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천 대표이사 사직서 제출
대표이사 임기 중 낙마 재현
1~6대 모두 중도 퇴진 불명예
“조직 11년간 흔들리기만 한다”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속보>=새로운 10년을 시작한 대전문화재단이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또다시 대표이사의 낙마가 재현됐기 때문인데 이를 바라보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시선은 담담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화재단 대표이사 중 보장된 임기를 모두 채우고 명예롭게 물러난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서글픈 현실이 가져다 준 아이러니다. <본보 2018년 2월 7일자 3면 보도>

박동천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지난 27일 대전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2018년 9월 문화재단 제6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박 대표이사는 살아 숨 쉬고 움직이는 재단, 시민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는 재단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취임했으나 2019 아티언스 대전 관람객수 조작 의혹을 비롯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이용 등 논란에 휩싸이며 우여곡절을 겪던 와중에 결국 사퇴를 택했다.

박 대표이사의 낙마로 문화현장에서 문화재단 수장은 ‘독이 든 성배’라는 인식은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2009년 박강수 초대 대표이사를 포함, 박상언(2·3대)·박찬인(4대)·이춘아(5대)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 임기 3년을 채운 이가 전무하다는 점이 그렇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지난 10년간 문화재단은 수장 공백 상태를 매번 반복해왔다”며 “올해 출범 11년을 맞는 문화재단이 지역문화진흥의 거점이라는 창립 취지에 부흥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조직과 기능으로 무장해야 하는데 아직도 조직이 흔들린다는 건 참 불행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또 다른 문화계 인사는 “사퇴 배경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젠 대표이사에게 임기를 주고 맡겼으면 어느 정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시간은 충분히 보장해주자는 인식의 공감대가 조성돼야 할 것 같다”며 “문화재단 직원들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려주고 문화 현장과 더불어 공존할 줄 아는 대표이사가 절실하다”고 답답해했다.

애써 표정을 감추곤 있으나 반복되는 수장 공백 사태에 직원들의 기분도 씁쓸한 건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문화 현장의 현실에서 이를 진두지휘할 대표이사의 부재가 지역에 주는 충격이 결코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박 대표이사에 이어 이달 말 문화예술본부장까지 퇴사를 앞두고 있는 탓에 걱정의 한숨이 꽤나 깊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급 문화재단이 늘어나면서 광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국비·공모사업도 많아져 어느 때보다 기민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특히 문화예술계에서도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데 정책다운 정책을 운영할 줄 아는 인물이 새 대표이사로 발탁되지 않으면 문화재단은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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