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도서신간 6월 2째주
  • 김선아
  • 승인 2020.06.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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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음식의 위로/스타인웨이 만들기… 외 40권

▲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 = 클라이브 D. L. 윈 지음. 전행선 옮김.

개는 인간의 좋은 친구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꼬리를 마구 흔들고 얼굴을 핥으며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시한다. 회의적인 사람이라면 개가 그저 밥을 기다렸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 없는 떠돌이 개도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고, 주인과 산책하던 개도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호감을 나타낸다. 개는 왜 인간을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동물 행동 과학자인 저자는 수많은 동물 중에서 개가 인간의 가까운 친구로 있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 핵심은 바로 ‘사랑’이다. 1만4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과 우정을 쌓아온 개는 사랑이라는 힘으로 오늘도 인간과 더불어 살고 있다. 저자는 늑대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가축화한 여우를 새롭게 만나고, 니카라과 원주민의 개 동반 사냥에 따라나서는 등의 방법으로 개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인 사랑을 연구해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저자가 만난 제포스였다. 보호소의 작은 우리 안에서 떨고 있는 이 강아지를 만나고서 개의 감정에 대한 기존의 회의적 입장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바로 사랑이다. 저자는 개가 보내는 애정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개와 인간이 관계 맺는 올바른 방식을 탐구해 들려준다.

현암사. 340쪽. 1만7000원.

▲ 음식의 위로 = 에밀리 넌 지음, 이리나 옮김.

미국 잡지와 일간지에서 음식 담당 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음식을 통해 상처를 위로받고 불행을 극복해 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직장에서 해고된 후 약혼자의 집에서 ‘전업주부’로 살게 된 저자는 오빠가 갑작스럽게 죽은 데다 약혼자와도 헤어지게 돼 거의 무일푼으로 살던 집을 나와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술김에 자신의 비통하고 불안정한 신세를 한탄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그는 다음날 그 글에 수많은 위로의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란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몇몇 친구들이 조언한 대로 ‘위로 음식’ 투어, 즉 요리를 만들며 레시피를 모으고 삶을 되돌아보는 일을 하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의 유전자는 겹친 불행이 가져다준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 관계를 맺는 데 서툴고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끊임없이 반추해야 했던 재활의 과정과 불안한 가정 분위기, 힘겨웠던 유년 시절은 그를 종종 다시 실의에 빠지게 했다.

저자는 그럼에도 특유의 명랑한 태도로 쉽게 절망하는 대신 지치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 나간다. 그리하여 달갑지 않은 진실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극복의 과정에 음식과 요리가 함께 한다. 책에 실린 18개의 에피소드마다 연관된 음식의 레시피가 소개되지만, 여느 요리책과는 달리 음식 사진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믿음이 없을 때조차 음식은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고 놀라움을 안겨주며 우리를 달라지게 하고 강하게 만들어준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열린 마음으로 나눠 먹으라. 그러면 똑같은 선물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할 것이다”라고 썼다.

마음산책. 368쪽. 1만5000원.

▲ 스타인웨이 만들기 =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가공되지 않은 나무가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로 재탄생하기까지 11개월의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낸다.

1850년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 청년 하인리히 엥겔하르트 슈타인베크는 이름을 영어식인 스타인웨이로 바꾸고 가족과 함께 본격적인 피아노 제작 사업을 시작했고 뉴욕에 자리 잡은 지 10년 만에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공장’을 지을 정도로 성공을 거둔다.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기술의 탁월성을 인정받은 스타인웨이는 피아노 산업의 호황과 함께 사세를 확장하고 독보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그 이후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고 결국 1972년 CBS에 매각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이어온 제작 과정과 전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부분의 악기 제조업체와 달리 스타인웨이는 노동자들의 대물림된 기억에 의존해 기술을 전수한다. 20~30년간 같은 일을 한 전임자의 일을 도제식으로 물려받은 장인들이 다음 20~30년간 차세대에 기술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 기자이며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뉴욕의 스타인웨이 공장을 찾아 원목 고르기에서 미끈한 피아노로 완성되기까지 24단계의 공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콘서트 그랜드의 디자인을 낳은 수십 년간의 혁신과 우연, 그리고 피아노 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과 음악계의 변화를 추적하는 한편 피아노가 세상에 나가기 전에 어떻게 독자적인 개성을 형성하는지를 탐구했다.

저자는 심지어 자신이 탄생 과정을 지켜본 피아노가 콘서트(Concert)의 ‘C’와 모델명 D의 ‘D’를 딴 ‘CD-60’으로 ‘신분’이 확정된 뒤 2년간 어떤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도 추적한다.

프란츠. 436쪽. 2만2000원.

▲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 최정동 지음.

수십 년간 수천 장의 LP 음반을 모으면서 음악을 즐긴 저자는 클래식을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한다. 그에게 장르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언제나 사랑받아 마땅할 음악이 있을 뿐이다.

책은 바흐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정통 클래식 작곡가들은 물론 몇백 년 후 ‘제2의 베토벤’으로 불릴 현대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들도 다룬다.

또 ‘화양연화’, ‘붉은 돼지’ 등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미스터 션샤인’ 등의 삽입곡으로 쓰인 뉴에이지, 샹송, 올드팝에 관한 감상평과 음악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도 소개된다.

특히 “LP는 가청 주파수 음역만을 담은 CD보다 자연스럽고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더 음악적”이라고 한 저자는 직접 찍은 소장 명반의 커버 사진 여러 장을 책에 실었다.

소개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각 장 첫머리에 해당 곡의 연주 동영상 사이트와 연결되는 QR코드를 수록했다.

한길사. 352쪽. 1만9000원.

