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김형태 박사

#1. 다음 데이터를 보고 선택해보기 바란다.

①어떤 여인이 임신 중이다. 현재 8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중 셋은 청각장애인이다. 그리고 둘은 시각장애인이다. 한 명은 지적장애인이다. 현재 그 여인은 매독에 걸려 있다. 당신이 의사라면 그 여인의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 (이때 임신 중인 신생아가 다름 아닌 베토벤이다) ②전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다음 3명의 후보에 대한 신상정보를 보고 그중 한 명을 선택해주기 바란다.

(A)는 부패한 정치인들과 결판한 적이 있다. 점성술을 가지고 결정을 내린다. 두 명의 부인이 있다. 줄담배를 피우고 8~10병의 마티니를 마신다.

(B)는 두 번이나 회사에서 잘린 적이 있다. 정오까지 잠을 자기도 한다. 대학 시절 마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 한 번에 위스키 1/4병을 마신다.

(C) 전쟁 영웅이자 채식가다. 담배는 피우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 맥주를 가끔 마신다. 어떤 종류의 불륜 관계도 가져본 적이 없다.

 

(힌트 : (A)는 처칠, (B)는 루스벨트, (C)는 히틀러이다) 우리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정당하게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사뭇 다르기만 하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의 이성과 상식을 과신하지 말아라.

#2. 로마제국은 1000년이 넘게 존속한 제국이고 국토면적이나 황제들의 리더십에서 빈틈이 없던 나라다. 우리가 쓰고 있는 알파벳 문자부터 토목공학과 건축법, 도로망이나 문화 수준에서 타의 추종을 허락지 않는 제국이었다. 그러나 허망하게 멸망했다. 에드워드 기번이 많은 사료를 수립해 ‘로마제국쇠망사’를 썼다. 1776년에 출간됐는데 로마 역사에 관한 최고의 명저다. 서기 2세기 이후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에 이를 때까지의 역사기록이다. 200자 원고지 2만 장 분량이며 짧은 소설 20권 분량에 달한다. 총 71장(chapter)에 이르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로마는 번영이 쇠퇴의 원인을 숙성시켰고, 정복의 확대와 함께 파멸의 원인도 커져갔다. 로마제국의 분열과 몰락의 5대 원인은

①단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어있는데 그 지배자를 선거로 뽑는 제도가 없었다. ②빈부의 격차가 점점 확대되었다. ③군비 증강과 과도한 세금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이 약화되었다. 군인들이 각자 맡은 소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④중산층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부유층이 사치를 일삼으며 통치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다. ⑤관료제적 중앙 정부가 일반 국민으로부터 유리되고 법과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다른 평가에 의하면

①빈번한 이혼과 혼인질서의 문란으로 가정질서가 붕괴된 것 ②과도한 세금 부과로 인해 통치 정부와 일반 국민 사이가 유리된 것, ③부유층의 사치로 인해 노동을 천시한 것 ④무리한 영토확장 전쟁을 치르느라 용기 있는 청소년층이 붕괴된 것 ⑤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급종교가 부재한 것 등을 로마제국 쇠망의 원인이다.

#3. 1604년 전후 처리 문제로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2~1616)와 조선의 사명대사 (四溟大師, 1544~1610)가 만났다. 두 사람이 기조 강연 식으로 글을 한편씩 썼다. “돌에는 풀이 나기 어렵고/방안엔 구름이 일어나기 어렵거늘/그대는 도대체 어느 산에 사는 새이기에/여기 봉황의 무리에 끼어들었는고.”(石山難生草/房中難起雲/汝爾何山鳥/來參鳳凰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발문하자, 사명대사가 응대했다. “나는 본래 청산에서 노니는 학인데/항상 오색구름을 타고 놀다가/하루아침에 오색구름이 사라지는 바람에/잘못해서 닭무리 속에 떨어졌노라.”(我本靑山鶴/常遊五色雲/一朝雲霧盡/誤落野鷄群). 이같이 담대한 배짱과 칼날 같은 선기(禪氣)로, 조선인 포로 3000여 명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었다. 2020년은 임진왜란이 발생한 지 482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일간 국제관계가 경색될 때 한·일 양국에 400여 년 전의 사명대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탁월한 외교협상가들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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