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나는 물이다 푸르른 강물이다
출렁출렁 흐르고 있다 낮은 곳으로
달리고 있다 내 발길
누구도 막지 못 한다 바다까지
능청능청 흐르고 있다
달리고 있다 저 아득한 곳 향해
나는 물이다 최고의 선(善)이다
높고 깊은 마음으로
뭇 생명들 끌어안고 있다
더는 내 발목, 다치고 싶지 않다
어떤 불도저도, 어떤 포클레인도
내 깊은 사랑, 무너뜨리지 못 한다
나는 물이다 아직은 건장한
당신의 몸이다 팔다리다
구릿빛 우람한 어깨다 내 몸
어느 누구도 감히 훼손시키지 못한다.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너는 물이야. 출렁출렁 흐르는 중이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바다까지 달리는 동안 누구보다 더 높고 누구보다 더 깊어진 마음이야. 아득히 먼 곳을 향하여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어. 너는 몸이야. 지친 마음들이 네 어깨에 기대어 쉬었다 가고. 어떤 슬픔이 너를 향하여 기울고 있네. 너는 두 팔로 두 다리로 그 마음 모두 끌어안고서 따뜻하게 감싸네. 말라가는 것들 기울어진 것들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 힘으로 힘차게 흐르네.

그걸 생명이라 불러도 될까. 상처 입은 발목으로 다시 일어서는 금강. 불도저가 와도 포클레인이 와도 넘어지지 않는 금강. 그래, 살아 있는 세계를 향하여 살아가는 모든 것들 끌어안고서 능청능청 흐르고 있는 금강을 아름다운 물결이라 불러도 좋을까. 너는 물이다, 몸이다, 아니 생명이다. 생명을 끌어안고 흐르는 최고의 선(善), 그래 사랑이다. 금강은 그렇게 더 큰 사랑으로 굽이쳐 흐른다. <김지숙 시인·한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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