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

누이 전화

김도수

노랑나비 한 마리
너울대는 아지랑이 따라
마당 훨훨 날고 있는데
전화벨 울린다

오빠
나 어젯밤 꿈속에서 엄마 보았는디
세상에 비 온디 보리밭 매고 있더랑게
속상해 죽겄어

살아서 호맹이 닳게 살았으면
이제 그만 던져불고
뒷짐 지고 편안히 만났으면 좋겄어

꿈속에서도 일하는 모습 보니
속 많이 상했겄구나

인자 호멩이 던져불 때도 되았는디
뭐더게 비 온디 밭 매고 나타나
막내를 울리고 그런데아

아직도 마당엔
노랑나비 훨훨 날고 있는데
 

 

▣ 일 좀 그만하라는 자식들 성화에, 이런 촌이서 그런 것도 안 허면 뭐 헌다니?, 하면서 끝내 일을 손에 놓지 못하시던 어머니. 죽기 직전 쓰러져 병원에 업혀 가서야 그만하게 된 일. 그놈의 일이라면 아주 징그러 진절머리가 다 납니다.

그렇게 평생을 일에 치어 살다 가신 어머니께서 지난밤 막내딸 꿈에 나타났습니다. 꿈에서까지 그놈의 일하는 모습으로요. 그것도 비가 구질구질 오는데 보리밭 고랑에 엎드려 밭매는 모습으로.

그러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막내딸 억장이 얼마나 무너졌을까요? 죽어서도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며 막내딸은 보통 속상한 게 아닙니다. 이제는 좀 여유 있는 모습으로 편안하게 만났으면 좋겠는데, 죽어서까지 비 오는 날 밭에 엎드려 일하다니. 너무 기가 막혀 누이동생이 오빠에게 전화로 하소연합니다. 전화를 받고 이야기하는 게 시인은 시의 정황으로 보아 누이동생보다는 속이 좀 덜 상한 듯합니다.

어머니. 다음번 꿈엔 옷도 좀 이쁘게 차려 입고 웃는 얼굴에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나 막내딸 한 번 안아주세요. 그래도 막내딸이 어머니 생각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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