사랑’하는 이들로 키워낸 어머니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그렸다.

저자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의 체험과 가르침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부모의 사랑과 가르침은 자신을 사랑하는 건강하고 자존감 높은 자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독자들에게 제언한다.

세종. 212쪽. 1만2000원.

▲ 흐르는 것들의 과학 = 마크 미오도닉 지음. 변정현 옮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액체들의 과학적 특성을 설명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평범한 세계를 ‘집착에 가까운 관심’으로 탐구해온 저자가 고체 재료를 기반으로 세상의 신비를 파헤친 베스트셀러 ‘사소한 것의 과학’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한 책이다.

책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영국 런던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액체들의 성질에 관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항공기 연료인 등유의 폭발적인 성질, 기내 음료로 제공되는 와인의 중독성에서 시작해 바다와 접착제, 액정, 침, 음료, 세정제, 냉매, 잉크 등에 이르기까지 비행기 여행을 하며 보게 되거나 생각하게 되는 액체들의 특성과 그 같은 특성을 나타나게 하는 화학적 구조에 관해 이야기한다.

물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거의 순수한’ 물방울들의 집합체인 구름과 뜨거운 액체 덩어리로 출발해 지금도 내부는 유동적인 지구와 환경에까지 화제가 옮겨간다.

액체가 지닌 특성 가운데 하나는 ‘이중성’이다. 물은 인간과 지구 생명이 근원이지만, 쓰나미 등의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알코올은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액체의 이중적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잘 통제하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엠아이디. 316쪽. 1만7000원.

▲ 4차 인간 = 이미솔·신현주 지음.

동명의 EBS 다큐프라임 3부작 프로그램의 핵심을 정리하고 방송에 담지 않은 취재내용을 추가해 책으로 만들었다.

인간의 영역을 넘나드는 기술의 등장으로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에 인간다움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인공지능, 뇌과학 분야 세계 정상의 석학들에게 들어본다.

‘디지털 불멸과 AI, 그리고 기억’, ‘알고리즘을 가진 뇌’, ‘인간의 자유 의지’, ‘인간과 기계의 공존’,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과 기계의 미래’ 등 5개 파트에 걸쳐 19개의 질문을 다룬다.

구체적으로는 ‘기술로 인간을 영원히 살게 할 수 있을까’, ‘뇌에도 스위치가 있을까’, ‘인간은 기계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와 같이 누구라도 떠올려봤을 법한 질문들이다.

저자들은 미래가 현재와 얼마나 더 달라질 것인지, 기술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지 그 ‘차이’에 주목하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사람과 기술이 함께 만들어나갈 관계에 주목한다.

한빛비즈. 256쪽. 1만6800원.

▲ 조선 그림과 서양 명화: 같은 시대 다른 예술 = 윤철규 지음.

비슷한 시기 조선과 서양의 그림들을 비교해 가며 그림에 나타난 시대적 배경과 회화적 기법, 작품 속에 투영된 작가의 삶과 사상 등을 분석한다.

고려 말과 조선 전기, 조선 중기, 조선 후기 3개 시대로 대별해 양쪽 그림 한 편씩을 놓고 간단한 연표와 함께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모두 120점(60쌍)의 그림을 풀이한다.

책 첫머리에 등장하는 안견의 몽유도원도(1447)가 나올 무렵 서양에서는 이에 필적할 만한 수준의 그림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플랑드르 지역에서 활동한 랭부르 형제의 ‘베리 공의 매우 호화로운 시도서’로 짝을 맞춘다. ‘시도서(時禱書)’는 기도문이나 찬송가를 달력과 함께 엮은 것으로 랭부르 형제의 이 그림은 서양 풍경화의 맹아쯤에 해당한다.

이보다 앞선 시대에는 양쪽 지역 모두에서 신앙이 바탕이 된 그림이 주를 이뤘다. 책에서는 1280년대 그린 작가 미상의 ‘아미타여래도’와 치마부에의 ‘마에스타’, 14세기 전반에 나온 작가 미상의 ‘수월관음도’와 두초의 ‘장엄의 성모’ 등을 비교 분석한다.

1630년을 전후해 양쪽에서는 사실적인 풍경화가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한다. 이기룡의 ‘남지기로회도’와 루벤스의 ‘스텐성 풍경’이 대표적이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탁월한 인물화가 등장한다. 조선의 걸출한 문인 화가 윤두서가 그린 ‘자화상’(1710년경)과 렘브란트의 ‘63세의 자화상’(1669년)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걸작 인물화로 서로 비교될 만하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조선 대왕대비와 영국 여왕을 위한 잔치 장면을 그린 ‘무신진찬도(1848년)’와 ‘베르사유궁의 빅토리아 여왕 만찬’을 비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는 “나란히 놓고 보기에는 조건의 차이가 너무 크지만,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 그 시절 서양에서는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그렸는지를 살펴보면서 우리 옛 그림을 보고 생각할 기회를 얻고자 했다”고 책을 쓴 동기를 말한다.

마로니에북스. 378쪽. 1만8000원.