▲ 역주 한경지략 = 유본예 지음, 박현욱 옮김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의 아들 유본예(1777∼1842)가 1830년에 쓴 한양에 관한 역사 지리지 한경지략을 번역한 책으로, 주요 필사본 4종을 비교해 차이점을 밝히고 저자가 참고·인용한 자료 원문을 확인해 틀린 부분을 바로 잡았다.

유본예는 한경지략에서 1394년 한양 정도부터 1830년대까지 약 440년간 서울의 자연경관과 궁궐·종묘와 사직·관아 등 주요 기관, 성곽·개천·시전 등 도시시설, 사적과 명승, 마을과 풍속, 인물과 고사 등을 19개 분야 약 500개 항목으로 나눠 서술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과 종묘, 창덕궁 중건의 배경, 경희궁 창건 등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실었고, 저자가 살았던 18∼19세기에 관한 내용을 상당 부분 담았다.

‘역주 한경지략’은 주석을 상세하게 달고 원문과 영인본을 함께 수록했다.

민속원. 562쪽. 5만3000원.

▲ 최운산, 봉오동의 기억 = 최성주 지음.

1920년 우리 독립군이 일본군에게 처음으로 대승을 거둔 봉오동 전투를 ‘독립전쟁’으로 재조명했다.

저자는 봉오동 독립전쟁의 숨은 주역 최운산 장군을 주인공으로 다루면서 이 전쟁이 그간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크고 위대한 승리였다고 말한다.

또 봉오동 독립전쟁을 이끈 총지휘관은 홍범도 장군이 아닌 대한북로독군부장 최진동 장군이었으며, 봉오동 독립전쟁은 소규모 게릴라전이 아니라 잘 정비된 군대의 대규모 전쟁이었다고 주장한다.

최운산 장군의 손녀인 저자는 100년 전 봉오동을 제대로 복원하고 최운산 가문의 삶을 선명하게 그리기 위해 국내에 흩어져 있던 사료를 모으고 역사 연구가들과 봉오동 전투 현장을 답사했다.

필로소픽. 272쪽. 1만6000원.

▲ 행복한 교사가 세상을 바꾼다 = 틱낫한·캐서린 위어 지음. 정윤희 옮김.

세계적 영적 스승인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이 보급한 ‘마음다함(mindfulness)’은 감각과 감정 등 일상의 알아차림으로 내면의 평화와 온화함을 기르고 즐겁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명상 교육법이다. 불교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보편적이고 대중적이며 비종교적인 명상법이기도 하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쓴 이 명상 가이드북은 교사가 자기 조절을 통해 교실에 사랑과 평화를 전파하고 학생들이 깊이 행복에 몰입하며 성장해갈 수 있는 길을 일러준다. 삶의 존중, 진정한 행복, 진정한 사랑, 귀 기울여 듣고 다정하게 말하기, 자양분과 치유 등 다섯 가지로 마음다함 훈련의 기준을 제시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했다. 마음다함 수행법으로 교사와 학생이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며, 긴장을 줄이고, 편안함과 즐거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해냄. 436쪽. 2만2800원.

▲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지음. 우진하 옮김.

애플사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도움 청하기’를 꼽았다.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야말로 꿈을 꾸기만 하는 사람과 꿈을 실현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힘들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 무능력하거나 뻔뻔하게 보일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신경과학과 사회심리학을 통해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에 입각해 원하는 도움을 잘 얻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흔쾌히, 그리고 진심으로 돕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념해야 할 게 몇 가지 있단다. 좀 더 당당하고 세련되게 부탁하는 방법, 언제든 누구에게든 ‘예스’를 얻어낼 수 있는 요청의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부키. 240쪽. 1만4800원.

▲ 내 생애 가장 큰 축복 = 성석제 지음

우리 시대 최고 이야기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중견소설가 성석제가 ‘초단편’으로 불리는 매우 짧은 소설들을 줄줄이 엮어서 돌아왔다.

과거 ‘꽁트’(Conte)로 불렸던 초단편소설 40편을 실은 소설집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이다.

지난 2015년부터 5년 동안 월간 문화교양지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한 원고 중 40편을 추려 다듬었다. 초단편은 ‘엽편’(葉篇)이라고도 하는데 ‘나뭇잎 넓이 정도에 담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일들을 소재로 예상을 깬 반전을 담은 이야기가 각 편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말 다루는 재능이 뛰어난 성석제만의 풍자와 익살, 해학과 비유, 톡톡 튀는 생생한 문체에 ‘읽는 맛’이 예사롭지 않다.

작가는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면 악하거나 선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당신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다.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성석제는 문학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1994년 단편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펴내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집 ‘재미나는 인생’,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장편 ‘도망자 이치도’, ‘투명 인간’, ‘왕은 안녕하시다’, 산문집 ‘소풍’, ‘농담하는 카메라’ 등이 있다.

샘터사. 284쪽. 1만3000원.

▲ 실험실의 쥐 = 댄 라이언스 지음, 이윤진 옮김.

정보기술(IT) 전문 기자 출신 저널리스트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다.

저자가 ‘실험실’이라고 지칭하는 새로운 직장은 겉보기에는 개방된 업무 공간과 화려한 복지시설을 갖춘, 재미와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조직 같다.

그러나 알고 보면 끊임없는 불안정과 스트레스라는 새로운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쥐 실험 상자와 같은 곳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은 어떻게 우리의 직장이 절망스러운 실험실이 됐는지를 ‘돈’, ‘불안정’, ‘변화’, ‘비인간화’ 등 노동자들을 불행하게 한 4가지 요인으로 나눠 분석한다.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우버 등 미국 산업을 이끄는 대표적 기업들이 쌓아 올린 수십억 달러의 재산은 위험한 노동 환경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착취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또 많은 실리콘 밸리 경영자가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라면서 노동자들을 고용 불안 속으로 밀어 넣은 것과 ‘애자일(agile·민첩성) 법칙’이 효과 없음은 물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임시직으로 내모는 방법으로 악용돼 왔음을 고발한다.

