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충남 태안 해변에서 정체불명의 고무보트가 또 발견됐다. 지난달 21일 중국인 8명이 모터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지 보름도 안 돼 밀입국으로 의심되는 고무보트가 발견된 것이다. 관계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어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서해안 경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태안 해경에 따르면 4일 오전 근흥면의 한 주민이 “태안군 근흥면 마도 방파제 인근에 5~6일 전부터 정체불명의 고무보트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견된 고무보트는 40마력의 선외기 엔진이 장착돼 있었고 구명조끼와 빵 봉지 등이 발견됐으며 이 중 일부는 중국어로 표기돼 있었다.

현재로선 중국인 밀입국인지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 유실된 고무보트인지 조사를 더 해봐야 안다. 하지만 또 주민신고에 의해 정체불명의 고무보트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허술한 군경의 해안 경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고무보트가 발견된 곳에서 15㎞ 떨어진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선 지난달 21일에도 소형 보트가 발견돼 조사 결과 8명의 중국인이 밀입국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소형보트가 접근해 보트에 탔던 중국인들이 해변을 가로질러 도로변을 따라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었지만 군경은 전혀 감지를 못했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단순 밀입국으로 판명돼 중국인 대부분이 검거됐지만 군의 경계망이 잇따라 뚫리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안 경계는 육군이 해안에서 500m, 해군은 해안 500m 밖부터 경계 책임을 진다. 해경의 경우 군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계 지원을 한다.

하지만 이번 두 건 모두 주민의 신고를 받기까지 군경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우리 군경의 서해안 경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태안 기지는 군의 주요 시설들이 있는 곳으로 적의 침투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육군이 태안 레이더 기지를 설치해 운영하는 등 군의 경계태세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정체불명의 보트가 잇따라 발견되는 등 경계망이 뚫리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에 적이 고무보트를 타고 침입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 밀입국 대비 차원이 아닌 군경 경계의 총체적 문제점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해이해진 군기를 엄정하게 바로 잡고 레이더망과 CCTV 보강 등 경계망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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