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요리사가 많으면 수프를 망친다(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고 했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워서는 될 일도 그르치고 만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여성친화도시 공주시가 꼭 이 형국이다.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 일부의 불만이 급기야 공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도마 위에까지 올랐다.

해당 부서와 담당 공무원의 소통방식을 문제 삼았던 그들이기에 대화라는 정공법 대신 행감장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것은 소통 강조에 대한 식언(食言)이자 비신사적인 행위로 비춰진다.

항의방문 소동에도 불구하고 성이 차지 않은 것에 대한 분풀이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공직자를 길들이려는 것은 아닌지, 공직자를 욕보이고 갈등을 비화시켜 무얼 얻고자 함인지 그 저의가 의심된다.

소위 ‘말발’ 센 몇몇이 시민참여단의 주도권을 잡고 쥐락펴락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혹여 든든한 백을 배경 삼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참여단에 남성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문제를 삼고, 지난해 12월 여성친화도시 지정 전부터 수립된 사업계획을 놓고 왈가왈부 트집을 잡고, 심지어 단장 자리와 강사 자리를 운운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닌지.

사조직화에 의한 위화감 조성과 내부 갈증이 우려된다. 벌써부터 순수한 뜻으로 참여를 희망했던 시민들 중 일부가 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물러났다는 말이 회자되니 영 마뜩찮다.

여성친화도시에서 ‘여성’은 여성뿐만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통칭한다. 또 성 평등, 경제참여, 안전기반, 가족친화, 사회문화, 청년 등 6개 분과로 구성돼 남성의 참여가 외려 당연하다. 요란 떨 일이 아니다.

여성친화도시 지정은 김정섭 시장의 열정과 공직자들의 1년여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로, 축하하고 격려할 일이다. 재수, 삼수 끝에 지정되는 여타 도시들과 비교하면 특히 박수 받을 만하다.

잘해보자, 제대로 해보자는 그 충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회의 날짜와 시간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자 참견이다. 이래서는 일이 잘 돌아갈리 없다.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위한 준비에 총력을 쏟느라, 코로나19 사태로 조금은 부족하고 불만족한 게 있었을 터다. 지나온 과정을 문제 삼기보다 앞으로의 방향과 할 일에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발전적 의견제시라는 시민참여단의 역할에 충실해 전국 으뜸의 여성친화도시를 만드는 일에 골몰했으면 한다.

여성친화도시 지정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겨우 막차를 타고 첫 발을 내디뎠다. 걸음마를 막 뗀 아이에게 왜 뛰지 못하냐고 채근하기보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북돋을 때다.

시민참여단이나 공직자나 지향점은 같다.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일에 나선 만큼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색안경을 끼고 틀리다는 주장만 되풀이해서는 소통은 요원해 진다.

아무도 가보지 않는 새로운 길이기에 조금은 더디고 걱정과 우려도 많겠지만, 조금은 멀리서 조금은 느긋하게 지켜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60명의 시민참여단이 저마다 자기주장대로 배를 몰려고 한다면 결국 배는 물이 아니라 산으로 올라가고 만다. 반대로, 혼자서도 충분히 들 수 있는 백지(白紙)도 누군가와 힘을 보태면 훨씬 가벼워진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자세로 일하느냐에 따라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일국삼공(一國三公). 명령을 내리는 윗사람이 많아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lg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