▲ 젊어서도 없던 체력 나이 들어 생겼습니다 = 브루스 그리어슨 지음, 서현정 옮김.

캐나다의 프리랜서 작가가 늦깎이 육상 선수로 활약 중인 94세 할머니 올가 코텔코를 몇 년 동안 바짝 따라다니며 그가 생활하고 훈련하고 경쟁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77세가 될 때까지 육상 경기를 해본 적이 없던 올가는 동년배 대부분이 죽거나 요양원에 누워 있는 지금 100m 달리기, 높이뛰기, 해머던지기, 창던지기 종목에서 고령자 세계 기록을 세웠다. 그의 집 옷장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스터스 트랙 대회에서 획득한 600개 이상 메달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2010년 대회 때는 같은 연령대의 여성 경쟁자가 없어 남자들과 함께 100m 트랙을 달려 4명 중 3위로 골인했다. 2009년 대회 때 그가 100m 달리기에서 세운 기록 23초95는 ‘연령 계급’ 공식으로 환산하면 미국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보유한 세계 기록 10초49와 동등한 수준이라고 한다.

50세에 접어들면서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체력의 저하와 함께 의욕도 기억력도 심지어 머리카락마저도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것에 낙심한 저자는 올가를 알게 되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고 그의 인생을 기록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저자는 올가와 일상을 함께하면서 다각도로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두뇌 체력’, ‘신체 체력’, ‘일상 체력’, ‘마음 체력’ 등 네 분야에 걸쳐 그의 운동법과 생활 습관을 정리했다.

또 육체적인 운동은 물론이고 치매를 예방하는 뇌 운동, 운동하지 않는 시간에도 몸을 움직이는 습관, 긍정적인 마음가짐 등 하루 중 운동하지 않는 나머지 95%의 시간에 하는 심신 단련법까지 자세하게 기록했다.

해의시간. 428쪽. 1만5000원.

▲ 바울 평전 = 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

학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것으로 유명한 저자가 신학서가 아닌 한 인간의 전기로서 바울의 인생을 재구성했다.

바울은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오해된 인물로 불리며 바울의 전기를 쓰려는 시도도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생애를 보여 주는 전기적 자료는 드물고 그나마 참조할 만한 것은 대부분 성경에서 온 것이어서 자칫하면 전기가 사도행전의 반복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이자 신학자인 저자는 당대 사회와 문화에 대한 폭넓고 깊은 역사적 안목과 이해, 그리고 신구약 성경을 자유롭게 꿰뚫고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신학적 역량에 바탕을 두고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천상의 세계로 안내한 것처럼 1세기 기독교 세계의 생생한 현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저자는 기독교의 성인이자 위대한 사도이기에 앞서 한 사람, 구약의 위대한 약속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한 유대인,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만남으로써 예수 따름이를 박해하던 자에서 예수의 헌신적인 사도로 극적인 변화를 보인 사람, 여러 번 옥고를 치르고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예수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의 참모습을 탐구해간다.

저자가 이끄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박해자에서 사도가 된 바울의 변화는 급작스러운 것도, 예상치 못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구약에 충실했던 진실한 한 사람이 갈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비아토르. 740쪽. 3만5000원.

▲ 미래 시나리오 2021 = 김광석·김상윤·박정호·이재호 지음.

경제, 산업, 기술, 정책 분야 전문가인 저자들이 국제기구의 최근 보고서를 분석해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현안들을 토론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미래를 읽고 준비해야 할까?

세계화와 더불어 급변하는 정보기술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요즘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이 세계 경제를 공포에 빠뜨리고 방향성을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저자들은 경제, 인구, 고용, 산업, 기술, 에너지, 창업, 사회복지, 교육, 식량자원, 공공 거버넌스까지 11개 영역에 대한 국제기구 보고서를 분석하며 현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경제의 기회를 논했다. 그 발표 내용과 토론의 결과가 이번 책에 담겼다.

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한국 경제의 다양한 영역이 코로나19 사태, 보호무역주의 탈피, 글로벌 분업구조 붕괴, AI 기술의 활용 증가, 유가 하락과 재생에너지 개발 등 외적 변수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한다.

더퀘스트. 340쪽. 1만8000원.

▲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 = 인디고 서원 엮음.

2004년에 문을 연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은 우리 사회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꾸준히 청소년들 목소리를 내어왔다. 2008년 한-미FTA와 광우병 집회 때,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때 책과 시리즈를 펴냈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 또한 매우 중요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과연 4차 혁명을 비롯한 과학 기술은 우리의 삶을 구원해줄까? 국경을 폐쇄하고 교류를 중단하는 게 궁극의 해결책일까? 나만의 생존이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 학교, 국가, 나아가 세계 전체를 살리는 배움의 길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고 이 책은 제안한다.

책은 ‘공부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다’, ‘공부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공부는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이다’라는 세 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한 인디고 서원의 6개 서가분류인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책과 영화를 고루 소개한다.

궁리. 300쪽. 1만5000원.