그리고 기계에 의해 고용되고 관리를 받는 것을 넘어, 더 오랜 시간 일하고 관찰되고 평가되며 감시당하는 방식으로 인간성을 해치는 현실이 노동자들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짚어낸다.

저자는 노동자들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그저 부당함을 감수하고 더 열심히 뛰어 빨리 변화에 적응하려고 기계처럼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부당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경영자들에게도 기업의 이윤과 직원 행복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을 호소한다.

한국경제신문. 342쪽. 1만6800원.

▲ 베조노믹스 = 브라이언 두메인 지음, 안세민 옮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 속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아마존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닷컴 버블이 꺼지며 위기에 처했던 순간, ‘고객 집착, 극단적 혁신, 장기적 시각’이라는 3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아마존의 핵심 가치를 구현해낼 수 있는 성장 엔진을 완성했다.

그리고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도전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하며 아마존의 엔진이 더욱더 빠르게 돌아가게 할 혁신의 원동력을 구축했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미래 경제의 흐름을 뒤바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인 ‘베조노믹스’라고 말한다.

일례로 아마존은 3억명이 넘는 고객들에게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매일, 매시간, 매초 가격을 조정하고 배송 속도를 높이고 적절한 음악 혹은 영화를 추천하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렉사’가 1천분의 2초 만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딥러닝 과정을 통해 매일 조금씩 발전하며 점점 더 똑똑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2년 이상에 걸쳐 100명이 넘는 아마존 전현직 임직원을 인터뷰한 저자는 미래의 경제 질서는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베조노믹스를 구현하려는 기업과 현재에 머물러 있는 기업으로 양분되고 있으며 자신만의 베조노믹스를 구축하지 못하는 기업에 더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21세기북스. 424쪽. 2만원.

▲ 학생들이 만든 한국 현대사 = 유용태·정숭교·최갑수 지음.

4·19 혁명 60주년을 맞아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담당한 학생운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역사학자인 저자들이 해방 직후부터 촛불 항쟁에 이르는 70년간의 학생운동에 관해 벌인 공동연구 결과물 가운데 종이책으로 발간된 제1권은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운동의 시기별 변화와 특징을 통시적으로 서술한다.

서울대 개교와 ‘국대안 파동’ 등을 다룬 초창기에 이어 분출(1960년대), 대결(1970년대), 혁명(1980년대), 대안(1990년대), 갈등과 균형(21세기) 등 시대별 키워드를 말머리 삼아 학생운동의 큰 흐름을 추적하고 각 운동 시기 세부적인 진행 경과를 소개한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급변하기는 했으나 서울대 총학생회가 5·16 쿠데타 직후 “군사 혁명 지지” 입장을 밝혔으며 대학신문 주최 좌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이 “혁명 정부의 필승을 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을 뿐 군사정변이 민주적 헌정질서를 훼손한 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눈길을 끈다.

유인물 배포조차 ‘원천 봉쇄’되기 일쑤였던 1970년대 효과적으로 이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짜낸 묘안들도 흥미롭다. 만원 버스에 올라타 천장 환풍구를 통해 버스 지붕에 유인물 뭉치를 올려놓고 내려 버스 출발과 함께 자연스럽게 유인물이 살포되도록 하거나 지하철 플랫폼에서 전동차가 출발하기 직전에 유인물을 던져 넣고 도망치는 방법 같은 것들이다.

이밖에 학생운동이 가장 치열했고 운동 노선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했던 만큼 탄압도 가혹했던 1980년대 ‘무림·학림 사건’, NL과 CA 그룹의 등장, 6월 항쟁 등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증언과 선언문 등 각종 자료도 많이 등장한다.

제2권 사회문화사, 제3권 증언집, 제4권 자료집은 종이책으로는 발간하지 않고 서울대 도서관을 통해 온라인으로 누구나 볼 수 있게 개방하기로 했다.

한울. 416쪽. 3만2000원.

▲ 화이트 = 리처드 다이어 지음, 박소정 옮김.

‘백인성(whiteness)’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15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시각 매체에 어떻게 재생산 및 보전돼 왔는지를 규명한다.

영국 워릭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로서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를 통해 재현과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는 데 주력해온 저자가 1997년 출간한 이 책은 백인성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연 고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수많은 후속 연구들에 영향을 미쳤다.

책은 인종적 재현이 현대 세계를 조직하는 데 중요한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흑인과 아시아인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많은 반면에 백인들은 왜 거의 고찰되지 못한 인종이 됐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백인의 속성으로서 ‘희다’는 개념이 검정의 반대 색이라는 단순 명사가 아니라 인종주의, 식민주의, 기독교, 여성성, 계급성, 이성애, 규범성 등의 차원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담론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고전 문학부터 대중음악, 르네상스 회화부터 20세기의 사진술, 1950년대 이탈리아 영화부터 할리우드 SF 영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들며 백인성의 권력이 사실상 모든 서구 문화의 기저에 하나의 ‘관행’으로 스며들어 있음을 드러낸다.

컬처룩. 430쪽. 2만8000원.

▲ 미국 함정 = 프레데릭 피에루치·마티유 아롱 지음, 정혜연 옮김.

프랑스 기업인이 미국 법무부를 상대로 치른 5년에 걸친 험난한 투쟁을 통해 미국이 어떻게 자국법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개인과 기업을 공격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2013년 4월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알스톰의 자회사 CEO였던 저자는 미국 뉴욕 공항에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체포된다.

