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떨쳐내고 한순간에 뒤바뀐 업(業)
코로나19 직격탄…합심으로 극복
“포기않고 도전하면 길 열려”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인해 시민들이 바깥 생활을 자제하면서 외식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도 오래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전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외식업계가 매장에 찾아와주는 손님들의 수익만으로도 근근히 버틸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외식업계가 배달업을 필수로 병행하고 있는 거다.

대전 동구 원동에 위치한 청년구단 또한 예외는 아니다.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해 인기를 얻어 한때는 손님들의 발길로 발 디딜 틈 없었지만 최근엔 청년구단 입점 매장 대부분이 배달에 나서고 있다. 유종성(30) 청년구단상인대표가 운영하는 매장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청년구단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좀처럼 이겨내기 어려운만큼 그가 짊어진 짐은 더욱 무겁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늘상 위기를 기회로 삼아온 그인만큼 이번 코로나19 또한 결국엔 극복하리라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 한 번의 여행으로 뒤바뀐 업(業)

“대전에서 초·중·고·대학교를 나온 대전 토박이입니다. 경제학과를 나와 금융기관 입사를 준비하다 갑작스럽게 요리라는 분야를 본업으로 삼게 됐죠. 단지 취미로 즐겼던 요리가 한 순간 직업으로 된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진 않습니다.”

사실 유 대표에게 있어 요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이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줄곧 관심이 많았던 그였고 취업 준비 전 학업과 함께 병행한 아르바이트에 있어서도 늘상 요리 분야에서만 즐거움을 느껴왔던 터다. 그가 요리를 취미에서 업(業)으로 삼은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지금의 동업자와 여행을 다니면서 전주의 청년몰에 방문하게 됐죠. 그때 새삼 청년들이 음식을 만들고 팔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이후 대전에 돌아왔을 땐 우연찮게 청년구단이 만들어지고 입점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돼 고민도 안하고 바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는 청년구단이 생긴 후부터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 중 한 명이다. 비록 요리만 만들 줄 알고 경영이나 손님 접대 등에선 어려움이 많았다지만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과정에서의 어려움보단 배움의 즐거움이 컸던 이유에서다.

“청년구단에 입점하기 전엔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하겠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어요. 전주여행에서 느꼈던 청년몰을 지금 당장 대전에서 이뤄내고 싶다는 바람이 컸습니다. 결국엔 한 번의 탈락도 없이 수개월간의 교육을 받으며 입점에 성공하게 됐습니다.”

누구든 오랜 기간 준비해온 꿈을 뒤바꾸는 데엔 고민이 들기 마련이다. 새로운 도전에 앞서선 늘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 대표가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 젊음이라는 무기와 함께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이 크게 작용했다.
 

◆ 위기 봉착한 청년구단…힘 모아 ‘극복’

“사실 청년구단이 TV 프로그램에 방송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장 홀엔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입점 매장이 배달로 버텨왔던 거죠. 아무래도 청년구단이 비교적 외진데 위치해있고 잘 알려지지 않다보니 손님의 발길을 기대하긴 어려웠죠. 홍보 면에서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실 청년구단이 위치한 동네는 비록 주변에 전통시장 등이 있다지만 비교적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한 요리를 내놓은 청년구단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청년구단 초창기만 하더라도 청년구단은 홀에 손님을 받는것보단 배달을 중심으로 하는 매장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시금 청년구단 설립 초창기처럼 많은 수의 매장들이 배달을 하고 있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지자체의 비대면 장보기 등으로 인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어렵다고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진 않습니다.”

유 대표의 매장을 놓고보면 기존 4~5명의 종업원은 최근 2명으로 크게 줄었다. 코로나19의 여파다. 창업을 하는 이들에겐 누구나 향후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갖곤 있다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막막함은 거스슬 수 없는 현실이다.

“청년구단을 비롯한 지금의 상황에선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 실감하지만 부족함이 없진 않죠.”

유 대표는 힘들 때마다 늘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손을 내밀었다고 웃음지으며 말한다. 그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창업 등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이 담보됐기 때문이다. 그가 이제는 조금이라도 청년구단을 넘어 지역 청년들을 위해 힘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곤 있지만 반면 공생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효과를 낳게 했습니다. 이럴때일수록 우리는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 “언젠간 기회가 온다”

“청년구단이 설립된 건 전통시장 내 빈 공간에 청년들을 유입시켜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시장의 지속가능성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저 또한 단지 창업으로 인한 경제력 축적이 아닌 공생을 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인 거죠.”

유 대표는 현재 청년구단을 제외한 2호점을 대전 서구에 출점했다. 언젠간 묵묵히 지켜온 청년구단의 자리를 또 다른 청년 누군가에게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동업자와 함께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싶었던 게 꿈이었습니다. 지금 청년구단에 있는 메뉴는 한정적이지만 따로 출점한 매장에선 새로운 메뉴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변화는 늘 두렵지만 그럼에도 항상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최근 유 대표는 대전 동구 제2기 청년네트워크위원으로 뽑혔다. 그에게 청년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라는 새로운 미션이 부여된 것이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과 청년들이 일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지자체에 대변하려고 합니다. 점차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확대된다지만 부족함이 없진 않기 때문이죠. 결국엔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청년들의 애로사항을 하나씩 줄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늘상 위기와 함께해 온 그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도전하고 인내하라’는 조언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나이가 적든 많든 도전은 늘 어렵겠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기회도 오지 않는다는 게 그가 믿고 있는 철칙이기 때문이다.

“대학교 등에서 강의 요청이 오면 늘상 청년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현실에 와닿진 않겠지만 ‘참고 기다리라’는 말을 꼭 건넵니다. 저의 삶에 비춰본다면 늘상 위기와 함께 기회가 주어지더라구요.”

글=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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