▲ 염증에 걸린 마음 = 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정지인 옮김.

우울증 환자 3분의 1가량은 항우울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우울증과 힘겹게 싸운다. 왜 이들에게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걸까?

신경면역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울증 원인이 ‘염증’에 있다고 지목한다. 몸의 염증이 뇌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경면역학과 면역정신의학이라는 최신 과학을 기초로 염증이 우울증 원인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면역학과 신경과학, 정신의학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 새로운 과학으로 얻은 결과를 책에 담았다.

책은 면역계와 신경계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신체 염증이 어떻게 우울증 같은 정신적 증상을 초래하는지, 새로운 치료법이 과연 등장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한다.

푸른숲. 328쪽. 1만8000원.

▲ 나만 이상한 걸까? = 크리스티나 피서 지음. 박성원 옮김.

어떻게 하면 조금 덜 화내고, 조금 덜 집착하고, 조금 덜 질투하고, 조금 덜 외로움과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조금 더 많이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심리치료사이자 경계성장 전문가인 저자는 일상의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늘 현장에서 부대끼며 산다. 그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않은 것은 의외로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며, 따라서 조금 ‘제정신이 아닌’ 것도 괜찮다고 일러준다.

사소한 일에도 갈피를 못 잡고 절망하는 것은 극히 정상적이며 인간적이므로, 다만 어떻게 하면 ‘조금 이상한 면’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어떤 경우에 정신적 건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이 책은 오래된 심리학 이론보다는 청년들이 현재 겪는 일상의 혼란과 괴로움에 초점을 맞춰 각자의 삶을 주도하고 만족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 특히 임상에서 검증된 효과적 방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율리시즈. 304쪽. 1만6000원.

▲ 환기시학과 예술 = 최인령 지음.

20세기 말 프랑스에서 탄생한 환기시학(喚起詩學)의 이론과 분석 방법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환기시학은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연구하는 인지 과정의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상상력을 동원하는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인지주의의 관점에서 규명하는 이론이다.

환기란 신비의 여지를 남기는 대상의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개념화 과정이며 기억에 접근하는 이차적인 방식이다. 또한 개인의 창의적 해석 과정으로서 상상력을 동원해 작품의 숨은 부분까지 읽어내는 방식이며 시·음악·회화·광고 등과 같이 창조적 과정을 거치는 매체로 소통할 때 적용될 수 있다.

환기시학은 예술의 비결이 환기하는 힘에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인간의 창조적 상상력이 동원되는 인지 활동을 규명하기 위해 언어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예술학, 철학 등 인접 학문의 지식을 폭넓게 아우르는 학제적 연구의 하나로 탄생했다.

환기시학은 상상력을 논리성보다 높은 차원으로 상정하고 인지주의 관점에서 예술의 본질에 접근해 작품의 창작 및 해석의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환기 개념에 기초해 시, 음악, 회화, 광고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예술의 본질에 접근하는 환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분석 대상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프랑스 시(베를렌, 말라르메, 엘뤼아르)와 음악(드뷔시, 라벨), 회화(마그리트, 모네)를 중심으로 하고 속담과 격언 및 현대 광고로 범위를 넓혀간다.

이학사. 357쪽. 2만원.

▲ 바른 발레 생활 = 윤지영 지음.

건축가인 저자는 2012년 우연한 계기로 발레를 시작한 이래 ‘개미지옥에 빠진 벌레처럼’ 이 세계에 빠져들었고 ‘취미발레 윤여사’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꾸준히 발레 에세이를 올린 데 이어 이를 모아 책으로 정식 출간까지 했다.

그러다 2017년 뜻하지 않는 큰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건강한 몸,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 시작한 발레로 인해 오히려 불편한 몸, 닫힌 마음이 되고 보니 처음 무용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동안 잘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속내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시간 순서대로 기록했다.

발레를 하면서 맛본 기쁨, 때로는 흥미롭고 때로는 어이없고 때로는 가슴 뭉클하거나 코가 찡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그 사이사이에 건강하게 발레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풀이한다. 저자가 ‘간달프 샘’이라고 부르는 발레 마스터 출신 카이로프랙틱 전문가가 조언했다.

플로어웍스. 248쪽. 1만5000원.

▲ 24시간 고양이병원 = 오세운 지음.

현직 동물병원장이 고양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상식을 정리했다.

고양이의 진화적 기원과 신체 구조, ‘중간 포식자’로서 특성 등 고양이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생물학적 배경지식을 설명한다.

또 저자의 진료 경험을 토대로 고양이가 앓기 쉬운 대표적인 부위별 질병, 전염성 질환, 노화 등의 증상과 원인, 대응 방법 등을 안내한다.

고양이 반려인이 흔히 겪는 고양이의 문제 행동 원인과 치료 방법도 조언한다.

이 밖에 고양이 사료와 섭생, 예방접종, 유전질환 등에 관한 내용도 소개한다.

도도. 472쪽. 2만6000원.

▲ 1932 상하이 = 강신덕.김성숙 지음

1932년 4월 29일은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의거가 성공한 날이다.