이 법에는 거래에 달러가 사용되거나 미국 내 서버가 있는 이메일을 이용한 정황이 나타나면 국적을 불문하고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저자는 자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전화할 권리도 허용되지 않고 보석 신청도 기각된 가운데 미국에서도 악명 높은 교도소에 수감된 채 알스톰의 내부 배신자 역할을 수락할 때까지 2년간 수감 생활에 이어 3년간의 보석 기간까지 무려 5년이나 자유를 박탈당한다.

미국 법무부는 이렇게 저자를 인질 삼아 알스톰에 역대 최대인 7억72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데 성공한다. 알스톰은 그 여파로 원자력 발전 등 국가적·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술을 보유한 에너지 사업 분야를 경쟁사인 GE에 매각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미국 사법당국은 FCPA를 적용해 미국인이나 미국 법인이 아니어도, 미국에서 발생한 부패범죄가 아니어도, 부정한 거래 과정에서 미국의 법인과 통신망, 계좌 등을 이용하기만 해도 조 단위의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해당 회사 임직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무소불위의 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FCPA는 원래 해외에서 뇌물을 주는 미국 기업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미국은 전략 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쟁국 기업들의 기세를 꺾는 데 악용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프랑스 국영방송 편집장 출신 언론인이 함께 썼다.

올림. 424쪽. 1만9800원.

▲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 = 실비아 플라스 지음, 진은영 옮김

영국 계관시인 테드 휴즈의 부인에 머물지 않고 작가로 활동하며 뛰어난 문학성을 보인 실비아 플라스의 미발표 작품이 7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독자 앞에 공개됐다.

초기 장편소설인 ‘메리 벤투라와 아홉번째 왕국’이다.

1952년에 완성한 원고가 출간되지 않은 채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 보관돼 있다가 작년에야 영국 출판사에서 초고를 살려 출간했고, 도서출판 창비에서 국내에 소개한다. 

소설은 당시 미국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던 여성의 ‘홀로서기’를 이야기한다.

이제 막 10대 소녀를 벗어난 주인공 메리는 혼자 기차 여행을 떠난다. 당시엔 성인의 보호 없이 어린 여성이 멀리 여행을 떠난다는 게 꽤 위험하고 낯선 풍경이었다.

다행히 메리는 우연히 의지할 만한 어른을 만난다. 옆자리에 탄 푸른 눈의 여성이다. 이 여성은 성숙하고 담대하며 배려심 있고 친절하다. 그는 메리에게 용기를 주고 홀로 서도록 의지를 북돋우지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핑크빛 희망’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환한 곳 대신 어둡고 캄캄한 길을 택하라고 메리에게 말한다. 이는 먼저 어두운 현실을 걸어가 본 어른으로서 건넬 수 있는 최대한의 세심하고 사려 깊은 조언이었다. 메리 역시 푸른 눈의 여성을 믿고 각오를 다진다.

작가는 이런 광경을 통해 여성 간 신뢰와 우정에 바탕을 둔 연대의 중요성을 말한다. 메리의 일상 탈출 여정은 어떤 종착지를 찾아갈까?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플라스는 1932년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1955년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유학했고 문인으로 활동하다 1963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시집 ‘거상’과 소설 ‘벨 자’를 펴냈다.

남편이었던 휴즈는 플라스가 생전에 썼던 시를 모아 1981년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을 펴냈고, 작가 사후에 출간된 책으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 시 부문을 수상했다.

미디어창비. 84쪽. 1만2000원

▲ 여기 우리가 있다 = 백재중 지음.

내과 의사인 저자가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이 겪은 수난의 역사와 현실에 관해 기술한다.

구미 여러 나라의 경우 이미 1970~80년대 탈시설화를 이뤄 지역사회 정신보건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환자들이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 장기 입원해 있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정신장애인의 감염과 희생이 유난히 컸던 것도 그 탓이다.

저자는 지난 100년, 근현대 우리 역사에서 정신장애인이 자리할 공간은 없었다고 비판한다. 일제 강점기 정신장애인 관리는 식민 지배의 일환으로 시작해 시대의 흐름이었던 우생학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였다.

혐오와 낙인, 이를 잇는 차별과 배제는 이들을 사회로부터 분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시설에 가두기에 이르렀으며 주변적 존재였던 부랑인들과 뒤엉킨 정신장애인 잔혹사는 우리 역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1995년 어렵게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나서야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지만, 격리 수용이라는 이전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7만 명 이상의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갇혀 산다. 이는 전국 교도소 수감자 5만여명보다 더 많은 수이며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는 여러 면에서 수감자보다 더욱 취약하다.

저자는 정신장애인 정책의 변천 과정과 형제복지원 사건, 대구 희망원 사건 등 정신장애인을 둘러싼 사건의 역사를 짚어본 뒤 “100년 넘게 계속된 격리 수용의 낡은 패러다임을 벗고 뉴노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데 국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미디어협동조합. 176쪽. 1만5000원.

▲ 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 1952~1954 = 인보길 지음.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의 주춧돌을 새로 놓았고 나라와 집의 경제 기둥을 새로 세우는 한편 나라집의 자유민주와 자유경제를 지켜 줄 철벽 담장을 쌓았다는 점에서 1952~1954년의 세 해를 ‘위대한 3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기간 발생한 ‘부산·정치 파동(1차 개헌)’과 ‘사사오입 개헌 파동(2차 개헌)’을 각각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자유시장경제·국민투표 개헌’으로 칭하면서 역사 재해석을 시도한다. 지금 ‘386 출신들’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직접민주정치 제도는 다름 아닌 이승만이 처음 도입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 대한민국 건국이 1948년이냐 1919년이냐는 논쟁에서 후자를 주장하는 세력은 한성임시정부부터 상하이 통합정부까지 1919년의 모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첫 국가수반은 이승만이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이승만이 임정 대통령에서 탄핵 면직된 1925년부터 건국 전까지를 제외하면 1919년부터 1960년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은 으레 이승만이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1896년 독립협회 만민공동회에서 입헌군주제를 처음 주장했으며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를 기회 삼아 2·8 독립선언과 3·1 만세운동을 기획한 것도 이승만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가 이승만을 말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독재자라고 잘못 배웠기 때문”이라면서 4·19는 ‘이승만 최후의 성공작’이라는 의외의 해석을 내놓는다. 4·19 1주일 전부터 선거 부정이 있었음을 늦게나마 알아차린 이승만이 자진 하야를 먼저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기파랑. 398쪽. 1만9000원.

