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한 방황 끝 결국 제자리로
어릴 적 취미 ‘공작’에서 꿈 찾아
진짜 하고 싶은 일에서 창업 결심
사회문제 해결 일조…보람 두 배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대다수의 사람들이 흔히들 창업이라 하면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 즉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이 도래한 요즘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재: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미림(32·여) 대표에게 있어 창업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조 대표의 행보가 그렇다.

그는 특별한 재능도, 고도의 기술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즐겨온 취미생활이 지금 그의 직업이 됐고 그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점이 된 거다. 그가 지역사회 청년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메이커 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인의 업을 통해 장애인의 애로사항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등 ‘배리어프리’(무장애 환경) 실현을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다. ‘수익 창출’이라는 일반적인 기업의 메커니즘과는 사뭇 다른 청사진을 내보인 조 대표를 만나봤다.
 

◆ 긴 방황에서 제자리를 찾기까지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공작(工作)을 하거나 종이접기와 같은 취미생활을 즐겨오고 있습니다. 비록 어린 시절 만들었던 작품을 지금 어디에 내놓기엔 부끄럽지만 제 자신에게 있어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하나의 상징성이기도 하죠. 지금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던 조 대표였지만 그가 택한 대학 진로는 수학과였다. 당시 진로에 있어 예술이라는 분야는 비교적 험지로 여겨진 탓이다. 취미생활, 즉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기보단 공부를 잘하는 게 곧 성공의 지름길이였다는 거다.

“당시 주변에서 미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죠. 대학교 진로에 있어서도 그나마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부분이 있어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로에 대한 고민은 커져만 갔죠. 대학생활을 하고 나서야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분야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결국 산업디자인, 제품디자인학과 등의 수업을 두루 청강하며 진로를 의류학과로 바꿨다. 그렇게 그가 대학교 입학부터 졸업할 때까지 걸린 기간은 8년이었다.

“대학에 다니던 중에도 공작을 많이 하다보니 주변에서 이것저거 만드는 것을 요청했고 결국 취업준비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커졌죠. 그때 같이 일을 해온 동료가 지금의 팀원으로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일찌감치 알았음에도 업으로 삼기까지 먼 길을 돌아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조 대표는 ‘후회는 없다’고 웃으며 말한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회에 기여하는 ‘하고 싶은 일’

재:작소의 대표 사업은 리빙랩 프로젝트 등을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이다. 정기적인 워크숍을 여는가 하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고쳐 쓰는 ‘새로고침 프로젝트’ 또한 그 일환이다. 고장난 걸 모두 버리고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는 요즘 세태를 고쳐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이 ‘꼭 이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전략적으로 생각했던 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주변 사람과 같이 할 수 있고 재밌게 나눌 수 있을까라는 거였는데 그게 기회가 되고 나중엔 사업적인 방향으로 이어진 거에요. 뭔가를 이뤄내기 위한 전략적인 시도도 좋지만 내가 어떠한 방향을 갖고 활동을 하면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준 셈이죠. 처음 이 일에 뛰어들 땐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길 바라고 있죠.”

그가 배리어프리에 뛰어들게 된 것도 그의 삶에 비춰보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뭔가를 만들기를 좋아했던 조 대표의 일상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의 애로사항 해결에 대한 방법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한 콘텐츠 제작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대상을 한정짓지 않고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이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죠. 예를 들어 집에 고장난 제품을 스스로 고쳐보는 활동 또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 직접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자립심을 키워주는 활동들이죠.”

그는 장애인이 스스로 휠체어를 고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재작소 자체에선 장애인이 일반 식당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입간판식 경사로(평상시 입간판으로 사용하다 장애인이 오면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제작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한편 사회적으로 장애인이 활동할 수 있게끔 하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거다.

“모든 작업이 성공적인 결과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아이디어는 결국 사회에 이로운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더라구요.”

분명 그가 하는 작업들은 대부분이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뒤따른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오늘도 그의 손을 분주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 “하고 싶은 일 하되 늘 고민해야”

“청년은 자신의 진로를 정하기 위해 늘 고민을 할 수밖에 없죠. 자신이 원하는 길인지, 또는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는 게 맞는 건지, 고통의 시간의 연속이에요. 그런데 자신의 꿈을 정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들더라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후회는 덜할테니까요.”

그가 진정 원치 않았던 진로를 정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8년이었다. 누군가에겐 짧을 수도, 누군가에겐 긴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 대표가 지금 웃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들다보면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는 사람 또한 생기기 마련입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분들이 곳곳에 있어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다보면 내가 정한 방향이 맞다는 걸 깨닫곤 하죠.”

조 대표가 재:작소를 사회적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좋아하는 일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재:작소의 지향점도 명확하다. 좋아하는 일을 함께 모여 하는 것. 그것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작업이라면 더할 것 없는 금상첨화다.

“아직까지 회사의 구체적인 목적지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지만 단 한 가지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즐겨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글=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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