일본 천황의 생일과 제1차 상하이 전쟁 승리를 기념한 행사가 열리던 상하이 훙커우 공원 연단 위에 날아든 폭탄은 일본 고위급 인사들을 저세상으로 보냈고 침체하던 독립운동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었다.

패배주의에 찌들었던 중국인들은 조선인의 결기에 탄복했고 일본은 조선 독립운동 세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소설은 이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국제 외교와 스파이전의 중심지였던 중국 상하이의 모습과 관련 인물들의 역정을 그려낸다.

안중근의 동생 공근과 한인애국단의 활약상을 재조명하는 한편, 세계를 뒤흔들 희대의 암살 작전을 준비하는 순간들을 숨 막히게 묘사한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영화를 공부한 강신덕과 김성숙이 함께 영화 시나리오로 집필하다가 사정에 의해 역사소설 형식으로 바꿔 선보인다.

신북스. 388쪽. 1만5000원.

▲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김서형 지음.

‘1918년 인플루엔자와 미국 사회’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질병사 전문가가 인류 역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전염병을 돌아본다.

저자는 농경이 초래한 공동체 규모의 확대와 인구 이동, 지식·정보의 축적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전염병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인류 역사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인해 전염병이 대규모로 확산한 첫 역사적 사례로 실크로드를 따라 퍼진 로마의 역병을 들 수 있다. 서기 165년 시작돼 당시 로마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희생시킨 이 전염병은 천연두로 추정된다.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는 해상 교역로를 통해 페스트가 확산하고 몽골제국의 확장과 함께 흑사병이 퍼져나가는 토대가 됐다.

또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 이후 유럽 이주민의 유입과 아프리카 노예무역은 아메리카에 천연두와 매독, 황열병 등 낯선 전염병을 퍼뜨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현대에 접어들어서는 산업 네트워크의 확대, 이전과는 규모와 양상을 달리하는 전쟁 등이 콜레라, 결핵,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과 같은 전염병을 대규모 확산시키는 요인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전염병의 원인을 의학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분석하고 대처하는 노력도 본격화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도 전염병은 여전히 인류를 위협한다. 아프리카의 풍토병인 말라리아 치료제가 개발되고 유럽 강대국들의 아프리카 침략이 본격화한 데서 보듯 전염병 치료제의 개발이 반드시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된 것만도 아니다.

저자는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한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전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대사회의 상호 관련성을 잘 이해하고 전 지구적인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림. 228쪽. 1만4000원.

▲ 인스타 브레인 = 안데르스 한센 지음, 김아영 옮김.

스웨덴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스마트폰과 SNS라는 전혀 새로운 환경이 우리 뇌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층 분석한다.

저자는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와 심리 실험 등을 인용해 똑똑한 기업가들이 이미 인간 뇌 해킹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갈 수 있는 제품을 이미 만들었다. 당신이 순수하게 당신의 결정으로 매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짚은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음식을 먹을 때나 섹스를 할 때 나오는 ‘도파민’ 호르몬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분비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최대한 우리의 시간을 빼앗으려 하고 이를 위해 점점 더 세련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직도 10만년 전 사바나 숲을 돌아다니던 환경에 적응된 우리의 뇌가 스마트폰과 SNS에 중독된 결과는 수면, 신체 활동, 사람들과의 유대감 박탈이다.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세 가지가 모두 줄어드니 우리의 기분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해결책은 이 세 가지를 되찾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SNS에서 만난 인간관계가 실제로 만나는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나 공부보다 오히려 운동이 뇌를 더욱 발달시키는 까닭 등을 뇌과학 이론을 들어 설명하면서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동양북스. 296쪽. 1만5000원.

▲ 기억의 과학 = 찰스 퍼니휴 지음, 장호연 옮김.

심리학자인 저자는 기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소유’하는 것이 아니며 언제든 ‘재구성’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기억은 단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자 ‘미래’에 관한 것이다. 기억은 과거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필요할 때면 들여다볼 수 있고 소환될 수 있도록 저장된 CD의 도서관이 아니라 현재에 맞게 우리의 감정에 따라 이야기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기억에는 두 가지 힘이 작용한다고 본다. 하나는 ‘일치의 힘’으로, 사실에 충실하게 기억을 끌고 가는 힘이다.

다른 하나는 ‘일관성의 힘’이다. 자신의 현재 목표,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믿음에 모순되지 않도록 만들려는 힘이다.

기억이 가진 ‘일관성의 힘’ 때문에 기억은 허구적으로 꾸며지기도 한다. 기억을 과학적으로 다루기 힘든 이유다.

기억은 ‘스토리텔링’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실험을 통해 알려진 사실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대부분 부모와 같은 양육자들과 함께 회상하면서 ‘이야기하기’를 통해 기억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밖에 사건을 직접 겪고도 사후에 정보를 제시하면 그 사건을 다르게 기억하는 ‘오정보 효과’나 끊임없이 기억의 씨앗을 심어 결국 기억도 ‘조작’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 ‘기억하기’와 ‘상상하기’에 관여하는 뇌부위가 사실상 같다는 뇌영상 연구 등을 들어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에이도스. 405쪽. 2만원.

