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서 스포츠영웅 프로레슬러 故 김일 옹의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누구보다도 맑고 순수했던 김일 선생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대한민국 프로레슬링을 이끈 주역이자 ‘박치기왕’이라고 불린 김일 옹이 영면에 들어가기 직전인 2006년 10월 26일 낮 12시. 당시 김 옹의 곁에서 묵묵히 임종을 지켜보던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이 건넨 마지막 인사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20년 5월 22일 오전 11시,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은 故 김 옹의 안장식에 참석했다. 김일 기념관에 따르면 그동안 고향인 전남 고흥에 안장돼 있던 故 김 옹은 국민훈장 석류장과 국민체육훈장 맹호장 수훈, 국민훈장 청룡장 추서 등 대한민국 프로레슬링 1세대 선두주자로서 공헌을 뒤늦게 인정받아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으로 이장하게 됐다. 이달 초에 소천 7주기를 맞은 을지재단의 범석 박영하 설립자 역시 이곳에 안장돼 있어 을지재단과 김 옹의 특별한 인연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다시 이어졌다.

을지대의료원과 을지대 등을 이끌고 있는 의료교육재단인 을지재단과 김 옹의 인연은 지난 199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옹은 WWA 세계태그챔피언을 시작으로 제23대 WWA 세계 헤비급 챔피언까지 14관왕에 오른 국민 영웅이었지만, 그의 말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산부인과 수련을 마치고 귀국을 앞두고 있던 박 회장은 김 옹이 외롭게 투병 중이라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박 회장은 한국의 이름을 빛낸 국민 영웅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의료진을 이끌고 김 옹이 있는 후쿠오카 요양원으로 향했다. 박 회장은 휠체어가 아니면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빴던 김 옹을 모셔와 당시 을지병원 병실 1개를 살림집으로 내줬다. 당뇨병과 고혈압, 하지부종 등 지병으로 고생하던 김 옹을 아무런 대가 없이 14년간 무상으로 돌보고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 박 회장은 을지병원에서 치른 장례비 일체도 책임지는 등 끝까지 김 옹에게 존경심을 표해왔다.

박 회장은 “해마다 늦가을이 오면 김일 선생님이 그리웠다. 나의 영웅이기 전에 박치기 하나로 온 세상을 호령하던 선생님. 뒤늦게나마 ‘국민 영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셔진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왔다. 특히 선친인 故범석 박영하 설립자님도 이곳에 계신다. 내가 존경하는 두 분이 같은 곳에 모셔져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소회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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