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얼어붙은 체육현장 힘겹지만
오랜 숙제 풀기 위해 ‘뚜벅뚜벅’ 한 길로
대전체육 새로운 30년 비전 세워
시민 행복 추구하는 체육회 만들 터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정치로부터 체육의 독립은 그간 체육계가 갈망해 온 오랜 염원이다. 오랫동안 각 시·도 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을 겸직해오면서 체육회가 정치 조직화되는 양상이었고 곁방살이 식이어서 오롯이 체육을 위한 정책과 체육인을 위한 비전을 찾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그래서 민선 체육회장 시대의 개막은 체육현장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잖다. 체육인을 중심으로 시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체육회 정립을 목표로 첫 민선 체육회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이승찬 대전시체육회장을 만났다.
 

이승찬 대전시체육회 회장

◆민선 체육회의 첫 고비 ‘코로나19’

사상 초유의 감염병 코로나19는 체육현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체육시설은 문을 걸어 잠근지 오래고, 선수들은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요즘 코로나19를 역이용하고 있단다. 취임 첫 해가 아니면 놓칠 공산이 큰 굵직한 체육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 움직여야 한다’는 나름의 소신에서다.

“민선 체육회를 향한 시민의 기대와 희망이 큰 만큼 막중함과 함께 책임감, 사명감을 느낍니다. 코로나19로 각종 체육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여건은 사실 녹록지 않지만 그동안 임원 인선, 조직 정비 등 시스템 구축에 몰두하며 꽤나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체육인들과의 소통과 화합을 통해 대전체육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시체육회를 정립하려면 처음이 중요하니까요.”

코로나19의 끝은 어디일까. 온 사회가 움츠린 채 불안한 오늘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그런 중에 얻는 것도 있다고 했다. 대전체육의 실력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것이 그렇다. 사실 이런 기회는 일부러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가 돈 주고도 못 만들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해보겠다고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연유다.

“민선 체육회 첫 해부터 코로나19에 발이 묶여 있어 답답한 심정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죠. 우선 올 하반기에 코로나19로 연기된 각종 대회와 행사들을 집중해서 시행할 계획입니다. 대회 개최 여부나 일정 조율, 장소 확보가 관건이 될 텐데 각 종목단체와의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차분하게 준비할 생각이에요. 물론 모든 바탕은 촘촘한 코로나19 방역망을 만들어 체육인이나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승찬 대전시체육회 회장

◆대전체육 내일 열 ‘비책(秘策)’

이 회장은 요즘 대전체육의 새 청사진을 그리는 일을 두고 목하 고심 중이다. 갈수록 선수 발굴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낼 비책이 절실해서다. 그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 그리고 체육시설 확충으로 오랜 숙제를 풀어내 볼 요량이다.

“스포츠는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권리입니다. 그래서 엘리트체육·생활체육의 균등한 발전이 중요하고요. 저는 학교체육이 생활체육의 기반이 되고, 다양한 생활체육의 터전 위에서 전문선수가 배출되며, 은퇴 선수들이 체육현장에서 지도활동을 펼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안정적인 예산을 바탕으로 체육시설을 늘리고 넓혀 나가면 머잖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한 선결조건은 단연 이 회장이 선거 당시 제시한 공약 실천이다. 민선 체육회의 정착, 대전체육 발전의 주춧돌을 놓기 위한 예산 300억 시대 실현, 체육발전기금 조성 및 업무추진비 제로화, 체육시설 확충, 학교체육-엘리트체육-생활체육 시너지 극대화, 선진체육행정시스템 도입 등 5대 핵심 과제가 그것이다.

“코로나19로 국가 전체가 어렵지만 이 때문에 체육분야 예산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시체육회 예산 300억 원 시대를 열고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면서 현재 내부적으로 자체 추경을 통해 행정절차를 마친 상태이기도 한 체육발전기금 조성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더불어 스포츠 콤플렉스 건립 등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해 지역 체육발전의 토대도 마련할 생각이에요. 공공스포츠클럽을 육성, 학교체육-엘리트체육-생활체육 선순환 구조를 세우는 첫 단추도 잘 꿰고 대전체육정책자문위원회 등 선진체육행정시스템을 구현하는 일에도 시체육회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민선 체육회 정착의 성패를 법인화에서 찾는다. 각 지방자치단체 산하 임시단체 성격을 띄고 있는 현재의 체육회 구조로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나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운영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체육회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결국 안정된 예산 통한 운영 모델을 확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체육회 구조는 지자체, 대한체육회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결국 장기적으로 법정 법인화를 꾀해서 예산을 고정적이고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틀을 정립하고 각 시·도체육회 색깔에 맞는 시스템을 만드는 쪽으로 가게 될 거라고 봅니다. 당장은 쉽지 않지만 초대 민선 체육회장들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이 될 것입니다.”
 

이승찬 대전시체육회 회장

◆변화와 혁신의 대전체육

지난해 30년을 맞은 시체육회는 올해 또 다른 30년의 출발선 위에 서 있다. 현장에선 그에게 초대 민선 체육회장 타이틀을 넘어 대전체육의 여러 문제들을 정리하고 혁신적인 변화와 획기적인 정책의 수립, 세부계획을 꼼꼼히 챙기는 실무형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의미도 남다르지만 이 회장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자못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체육회장 임기 내내 변화와 혁신은 늘 계속될 겁니다. 이미 시체육회는 제 취임 후 조직개편을 통해 3본부 6체제로의 변화를 꾀하며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습니다. 여기에다 유관기관과 협업체계를 더 깊이 있게 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고요. 종목단체별로 겪는 애로사항들도 진중한 자세로 청취하고 있고 시체육회 중·장기발전을 위한 비전을 수립해 이를 실행할 운영정책과 전략을 정립하는 과정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죠.”

지난 50년 지역과 함께 걸어온 계룡건설의 오너이기도 한 그는 지금도 그러하나 지나온 과거에도 이미 대전체육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인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대전생활체육회 부회장, 시체육회 이사로 나서 전방위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건 대전체육에 대한 이 회장만의 애틋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체육회장 선거에 뛰어들며 전면에 내세웠던 시체육회 변화와 혁신이라는 그 소신이 변치않는 한 이승찬표 대전체육은 이제 비상할 일만 남았다.

“아버지(故 이인구 명예회장)께선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는 언제든 고향으로 되돌아온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이를 항상 가슴에 새겨 초심을 잃지 않고 대전체육 발전과 시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임기 내 공약들을 구체화하고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세부적인 방안 도출을 위해 모든 시체육회 직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변화와 혁신으로 대전체육 위상을 높이고 체육인이 중심이 돼 시민 행복을 추구하는 시체육회를 만들겠습니다. 시민, 그리고 체육 가족 여러분의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글=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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