▲ 우리는 복지국가로 간다 = 윤홍식 엮음. 윤홍식·정준호·김유선·신진욱·김영순·이영수·이충권·김도균 지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8년 3만 달러를 넘었지만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회지출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책은 객관적인 수치로 볼 때 한국이 아직 ‘복지국가’가 아니라는 지점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할 걸림돌과 풀어야 할 난제가 무엇인지 찾는다.

특히 한국의 복지체제를 형성해온 정치·경제 체제의 역사적 유산에 주목해 각 영역에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핵심 쟁점과 과제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보편적 복지국가는 몇 가지 좋은 복지정책의 제도화와 실현에 있지 않고 지금의 정치체제를 형성해온 정치·경제 유산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이를 함께 개혁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회평론아카데미. 416쪽. 2만2000원.

▲ 미국 국내정치와 외교정책 = 서울대학교국제문제연구소·서정건 엮음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 정치와 외교를 분석하고, 국제정치로 인해 변화해 온 미국정치를 탐구한 책이다.

국내정치와 외교정책의 상관성을 미국 정치제도 및 과정 전반에 걸쳐 다루고, 중국 외교정책을 사례로 미국 정치는 미국의 상대적 쇠퇴론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심층 분석하고, 미국 행정부와 관료 체계가 보여주는 대외정책의 특징을 살펴본다. 이어 미국 의회가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미국의 정당이 대외정책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탐색한다.

또 탈냉전과 양극화 시대를 겪으며 달라진 미국의 여론을 들여다보고, ‘거대한 망상’과 ‘선한 의도’가 미국 외교의 과잉 팽창과 정책 실패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자기 정체성을 다룬다.

사회평론아카데미. 370쪽. 2만원.

▲ 한국 방송의 성장과 미국의 대한선전 = 장영민 지음

해방 이후 약 20년간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이 대중매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고찰하고, 미국 정부의 선전정책 아래 지원과 간섭을 받은 경위를 알아본 책이다.

미군정 이래 정부의 KBS 관리와 운영 정책을 비롯해 민영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사 설립, 편성과 프로그램, 방송설비 확충, 라디오 수신기의 생산과 보급, 청취실태, 미국공보원의 방송선전에 이르기까지 방송 전반을 다룬다.

저자는 정부가 방송을 반공, 친미, 정권수호, 경제개발에 국민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고, 미국은 대한정책 목적을 달성할 선전매체로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그 결과 방송은 물적·기술적 발전과는 달리 언론으로서 독립성과 공공성이 현저히 낮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전개한 선전, 심리전, 문화전파에 초점을 맞추고 방송을 중심으로 미디어 역사를 연구해 왔다.

도서출판 선인. 672쪽. 4만2000원.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데이비드 엡스타인 지음, 이한음 옮김.

인간의 학습과 성취에 관한 저술 활동에 주력해온 논픽션 작가가 각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 가운데는 폭넓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지닌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많음을 밝혀낸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예술가, 발명가, 미래 예측가, 과학자들의 삶을 조사하고 그들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 조기 교육에 대한 맹신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조기교육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두 살에 골프를 시작해 최고에 오른 타이거 우즈와 같은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영국의 한 음악 기숙학교 학생들을 조사해보니 학교가 비범하다고 분류한 학생들은 악기를 더 늦게 시작했고 어릴 때 집에 악기가 없는 확률이 더 높았으며 음악 레슨도 드물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경제학자들의 연구에서는 학업 성취도를 높여준다는 67가지 아동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이 제공하는 이점은 빠르게 약해지고 심지어 완전히 사라지는 ‘페이드아웃’ 효과가 뚜렷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절차 반복을 통해 금방 습득할 수 있는 ‘닫힌’ 기능들을 가르치며 어떤 시점에 이르면 모든 아이가 자동으로 그런 기능을 습득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인생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히려 ‘샘플링 기간’, 즉 자신의 적성과 관심을 폭넓게 탐사하는 기간의 유무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0~15세 동안 훗날 자신들이 전념하게 되는 종목에 쏟아부은 시간이 준엘리트 선수들보다 적었다. 그 대신 그들은 체계가 엉성한 환경 아래서일지라도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는 샘플링 기간을 거쳤다.

영국의 조사에서는 고등학교 재학 기간에 충분한 전공 탐색 기회를 가진 학생들보다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이 졸업 후 전직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많은 실증적, 역사적 사례를 들어 “장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성취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열린책들. 464쪽. 2만원.

▲ 민담형 인간 = 신동흔 지음.

구비설화 전문가인 저자가 캐릭터 분석을 통해 동서양 민담을 새롭게 읽어낸다.

