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실업대란에 농촌 일자리 몰리지만
국내선 영농 회피해 외국인 인건비 고공행진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중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을 무렵, 빠져나간 외국인 인력의 복귀가 더뎌지자 농촌 일당이 10만 원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중국·유럽 등 각국은 실업대란에 도심 청년들이 농촌 일자리에 몰리고 있는 반면, 충청권을 비롯한 국내 농촌은 노동력 부족이 심화돼 농산물 생산에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실업률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중국은 1분기에만 18.3%의 해고·감봉·무급휴가 등 고용 불안이 감지되면서 일자리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졸자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하방(下防·시골 노동현장에 지식인 투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최근 농업협회 구인사이트에 2만여 명이 몰려 35% 수준인 자국 농촌 인력이 상승할 전망이며, 영국 당국도 지난달 말 수확철 농번기를 맞아 실업자를 농가와 연결해주는 웹사이트(픽포브리튼)를 개설한 가운데 하루 방문자만 16만 명에 달해 농촌 일자리 선호 현상은 짙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 역시 수출과 내수 감소로 고용비율 중 약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고용유지가 어렵자 오는 8일부터 ‘농업 일자리 연계 단기 귀농 교육’을 신규 운영할 계획이나 실업난 해결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국내 청년들 대다수가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이라 농사일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서다. 충남 논산 유영농원 관계자는 “딸기 농사는 무더운 하우스에서 10시간가량 근무해야 해서 도심 청년들이 일절 오지 않는다. 태국인 근로자가 코로나19 확산 때 출국하는 바람에 인력사무소를 통해 4명을 간신히 구했으나 일당이 8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승해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농촌 구인난은 단지 도심 청년들의 농사일 거부에만 있지 않다. 충북 옥천 산계뜰 영농조합 이선우 대표는 “요즘은 과수 봉지 씌우기 작업과 감자·양파 수확, 모내기 파종으로 한창 바빠야 하지만 고령화된 농촌 주민이 근로 강도가 낮은 노인공공일자리로 빠져나가고 있고, 도심 청년들의 농촌 일자리 정책도 영농 경영, 스마트팜 지원 등 고용주 육성이라서 인력난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즉, ‘농촌 일손과 도심 청년의 연결망’을 체계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국내 농촌 인력이 늘어나도록 총체적인 제도적 여건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또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인력 정책에 따라 농촌에 투입되면 근로기준법에 맞춰 근로시간이 줄어 임금이 적어지는 탓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관광비자를 통해 일용직으로 취업하거나 불법 체류를 선택하는 바람에 인력사무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충북지역은 외국인 근로자의 일당이 11만~13만 원, 월 급여는 300만 원까지 올라간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국내 일손 대비 효율이 낮은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함에도 농산물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내 식량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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