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기로 했다. 장예쑤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21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날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보안법률 제정에 관한 의안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따른다면 홍콩은 독립된 자치권을 누리기에 홍콩의 법은 홍콩 의회가 제정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중국이 법을 제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홍콩 야권과 민주화 운동 진영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장 대변인은 “홍콩특별행정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분리될 수 없는 한 부분”이라며 “전인대 대표들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은 홍콩 동포를 포함한 전 인민의 근본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전인대 개막일에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에 대한 결의안 초안이 제출돼 통과되면 두 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 최종 입법 절차를 거친 후 홍콩 국가보안법은 효력을 갖게 된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 인물에게 30년 이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홍콩 시민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이를 저지한 바 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홍콩에서 일어나며 중국 중앙정부는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이를 막으려는 계산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이 홍콩에 대해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시간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을 놓고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연일 중국을 향해 압박에 나서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대만 참여 배제를 비판하면서 중국도 함께 거론했고, 홍콩에서 벌어지는 미 언론인에 대한 간섭 위협에 주목한다면서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 규제를 강화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의 이러한 결정으로 홍콩 범민주 진영은 다음 달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6·4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집회를 계획 중에 있다.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유혈 시위를 벌인 것을 기리며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해서도 반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