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삶 포기하고 사업 도전장, 드론은 나의 힘
중국 드론 파고 거세지만, 유통 대신 자체개발

㈜네스앤텍의 드론인 스위드-EX(위)와 스위드테더(아래). 스위드-EX는 재난현장감시와 3D 매핑, 부가임무장착 등에 활용 가능하다. 스위드테더는 장시간현장감시와 통신중계 등에 쓰인다. ㈜네스앤텍 제공.

[금강일보 곽진성 기자] 미래 사회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드론’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기를 일컫는 드론은 미래사회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방, 소방, 운송,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일까 드론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각국의 드론 기술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드론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말은 냉혹한 현실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자연스레 드론을 개발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대전에 자신 있게 내밀 기업이 있다는 점은 자랑스럽다. 드론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네스앤텍 이기성(54) 대표를 만났다.
 

 

#. 금융 위기 속에서 ‘도전’을 택하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밀려온 불황의 그늘. 그 무겁고 음울한 현실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던 한 사람이 있었다. 이름 깨나 알려진 기업의 직원이자 대학 겸임 교수까지 맡고 있던 그는 그대로 살아도 사실 부러울 것 별로 없는 안정적 삶 위에 있었다. 그런 그가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번듯한 직장을 뒤로한 채 창업이란 새로운 세계로 뛰어든 거다. 세계경제를 핑계 삼아 좌고우면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을 선택한 그의 이름은 ‘이기성’이다.

“남들이 어렵다고 했을 때 창업을 했습니다. 남들에게 보기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다른 꿈을 좇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당연히 주변 만류도 있었고요.”

이 대표가 떠올린 ㈜네스앤텍 첫 출발에 대한 기억이다. 아무리 결기 충만했다고 하더라도 여럿이 만류하면 부담도 있었을 터다. 편한 길을 놔두고 굳이 왜 모험을 하냐는 걱정과 불안의 목소리가 컸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아름드리 나무처럼 단단한 꿈은 흔들리지 않았다. “생각했죠. ‘나는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회사에 충성을 다했다. 이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고 말입니다.”

그의 뇌리 속 다짐엔 사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어떤 소명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네스앤텍의 주종은 무인항공기, 드론이었다. 그에게 있어 취미이자 평소 관심깊게 공부하던 분야가 도전의 밑천이 된 셈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과거 한 회사의 생산기술본부에서 무인화기술 개발과 관련돼 일을 해왔고, 대학 강단에서는 제자들과 함께 무인항공기 경진대회 우승 경험까지 적립했다.
 

#. 고난…어려움, 그럼에도 길을 개척하다

“취미가 일이 되자 하루아침에 취미가 없어진 꼴이 됐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기뻤던 일요? 없었습니다. 대신 화나는 일들이 있었죠.”

즐기면서 일하지 않았을까 섣부르게 추측하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회사 설립 후 겪은 고생이 그의 손사래에서 투영되는 듯 했다. 실제로 ㈜네스앤텍이 걸어온 길은 험지를 헤쳐 나가는 과정이었다. 값싼 중국산 드론이 지배한 시장에서 한국 드론 기업으로 성공하는 것, 아니 살아남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드론 분야는 어렵습니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생각하면 접었어야 하는 사업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수요처가 생각보단 많지 않아요. 중국산과 중국산을 유통하는 업체들이 잘 나갑니다. 반면 국내에서 직접 개발·납품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국내업체는 다들 어려운 상태죠.”

값싼 중국산 드론의 물결. 그 물결에 편승하면 사업은 한결 쉬웠을지 모른다. 반면 그 파도에 역행한다면 사업적 측면에서 가시밭길을 의미했다. 그럼에도 ㈜네스앤텍은 '메이드 인 코리아'로 상징되는 드론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드론 개발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의 목표, 초심이 여전히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돈은 안 되지만 중요한 기술이기에, 그냥 놔버리면 나중에 뒤쳐지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저라도 말입니다.”

그렇기에 드론개발에 매진한 ㈜네스앤텍에게는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모험이었다. 다행히 노력의 결과는 결실로 이어졌다. 법인 전환을 이루기 전인 지난 2003년 비행제어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이듬해 지상제어시스템 개발에 이어 2007년 헬리콥터 자동비행에 성공했다. 순수 국내개발 센서 및 시스템 토대 위에 이룩한 쾌거였다. 10여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당시 땀으로 이룬 성공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초창기에 개발했던 것 중 자세센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드론의 수평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어떤 자세로 있는지를 계산하는 것이죠. 차에 센서를 달고 학교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면서 노트북으로 봐가며 개발에 매진했던 시간이 또렷합니다.”

지난 2008년 ㈜네스앤텍의 독도 여정은 특기할 만 하다. 개발한 드론으로 독도 탐사 왕복비행에 도전한 거다. 독도 왕복비행은 당시 국내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네스앤텍이 그 한계를 깼다. 450㎞(4시간 35분 비행)로 국내 최장거리 무인기 비행기록을 세우며 독도왕복의 꿈을 이뤄냈다.
 

#. 어느덧 공급 예정물량만 200대

설립당시 구성원이라곤 행정직원 1명과 이 대표 뿐이었던 ㈜네스앤텍의 변화상은 놀랍다. 2010년 초 ‘멀티콥터’를 출시하고 군이며 산업계를 백방으로 쫓아다니며 제품을 홍보했다. 성실한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2016년 마침내 ‘멀티콥터’ 판매 물꼬를 텄다. 그리고 2018년 드론으로는 최초로 우수조달 제품에 등록됐다. 2018년 이전까지 판매한 멀티콥터 총합이 20여 대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30여대, 올해는 공급 예정 물량만 200여대에 달하며, 직원 수는 12명으로 불었다. 어려운 외부환경을 딛고 회사는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시 유망중소기업 선정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강소기업을 꿈꾸는 여정에서 유망중소기업 선정이 자부심의 근간이 됐다.

“사업을 하면서 유망중소기업 선정은 기업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여러 인증을 받고 싶습니다. 회사를 성장시켜 강소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네스앤텍의 직원 복리후생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무엇보다 직원을 대하는 마인드가 남다르다.

“우리회사의 가장 큰 복지는 연봉이고 그 다음은 정시 퇴근이라고 하더군요. 다른 회사보다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대기업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우리 ‘인건비 비싸다’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많이 상합니다. 업계 대비 우리도 인건비가 비싸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타지에서 온 젊은 직원들에게는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드론 분야를 일궈나가는 이 대표가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픈 조언은 없을까. 그의 말 한마디는 자신의 삶의 궤적을 닮았다. 안정도 좋지만, 자신을 키울 수 있고, 또한 자신이 키워나갈 수 있는 강소기업을 찾으라는 당부 말이다.

“중소기업은 하는 일도 연봉도 작다고 생각하고 취업하면 본인도 작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흔히 말하는 강소기업들은 대기업 이상으로 연봉도 높고 실제 하는 일도 대기업과 대등한 혹은 더 우월한 관계에서 수행합니다. 그 무기는 해당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이지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하는 중소기업을 간다면 진짜 본인이 하고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훨씬 많이 얻을 수 있고 이것은 당사자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는 없는 법이다.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회사, 일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고 싶은 회사, ㈜네스앤텍이 지향하는 곳에 꿈이 영근다.

글= 곽진성 pen@ggilbo.ccom 기자·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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