▲ 나는 독일인입니다 =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교수이자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편지, 사진, 기록 등 역사 자료와 만화, 일러스트, 콜라주 등 시각 장치를 활용해 나치 독일의 역사에 얽힌 가족사의 진실을 대면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펼쳐 보인다.

독일인들에게 나치 시절은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와도 같다. 20여년을 외국에서 지낸 저자도 독일인이라는 정체성에서 눈을 돌리고 지냈으나 어느 순간 진실을 묻고 마주하는 여정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전쟁터에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리움이 절절한 편지를 보낸 작은할아버지, 열여덟 살에 나치 병사로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삼촌, 가족들의 회상과는 달리 나치당에 입당했던 할아버지 등이 뿌리를 찾아 나선 저자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고모 집에서 식사하며 고모로부터 오빠(저자의 삼촌)에 얽힌 추억담을 듣던 저자는 갑자기 깨닫게 된 듯 “너도 왼손잡이구나”라고 말하는 고모를 보면서 ‘회피할 수 없는 우리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엘리. 292쪽. 2만2000원.

▲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지음

다양한 소설 장르에서 나름의 문학적 반경을 구축한 정세랑의 장편소설이다.

‘피프티 피플’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으로, 구상부터 탈고까지 5년이 걸렸다고 한다.

요즘 국내 소설 시장의 확고한 성공 공식인 ‘여성 작가가 쓴 여성 이야기’이다. 소설책 구매자 다수가 여성들임을 입증하듯 예약판매 주문만으로 온라인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이례적 현상을 낳았다.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사는 가족이 생전 제사를 거부했던 여성의 10주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사를 지내기로 한다. 이를 위해 별세 10주기를 맞은 ‘심시선 여사’가 젊은 시절을 보낸 하와이로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든다.

심시선은 미술가이자 작가이면서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다. 그가 두 차례 결혼을 통해 구성된 다소 남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그를 위해 ‘특별한 제사’를 준비한다.

가부장제 방식을 따라 제사상을 준비하는 대신 심시선과 연결된 가장 의미 있는 순간 또는 물건을 수집해 한 자리에서 나눈다.

소설은 또 심시선부터 이어진 여성 삼대의 삶을 시대상과 엮어 펼쳐 보이면서 기존 전통과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여성들의 변화된 의식 세계를 드러낸다.

정세랑은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장편’ 덧니가 보고 싶어’, ‘보건교사 안은영’ 등이 있다.

문학동네. 340쪽. 1만4000원.

▲ 빈 옷장 =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 소설가 중 한 명인 아니 에르노의 초기 문학 세계를 잘 보여주는 데뷔 작품이다.

‘날 것 그대로’ 쓰는 ‘에르노 자전 문학’의 시작점이다.

사춘기 시절 상처, 낙태 수술의 아픔, 가족에 느낀 수치심 등으로 세상과 단절되는 아픔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솔직함과 객관성의 담보는 독자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타인의 공격이나 비난보다 언제나 더 불편한 것이 ‘진실’이라는 명제가 ‘진실’이기 때문에 에르노의 소설은 독보적인 힘을 갖는다.

1940년 태어난 에르노는 1974년 ‘빈 장롱’으로 등단했고 ‘자리’로 르노도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세월’, ‘단순한 열정’, ‘부끄러움’ 등이 있다.

1984Books. 224쪽. 1만2500원.

▲ 유고(遺稿) = 조연호 지음

“시단에서 가장 난해하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중견 시인 조연호의 신작 시집이다.

독특한 리듬과 시어, 감각적 이미지로 직조한 45편의 시가 특별한 소주제 없이 이어진다.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연호는 시집 ‘죽음에 이르는 계절’, ‘천문’, ‘암흑향’ 등을 펴냈다. 현대시작품상, 현대시학작품상을 받았다.

문학동네. 112쪽. 1만원.

▲ 빌레뜨 = 샬롯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제인 에어’로 유명한 영국 작가 샬럿 브론테의 마지막 작품이다. 창비 세계문학전집 81번·82번 시리즈(전 2권)로 출간됐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침해됐던 빅토리아 시대, 이에 저항하며 이국의 낯선 도시로 떠난 독신 여성의 삶과 내적 갈등을 그렸다.

창비. 1권 400쪽. 2권 416쪽. 각 권 1만5000원.

▲ 파워 = 제프리 페퍼 지음, 안세민 옮김.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아이디어와 결정된 일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무능함이 오늘날 조직 내에 만연해 있으며, 이 문제는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과 대처 방안을 ‘권력’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에 따르면 권력은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힘’이다. 반대 세력에 맞서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겠다는 의지와 욕구, 지식과 역량이며 의도를 현실로 옮기기 위한 행동을 개시하고 지속하는 기본적인 에너지다.

