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지급 취지 퇴색” vs “실용 행위 비판 대상 아냐”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박 모(40·대전 중구) 씨는 이달 초 정부로부터 수령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용해 실손 보험금을 현금화했다. 병원 진료 후 재난지원금으로 선결제한 뒤 보험사에 실손 보험금을 신청해서 얻은 결실(?)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박 씨는 30만 원 남짓의 보험금을 수중에 넣었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소비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됐던 개인에게 지급이 완료된 만큼 지원 카드를 이용해 사용하든 현금으로 바꾸든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재난지원금을 주거래 카드로 받았다면 결제할 때 우선 순위로 빠져 나가는 구조여서 이를 ‘꼼수’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용한 실손 보험금 현금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치료를 목적으로 했다면 핀잔할 일이 아니겠지만 문제는 일부 시민들이 몸에 문제가 없는데도 진료를 받고 결제를 지원금으로 먼저 한 뒤 진료 기록을 이용해 실손 보험금을 요청, 현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악용하면 안 된다는 측과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소비자의 몫이라는 의견이 상충한다.

이 같은 현상이 드러나며 보험업계에서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실손 보험 신청 건수가 늘었다고 말한다.

대전 서구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원 정책 시행 후 실손 보험금 지급 관련 청구 신청이 증가한 게 사실이다. 지원금을 이용해 꼭 필요한 진료를 받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평소 자신의 돈을 지불하기엔 아까웠던 시술을 한 뒤 보험금을 수령하면서 사실상 이중지원 수혜를 받는 것”이라고 언짢아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악용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만 재난지원금과 현금을 같은 카드에 갖고 있으면 결제 시 지원금으로 우선 결제되는 만큼 병원 진료를 받는 사람들 중 의도치 않게 실손 보험금 처리를 하는 일이 있다. 이와 함께 보험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자가 비용으로 진료를 받았는지 지원금을 이용했는지 알 방도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금융 당국이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부가 실시한 정책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조 모(42) 씨는 “모르고 한 사람이 많겠지만 분명 의도성을 갖고 보험금 청구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정책 도입 취지가 지원금을 통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경기 회복을 돕기 위한 것인데 허점을 이용한 불필요한 예산 낭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에서 부정 수혜 방지와 혼선으로 인한 지원금 낭비를 막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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