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는 해로 비극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지난 70년은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으며, 분단의 암울한 현실을 기억하고 통일시대로 가기 위해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은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창작을 통해 분단현실을 표현해왔다.

대전·충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작가 집단인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에서는 올 초부터 한국전쟁 70년을 짚어보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작업의 주제는 ‘대전의 기억을 소환하는 한국전쟁 70년’으로 스토리밥 소속 작가들을 비롯해 대전에서 활동하는 극단의 배우, 영상작업을 하는 지역 프로덕션, 화가 등이 참여했으며, 최종 결과물은 전쟁을 주제로 한 시, 소설, 희곡, 동화, 구술, 문화세평 등의 내용이 담긴 두 권의 책으로 6월 25일 동시에 출간된다. 1권은 작가들이 직접 창작하고 취재한 내용을 담아 일반적인 책자의 형태로 나오며, 2권은 멀티미디어북의 형식을 갖추어 1권에 실린 작품을 영상과 낭독 등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스토리밥 소속 작가인 필자는 서사시 ‘골령골’을 썼는데, “그 사이 뗏장은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어김없이 계절은 바뀌어도//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함부로 구겨지고 부서진 사람들//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위로/향이 스며 흐르고//쇠꼬챙이에 긁힌 검은 표지석/뼛조각을 모아둔 가건물 하나//뒤섞여 떠도는 불안한 눈빛들/가시덤불 무성한 골짜기”라는 서시로 시작한다.

서사시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대전 산내 낭월동 골짜기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중심으로 전쟁의 폭력과 상처를 응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 시를 통해 무고한 생명이 함부로 총살당하고 짚불처럼 태워진 상황을 추적하며 그 무참함을 희생자의 목소리로 재현하는가 하면 유가족들의 수습할 길 없는 설움과 고통은 현재진행형임을 조명하고자 했다.

그렇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매년 6월 27일이면 골령골 임시 추모공원에서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개최되고 있지만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길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열어가야 할 숙제다. 그리고 희생자의 유해를 제대로 수습하고, 그 현장에 역사를 기억하고 상처를 위무하는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날까지 다함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느닷없이 가족을 잃고 뼈아픈 세월을 견뎌야 했던 유가족들의 고통과 그리움은 유월의 나무들만큼이나 지독한 초록이지 않은가. 하여 지역의 역사와 아픔의 서사를 찾아서 기록하는 일은 우리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현재적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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