조직, 특히 규모가 큰 조직을 이해하려면 ‘조직의 정치’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조직들이 직면한 주요 리더십 위기의 문제 중 하나는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권력을 행사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권력이란 무엇인지 그 실체를 분석하며 조직 내 권력의 속성과 영향력의 역할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이어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 원천을 탐구하며, 리더가 일을 성취하기 위해 어떻게 권력을 확립하고 행사해야 할지 실질적인 방법을 다룬다.

또 영원한 권력은 없음을 강조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리더의 책임 있는 자세와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시크릿하우스. 584쪽. 2만5000원.

▲ 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 = 짐 로저스 지음, 이은주 옮김.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투자가가 늦은 나이에 얻은 두 딸에게 건네는 진솔한 조언을 엮었다.

싱가포르의 학교에서 유일한 서양인이었던 딸들에게 ‘남과 다름’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하고 시험 잘 보는 방법과 외국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아버지의 애정과 기대가 묻어난다.

영국 기숙학교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딸들에게 “너희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면서 자신의 곁을 떠나지 말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몸무게에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먹을 것과 절대 지워지지 않는 문신을 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당부한다.

투자의 귀재답게 재테크의 비결에 관한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말을 믿기보다는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 연방저당공사의 재무제표가 부실한 것을 발견하고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이 업체의 장래가 극히 불투명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회사 주식을 공매도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200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의 개정판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발간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현재의 변화상을 보건대 앞으로 10년, 20년 후면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 될 것”이라면서 “성장과 부흥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이야말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레미디어. 230쪽. 1만5500원.

▲ 조선표류일기 = 이근우·김윤미 옮김.

19세기 초 일본 규슈 남단 사쓰마번(현재의 가고시마현)의 중급 무사였던 야스다 요시카타(安田義方)가 태풍으로 표류하다 조선에 도착하게 되면서 쓴 일기다.

1819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기록한 일기에서 요시카타는 조선 땅의 모양이나 풍경만 기록하지 않았다. 그가 만난 인물의 얼굴과 복장, 관인(관리)의 복장, 일상 풍습을 자세하게 살피고, 이를 그림으로 남겼다.

특히 충청 마량진의 안파포, 부산 다대포와 우암포 등 상당 기간 머무른 포구에 대해서는 자세한 그림을 남겼다. 안파포의 경우 포구 내부 상황이나 해안 마을의 모습을 그린 후 방위와 거리까지 표시했다.

조선 관인과 많은 필담을 나눴던 그는 조선 측의 표류 사정 청취와 관련한 내용, 표류한 사람에 대한 음식물과 땔감 지급 상황 등도 자세히 언급했다.

책 앞부분에 요시카타가 조선에 머물며 그린 그림을 다양하게 실었다.

소명출판. 792쪽. 6만6000원.

▲ 중국 윤리사상 ABC = 셰푸야 지음, 한성구 옮김

20세기 초 중국 사상가 셰푸아(謝扶雅, 1892∼1991)가 중국 윤리 사상의 기본 관념과 중국 윤리의 최고 이상, 의무론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1장에서는 중국 윤리 사상의 개념과 시대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고, 2장에서는 천(天), 도(道), 성(性) 등 중국 윤리 사상의 기본 개념을 풀어준다. 3장에서는 유가, 도가, 묵가, 신유가 학파를 중심으로 이상사회의 원칙과 시대변화에 따른 사회적 이상을 논의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유가의 의무론을 중심으로 관계 속에서의 상호 직무에 관해 이야기한다.

셰푸아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어떻게 도덕을 개조해야 하는지, 개인과 사회가 취해야 할 도덕과 버려야 할 도덕은 무언인지 판단기준을 제공한다.

산지니. 198쪽. 2만5000원.

▲ 제일철학 1·2 = 에드문트 후설 지음, 이종훈 옮김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1859∼1938)이 1923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강의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상학 연구의 성과를 집약한 책이다.

후설은 모든 학문, 삶의 의미와 목적을 보편적 이성으로 해명하고, 진정한 인간성을 실현할 철학을 추구했다.

하지만 그의 현상학은 의식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독아론(獨我論, 실재하는 것은 자아뿐이란 입장)이란 비난을 받았다. 후설은 이런 비난 속에서 자신과 싸우며 모색해나간 길에서 그의 모든 연구와 발전이 집약된 이 책을 펴냈다.

후설 저서를 여러 권 옮긴 이종훈 춘천교대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인문·사회과학 고전 시리즈인 한길그레이트북스 167·168번째 책이다.

한길사. 각 권 420∼444쪽. 각 권 3만원.

▲ 철학 VS 실천 = 강신주 지음.

모두 5권으로 기획된 ‘강신주의 역사철학·정치철학 강의’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시리즈는 마르크스, 벤야민, 기 드보르, 랑시에르, 제만 등 5명의 정치철학을 씨줄로, 1871년 파리코뮌과 1894년 갑오농민전쟁에서 코로나 19 팬더믹 사태에 이르는 현대사에서 도출한 역사철학을 씨줄로 하여 자유와 주인과 사랑의 가치를 도출한다는 의도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에 나온 제1권은 역사철학과 정치철학을 다루는 각각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역사철학 4개 장은 파리코뮌과 갑오농민전쟁 당시 집강소가 품었던 자유로운 공동체의 정신을 랭보와 신동엽의 시를 빌려 재구성한다.

파리코뮌은 파리라는 대도시의 노동계급, 즉 노동자들이 부르주아가 독점하던 생산수단을 회수했던 혁명을 상징하며, 집강소는 노동계급, 즉 농민들이 지주가 독점하던 생산수단을 회수했던 혁명을 상징한다. 저자에게 두 혁명은 19세기를 ‘찬란했던 승리의 나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된다.