신성하고 위엄있는 이야기인 신화나 역사적인 근거를 가진 전설과 달리 민담은 흥미 위주의 옛이야기로, 대부분 특별할 것 없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30여년 동안 세계 각지의 민담 속 주인공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온 저자는 신화의 특징적인 캐릭터가 ‘영웅’이고 소설의 두드러진 캐릭터가 ‘개인’이라면 민담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트릭스터(trickster)’라고 설명한다. 트릭스터는 ‘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수단에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움직이는 행동파 인물’이다.

19세기 독일에서 그림 형제가 수집한 민담 속 주인공 ‘용감한 꼬마 재봉사’와 19세기 경주에 실존한 것으로 전해지는 ‘천하명물 정만서’가 대표적인 예다.

‘용감한 꼬마 재봉사’는 파리 일곱 마리를 천 조각으로 한 방에 처치한 뒤 자신에게 용사의 자질이 있다고 믿으며 길을 떠나 거인을 물리치고 왕의 자리에 오른다. 천하 명물 정만서’는 자기 죽음을 앞두고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죽어봐야 죽음이 무엇인지 알 것 아니냐”고 눙치는 괴짜다.

특별할 것이 없는 ‘보통 이하’의 인물이라는 점도 민담 주인공의 또 다른 특징이다. 체구가 엄청나게 크지만 천하에 둘도 없는 약골인 ‘보리밥 장군’이나 몸의 크기가 주먹만한 ‘주먹이’를 예로 들 수 있다.

저자는 “세기 전환기에는 신화적 판타지 열풍이 있었으나 이제 그것을 넘어선 민담적 서사가 솟아오르는 흐름이 곳곳에서 보인다”면서 “다소 황당한 스토리에 토대를 둔 ‘펭수’가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겨레출판. 312쪽. 1만6000원.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이윤기 지음.

2000년 첫 권이 출간된 이래 그리스·로마 신화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같은 제목의 시리즈 다섯 권을 출간 20주년, 고인이 된 저자 10주기를 맞아 한 권으로 묶어 재출간했다.

저자의 그리스·로마 시리즈는 ‘21세기 한국인의 교양 지도를 바꿔놓은 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지난 20년간 23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먼 나라의 옛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리스·로마 신화가 국민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고 만화와 공연, 전시로 확장돼 온 데는 저자와 이 책의 공헌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특별판은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등 시리즈 다섯 권의 텍스트를 가감 없이 담고 기존 책에서 선별하고 새롭게 추가한 도판 자료 220여점을 수록했다.

웅진지식하우스. 1200쪽. 3만9800원.

▲ 쉿, = 김흥숙 지음

‘너희를 대신해 죽은 자들을 위로하라/ 답은 언제나 문제 속에 있는 것/ 깨달은 자들은 두려워 말고 침묵하라/ 그믐달처럼/ 쉿!’(시 ‘쉿! 일부)

시인이자 칼럼니스트인 김흥숙이 쓴 시와 산문을 엮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변화시킨 세상을 노래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전과 다르게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사회적 거리 덕에/ 저만치 선 그대/ 그대 목소리 타고 흐르는/ 짧은 시가 듣고 싶어요/ 악수가 하고 싶어요’ (시 ‘궁금해요’ 일부)

김흥숙은 코로나19가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치고 그동안 삶의 방식을 ‘씻고’ 다른 방식으로 살도록 하며, 우리에게 생각하라고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또 ‘인맥 관리’ 대신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도록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요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깨닫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흥숙은 언론인과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으로 일했고, 교통방송에서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를 진행했다.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 ‘시선’ 등을 펴냈고 ‘실낙원’ 등을 번역했다.

서울셀렉션. 176쪽. 1만원.

▲ 푸른 고양이 = 송지은 지음

신예 작가 송지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알라의 궁전’을 비롯해 모두 7편의 단편을 실었다.

인간이 한계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고민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냉장창고 속, 화천의 오지, 문 잠긴 7층 발코니, 침대 밑 등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 궁지에 빠졌다.

이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공간 속에서 철저한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간다. 우리 삶 역시 사실은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꼼꼼한 서사를 통해 구현한다.

송지은은 국문학과 국어교육학을 전공했고 2019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푸른사상. 224쪽. 1만5000원.

▲ 곱세크 =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김인경 옮김

프랑스 현대 리얼리즘 소설을 대표하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중편소설로, 국내에 처음 번역돼 소개된다.

액자 형식으로 고리대금 업자 곱세크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의 삶은 주체하지 못하는 욕망으로 가득하고 이기적이다.

그는 세상의 유일한 힘은 ‘돈의 힘’이라고 믿고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세상을 지배하려 하지만, 결국 이런 탐욕은 몰락을 자초한다. 

꿈꾼문고. 182쪽. 1만1500원.

▲ 슈트, 남자의 미래를 바꾸다 = 김세현 지음.

방송사 스타일리스트로 20년 넘게 일해온 저자가 슈트를 중심으로 멋을 살리려는 남성들이 꼭 알아야 할 패션 상식을 정리했다.

