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이것에 대하여’展
실험·독창성 깃든 작품들 한눈에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와 프랑수아즈 가르디 주한 스위스 대사관 선임 문화담당관이 3일 대전시립미술관을 방문해 요게쉬 바브의 ‘설명은 때때로 상상을 제한한다II’를 관람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동시대적 세계미술지형과 한국미술을 관통하는 특별한 소장품전이 열렸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혹은 지나쳐온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 세대를 표현하고, 시대에 따른 미술표현방법에 자신만의 감각을 불어넣는다. 지난 2일부터 내달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전 ‘이것에 대하여’가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재개관 기지개를 켜던 문화예술기관들이 다시 문을 닫는 난감한 상황 속에서 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의 제일 목표를 철통방역에 초점을 뒀다. 전시장 입구부터 발열체크는 기본이고 관람객 거리두기 차원에서 전시는 50명 씩, 하루 여섯 차례만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전시는 국제 현대미술 컬렉션 중 해외 작가 35명의 작품 42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이 ‘이것에 대하여’인 것처럼 모두 4개의 전시실엔 서로 다른 역사적·예술적 의미를 내포한 다채롭고 정교한 작품들이 보는 이들의 시야를 사로잡는다. 

하나의 미술 작품을 이해할 때는 작가가 사용한 재료와 표현법을 함께 읽어야 하는 법이다. 1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에트루리아인’ 청동 조각상과 커다란 거울이 관람객마저 마치 작품의 일부가 된 것마냥 느끼게 한 이유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으로 짙게 칠한 피에르 술라주의 ‘회화’ 역시 눈길을 끈다. 가까이서 보면 어둡게 칠해진 작품에 지나지 않지만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는 순간 추상미술, 설치미술의 중요성을 부각하려했던 작가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드럼과 베이스’ 마티유 메르시에作.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일상의 소소한 소품도 작가에겐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치는 도구가 된다. 2전시실 벽면 액자에 담긴 대형 판지가 그랬다.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작품 ‘판지Ι·Ⅳ’는 생활 속에서 누구나 손 쉽게 사용하는 대형 판지를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추상표현주의에서 출발한 창의적·개성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그는 생활용품을 작품에 고스란히 도입해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물을 작품으로 녹여 팝아트(Pop Art) 세계를 연 장본인이다. 특히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작품 ‘위안부’다. 12개의 흰 천과 와이어, 어두운 램프 불빛 아래 펄럭이는 커튼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비합리적인 명상’ 필리프라메트作.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때론 작가들은 붓이 아닌 카메라를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3·4전시실에 놓인 윌리엄 캔트리지의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나의 것이 아니다’는 그림자로 비춰지는 화면 속 등장인물을 통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선승혜 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국제미술의 전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져 더 뜻깊다”며 “문화의 국제성을 생각해보고 다양한 국가의 예술가들이 자신이 직면한 현실을 실험정신으로 재해석, 때로는 예술로 위기를 극복해 가는 예술의 국제성을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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