정치철학 4개 장은 이와는 달리 전적으로 마르크스에 할당된다. 저자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 이래 거의 처음으로 노동계급이 지배관계 자체를 극복하려 했던 19세기에 억압과 착취의 굴레를 벗어던지려는 노동계급의 정신과 실천에 이론적 정당성과 아울러 실천적 전망을 마련하고자 했던 이가 바로 마르크스였다.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가 27세 때 완성한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들’을 그의 철학의 정점이자 완성으로 보고 비중 있게 다룬다. 이 짧은 테제들은 노동계급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대상적 활동’의 주체이고 노동계급이 대상적 활동의 역량을 관철하는 사회가 ‘인간사회’라는 생각을 강력하게 드러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장과 장 사이에 ‘다시 불러보는 인터내셔널의 노래’, ‘파리코뮌만큼 찬란했던 집강소 시절’ 등 ‘쉬어가는’ 부분이기도 하면서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짧은 글 ‘BRIDGE’를 배치했다.

오월의봄. 848쪽 3만8000원.

▲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 한네 튀겔 지음, 배명자 옮김.

대량소비문화의 ‘청결 사회’가 환경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밝히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강구한다.

독일 다큐멘터리 잡지의 편집자로서 수십 년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글을 써온 저자는 “인류가 만들어낸 ‘쓰고 버리는 문화’에서 생산된 상품은 소비된 뒤에 ‘쓰레기’의 형태로 우리에게 복수한다”고 지적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은 채 수백 년 동안 우리 곁에 머물고, 하수 정화가 되지 않는 화학물질은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돼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돌아온다. 미세먼지와 산화질소는 매일 우리의 호흡기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손 소독제 등 항균제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과도한 항균 물질 사용은 몸에 이로운 박테리아의 균형 잡힌 환경을 해칠 뿐만 아니라 몸에도 해롭다. 책에서 사례로 든 트라이클로산은 접촉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고 하수 정화 시설로도 완전해 분해하지 못해 수생 생물에는 독이 된다.

저자는 비누만 있으면 개인위생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핸드 젤, 발 탈취제, 물티슈, 스프레이 방향제, 다용도 세척제가 정말 우리 세상에 필요한지는 의문이며 먼지와 세균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무관심한 것만큼이나 잘못된 반응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충분한 수면으로 신체의 오물 방어력을 강화하자’, ‘공격적인 세제와 케어 용품을 쓰지 말자’, ‘창문을 열자’, ‘식물을 실내 유해 물질 필터로 활용하자’, ‘캡슐 커피를 버리자’와 같은 생활 속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반니. 276쪽. 1만6000원.

▲ 편견과 싸우는 박물관 = 리처드 샌델 지음, 고현수·박정언 옮김.

박물관이 편견과 맞서고 문화 간 이해를 높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

영국 박물관학의 산실인 레스터대학교 학장인 저자는 경험적 연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주체로서 박물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와 ‘편견과 싸우는 전시’에 대해 관람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탐구한다.

편견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심리학에 기반을 두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해 일상의 대화와 글에 대한 분석으로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구성 요소를 살피며, 이를 통해 편견을 정치적, 맥락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이런 의미에서 박물관은 편견을 가졌거나, 편견이 없거나, 또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사회에 대해 관람객들이 해석해 보고, 의견을 표현하며,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책에서는 영국 세인트 뭉고 박물관과 네덜란드 안네 프랑크 하우스의 사명, 목적, 상황을 자세히 다룬다. 특히 이들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들이 박물관 경험에 어떻게 접근하며, 메시지를 받아들였는지를 살펴본다.

이 같은 논의와 연구의 결과 저자는 박물관이야말로 다름에 대한 대화를 열고, 나누고, 재구성할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재구성의 과정에서 윤리적, 정치적인 어려움도 만나겠지만, 한편으로는 박물관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책임이 주어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연암서가. 336쪽. 1만8000원.

▲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 김두얼 지음.

경제사와 법경제학을 전공한 저자가 두 학문 분야를 알리기 위해 10년 이상 언론 매체에 기고해온 칼럼 50여 편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사람들이 예전에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는지를 경제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경제사이고, 사람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 범죄를 미리 예방하려면 어느 정도의 형량을 부과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 법경제학이다.

저자는 칼럼을 쓸 때 일회적으로 소모되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고심하면서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집필하려고 노력했으며 ‘시론’에 해당하는 글보다 경제사와 법경제학을 소개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한다.

여러 경제적 쟁점을 다룬 이 책에서 특히 ‘재난과 경기 침체’를 다룬 부분이 눈에 띈다. 다양한 형태의 재난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 저자는 “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구되는 경향이 있으나 감염병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와 다르게 지속해서, 평생에 걸쳐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부족함 없이 살았을 조선 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왜 가난한 백성들보다 짧았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는 그 당시 사회의 보편적인 혼인 연령이 잘 반영됐을까’,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이 인류의 대량살상을 도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경제학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생각의힘. 276쪽. 1만7000원.

 

▲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남성현 지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남극·태평양·인도양 등 수십 차례의 해양 탐사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 변화에 무감각한 인류에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에게 태풍·지진·쓰나미 등은 지구에서 비롯된 위기이지만, 반대로 무차별한 개발과 국가 이기주의로 인한 환경오염은 인류가 지구에 내던진 위협이다.

위기에 처한 지구와 위기를 자초한 인간, 두 존재가 공존할 방법은 무엇일까? 책에서 저자는 자연재해와 기후변화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과학적으로 조명하면서 환경 문제를 직시하고, 어떻게 인류와 지구가 더불어 살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구체적 데이터로 제시한다.

저자는 “푸른 행성 지구는 지금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성격의 자연재해가 등장하는가 하면, 기후변화로 매년 각종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가용자원의 고갈 위험과 함께 거대 쓰레기와 같은 지구환경 오염 문제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이제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환기시킨다.