우리가 흔히 ‘양복’이라고 부르는 슈트는 제조 방식에 따라 수제(hand made) 슈트와 기성복 슈트, 양자를 절충한 수미주라(su misura)로 나눠진다. 저자는 특히 ‘독보적 존재감’을 원하는 이들에게 테일러가 각 고객의 취향에 맞게 새롭게 제작하는 ‘비스포크(bespoke)’ 또는 ‘커스텀 메이드(custom made)’ 슈트를 권한다.

슈트는 나라별로 조금씩 특성이 다르다. 클래식 슈트의 원형인 영국의 슈트는 어깨가 반듯하게 각지고 긴장감을 위해 허리를 졸라매는 군복의 영향을 받아 남성의 신체 라인을 살린 입체적 구조를 지닌다. 바지를 밑단에서 말아 올린 ‘턴업(turnup)’도 영국 슈트의 특징인데 비가 자주 오고 습한 영국의 날씨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탈리아 슈트, 아메리칸 슈트, 유러피언 슈트도 나름의 개성을 지닌다.

어떤 스타일이든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 핵심이지만, 의외로 자기 사이즈와 체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아는 가장 쉽고 간단한 법은 맞춰 입어 보는 것이다. 기성복은 많이 입어보는 것이 내게 맞는 옷을 고르는 요령이며 입어보지 않고는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없다.

책은 이 밖에도 슈트의 버튼과 색상, 라펠(옷깃), 벤트(뒤트임)를 어떻게 상황과 체형에 맞추는지, 셔츠의 칼라, 커프스, 색상은 어떻게 고르는지에 관한 세세한 설명도 담았다.

또 구두의 종류와 상황별 구두 선택하기, 넥타이에서 벨트·양말·시계에 이르기까지 액세서리 종류와 착용 요령도 알려준다.

생각비행. 216쪽. 1만5000원.

▲ 세계를 움직인 돌 = 윤성원 지음.

역사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보석 이야기 20편을 엮었다. 저자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석에 빠져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맨땅에 헤딩’하듯 현장을 찾아다니며 보석을 연구했고 귀국해서는 주얼리 컨설턴트와 대학원 보석학 전공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클레오파트라의 진주와 에메랄드에서 샤를마뉴 대제의 사파이어, 청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비취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주인공들을 울고 웃게 만든 흥미로운 보석 이야기를 펼친다.

귀한 보석일수록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만큼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대부분은 군주이거나 귀족들이다. 특히 클레오파트라, 엘리자베스 1세, 예카테리나 2세, 빅토리아 여왕 등 당대 여성 리더들이 보석을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한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 보거나 숱한 혁명과 전쟁, 식민지 개척 등의 과정에서 보석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추적해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베니스의 상인’, ‘삼총사’, ‘가이어스타인의 앤’과 같은 소설에서 보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해석을 연결 지어 생각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책의 중간중간 ‘클레오파트라의 진주는 정말 식초에 녹았을까’, ‘루비와 스피넬은 어떻게 다른가’, ‘결혼반지는 언제부터 사용했나’, ‘천연 진주와 모조 진주는 어떻게 구별하는가’와 같이 보석을 둘러싼 질문에 전문가의 식견을 살려 대답을 내놓는다.

모요사. 384쪽. 3만2000원.

▲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 조승원 지음.

‘술꾼’을 자처하는 방송사 기자가 스카치나 아이리시 위스키보다 덜 알려진 버번위스키의 세계를 설명한다.

버번위스키를 ‘미국산 위스키’와 동의어로 아는 사람들도 많지만, 미국산 위스키 가운데 정부가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해야만 ‘버번’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옥수수가 주재료(51%)여야 하고 증류 단계별로 최종 증류 시 80도 이하, 오크 통에 넣는 통입 단계에서 62.5도 이하, 병입 단계에서 40도 이상을 각각 유지해야 하며 조미료와 색소를 참가해서는 안 되고 오크통은 새것만을 써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버번위스키는 향과 맛이 스카치보다 훨씬 진한 ‘쎈’ 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주재료인 옥수수와 부재료로 많이 들어가는 호밀이 모두 맛이 세고 숙성할 때도 불로 안쪽을 시커멓게 태운 새 오크통을 쓰다 보니 풍미가 강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버번위스키를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눈으로 색깔을 감상하고 냄새를 맡고서 맛을 보는 식으로 시각, 후각, 미각을 순서에 따라 동원하고 삼키고 난 뒤의 여운까지 느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물을 몇방울씩 넣어가며 맛의 변화를 느껴본다거나 ‘달콤한 풍미’, ‘나무 풍미’, ‘곡물 풍미’ 등 버번위스키의 풍미 분류 기준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책에는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의 위스키 증류소들을 직접 찾아 살펴본 버번위스키 제조 과정과 증류소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도 담았다.

싱긋. 560쪽. 3만2000원.

▲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 라즈 파텔·제이슨 무어 지음, 백우진·이경숙 옮김.

현대 자본주의 작동 원리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들은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등 7가지를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지속해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오랜 전략이었다면서 각각의 장에서 이의 구체적 작동 원리를 파헤친다.

저자들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세계, 생태계, 저렴함, 프런티어라는 개념을 동원한다.

세계 생태계는 ‘자본주의가 무한 축적이라는 힘에 추동돼 프런티어를 지구 전역으로 확장한 생태계’로 정의한다. 세계의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관계가 500년 전 태동한 자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현재까지도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저렴함은 ‘모든 것을 가능한 한 적은 보상을 주고 동원하는 폭력’이다. 이전에는 셈해지지 않았던 것까지 화폐가치로 환산해 가능한 한 적게 값을 매기는 전략이다.

그러나 노동이건 돌봄이건 에너지건 모든 것에는 돈이 들고 시간이 갈수록 들어가야 할 돈은 더욱더 많아진다. 여기서 프런티어가 등장한다. 프런티어는 ‘새로운 저렴한 것들을 확보할 수 있고 인간과 다른 자연의 저렴한 노동을 강제할 수 있는 장소’다.

저자들은 15세기 대서양의 마데이라섬에서 사탕수수 재배와 설탕 생산이 시작된 이래 프런티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고 이제 프런티어는 전에 없이 작아졌지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자본의 규모는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진단한다.

저렴함으로 세계를 유지하는 일이 더는 가능하지 않게 된 지금 우리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제대로 된 보상’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북돋음. 348쪽. 1만8000원.

▲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 2 = 최연 지음.

‘서울학교’, ‘고을학교’, ‘간도학교’를 운영하며 인문여행을 선도해온 저자가 두 번째로 낸 서울 탐방서다.

서울의 법궁 경복궁에서 시작해 임진왜란 이후의 정궁인 창덕궁 일대, 병자호란의 회한이 남아있는 남한산성, 정조의 능행길에 이르기까지 13개의 답사길을 곳곳에 얽힌 역사 이야기와 함께 안내한다.

조선 시대 왕과 왕족들의 무덤, 사냥터, 왕족 소유의 많은 별서와 정자, 행궁 등이 도성에서 100리 안쪽인 교(郊)의 지역에 있었던 만큼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까지 탐방 대상에 포함됐다.

각 장의 첫머리에 추천 기행 코스를 실었다. 각 코스는 5시간 정도 걷도록 구성했다.

사람들이 흔히 아는 사대문 안, 그리고 궁궐 위주에서 벗어나 백악, 인왕, 낙산, 목멱 등 ‘내사산’과 각각의 산이 품고 있는 마을, ‘북한산, 관악산, 용마봉(아차산) 등 외곽의 산들과 남한산성 어름도 다룬다.

경기고등학교 자리인 삼성토성에서 출발해 선정릉에서 마무리하는 강남 빌딩 숲 사이 탐방 코스도 이채롭다.

가갸날. 303쪽. 1만6800원.

▲ 포스트모던 이후의 사진풍경 = 정훈 지음.

대학교 사진미디어과 교수인 저자가 사진 전문지에 2년간 기획 연재했던 글을 심화·정리해 책으로 냈다.

변화하는 사진의 양태를 사회·문화적 현상과 연계하여 구체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기획이었으나 시의성을 고려하다 보니 미진했던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이번에 책을 통해 그러한 미진함을 보완하고 당초 의도했던 기획의 핵심 논지를 재맥락화했다고 한다.

디지털 사진은 더는 결정적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사진의 의미는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 사이의 영역에 있다. 이제 사진은 SNS처럼 사진 송신자와 수신자를 이분할 수 없는 다중적이고 뒤얽힌 루트로 구성된 디지털 네트워크의 내부에서 순환되고 유통된다.

저자는 21세기 이후 디지털 사진이 가져온 이러한 사진의 변화와 양태를 국내외 사진가들의 작업을 통해 탐색한다. 각 장의 제목이 표방하는 전쟁, 일상의 교란, 월경(越境), 기억 등의 텍스트는 배타적인 사진의 주제가 아니라 일상과 사진이 상호적으로 의미를 재형성하는 양상이거나 그러한 작용이 펼쳐지는 핵심적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눈빛. 228쪽. 2만2000원.

▲ 서양의 장원제 = 마르크 블로크 지음. 이기영 옮김.

장원제는 중세 봉건사회에서 영주의 토지와 농노로 구성된 자급 자족적 경제 체제를 말한다. 하지만 장원제는 하나의 형태로 규정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프랑스와 영국을 보면 서로 닮고 동일한 추세의 영향을 받았는데도 장원제는 몹시 달랐다.

저자는 20세기 초엽 프랑스와 영국 농촌의 풍경과 경제적 구조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원인을 시종일관 양국의 장원제 역사를 비교하고 고찰함으로써 규명하려 했다.

책은 중세 프랑스와 영국의 장원제 역사를 탐구해 당시 사람들이 각기 다른 형태의 장원제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고 어떤 사회를 구성하려 했는지를 살펴보고, 장원제가 두 국가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밝힌다.

프랑스 아날학파 창시자로, ‘역사를 위한 변명’, ‘봉건사회’ 등 명저를 남긴 마르크 블로크(1886∼1944)가 대학 강의용으로 작성한 노트를 엮은 책이다.

한길사. 276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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