21세기북스. 280쪽. 1만6000원.

▲ 코로나19, 한국 교육의 잠을 깨우다 = 강대중 외 지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강제로 이끌려온 미래교육의 단면들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는가? 지난 20년 동안 교실수업 혁신을 위한 정책이 지속됐지만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큰 변화는 없었다. 이런 현실은 코로나19가 불과 석 달 만에 크게 바꿔놨다.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오던 교육전문가들이 모여 여섯 차례의 토론을 벌였다. 이 책의 저자인 강대중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이영 한양대 교수,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등 모두 17명이다. 이들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차갑게 진단하고 미래교육의 희망을 제안한다.

지식공작소. 362쪽. 1만5000원.

▲ 이 남자를 조심하세요 = 황정근 지음.

판사 출신 변호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 총괄팀장을 맡았던 저자가 자기 일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역사적으로도, 또 저자 개인에게도 엄청난 의미를 지닌 탄핵 이야기로 시작해서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았던 고향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서울로 전학해 등록금을 내지 못했다고 교사에게 뺨을 맞으면서도 1·2등을 놓치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 문학회 활동과 어설픈 연애,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던 대학 시절 등을 회고한다.

만 15년 간의 법관 생활을 거쳐 ‘한국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로펌 등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한국 사회와 법조계가 겪은 격동의 현장에 서게 된다.

부산지법에서 수습 직원 격인 시보로 일할 때 시보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에 나타나 명함을 돌리고 다방에 커피를 주문해 돌린 ‘꺼벙하게 생긴’ 변호사의 명함에는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저자는 판사 시절을 돌아보면서 ‘시대와의 불화’라는 말을 쓴다. 전(前) 제주 MBC 주주들의 주식반환 소송, ‘수산자원보호령 위반’ 사건의 위헌제청, 거창 민간인 학살사건 유족 손해배상 사건 등에서 시대를 앞서나가는 판결 또는 결정을 하는 바람에 상급심에서 부인당한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그의 인생에서 중대한 분기점이 된 탄핵 심판에서도 양쪽 당사자 모두에게 의심과 원망의 눈초리를 사야 했고 그 탓인지 몰라도 대법관 후보에 오른 뒤 최종적으로 낙방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지만, 지금은 대를 이어 변호사가 된 딸, 사위와 함께 로펌을 만들어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물레. 320쪽. 1만5000원.

▲ 검찰수사관 내전 = 김태욱 지음

현직 검찰수사관이 세상을 떠난 선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검사의 그늘에 가려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검찰수사관들의 세계와 애환을 전한다.

모든 공무원에게 담당 업무가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검찰수사관의 업무는 누구를 보좌하는 것으로 정의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검찰수사관도 수사에 참여하고 이들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모든 수사기록이 검사의 이름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검찰수사관은 ‘그림자’와 유사하다.

검사 관사와 비교하면 너무나 열악한 수사관 숙소의 실태를 하소연하는 신입 직원에게 “그런 게 불만이면 검사로 들어오시지”라고 말하는 기관장에게 실망하면서도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30년 가까이 근무한 검찰을 떠난 후 펼쳐지게 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전원주택을 마련했다는 저자는 아직도 ‘검찰은’으로 시작하는 뉴스가 들려오면 본능적으로 눈길이 간다면서 “요즘 검찰의 행동에 대한 못마땅함, 검사들에 대한 불만, 동료 직원들에 대한 아쉬움, 모두 내가 검찰을 ‘내 직장’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고백한다.

바이북스. 272쪽, 1만5000원.

▲ 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 크리스토퍼 샤흐트 지음, 최린 옮김.

단돈 50유로를 들고 ‘계획 없는 계획’에 따라 세계 여행을 떠난 독일 청년이 1512일 동안 10만㎞를 이동하며 45개국을 방문하며 겪었던 이야기다.

독일 북부 소도시 홀슈타인에 살던 저자는 대학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이 황당한 여행에 나서게 된다.

저자는 길을 떠나기에 앞서 ‘호텔에서 자지 않기’, ‘비행기 안 타기’, ‘신용카드 쓰지 않기’ 등 ‘3무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대륙 간 이동을 위해 요트에서 선원·항해사·요리사 등으로 일하다 거친 풍랑에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고 길바닥을 침대 삼아, 하늘을 이불 삼아 노숙을 하는 건 다반사였다.

돈이 없어 개가 물어뜯은 빵을 물에 씻어 먹는가 하면 마약상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의도치 않게 반군과 동행하거나 밀입국을 감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6개월이나 머물렀다. 골프 신발 광고 모델 일을 해 번 돈으로 ‘그 유명한 노래’에 나오는 강남 지역 원룸에 숙소를 얻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성장 호르몬을 테스트하는 임상 시험에 참여해 1700유로라는 거금을 벌어들이고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부수입’을 거둔다.

45개국을 다니면서 거친 직업만 선원·모델·건설노동자·항해사·번역가·프로그래머·어부·베이비시터·웨이터·목수·배관공·광부 등 수십 가지나 된다. 저자는 이를 ‘4년간의 인턴십’이라고 부른다.

여행이라는 인생학교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얻은, 세상 어느 학교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 그를 더욱 성장케 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후의서재. 388쪽. 1만6000원.

▲ 사대부시대의 사회사 = 유승원 지음

식민사관과 서구중심주의 사관 극복 방법을 조선 사대부의 계급적 속성과 이해관계에서 찾는 책이다.

저자는 우선 조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식민사관과 서구중심주의 사관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전제한다. 그리고 조선 사회를 제대로 인식하려면 조선 후기 양반의 행태가 아니라 여말선초에 문벌 사회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했던 사대부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은 결코 폐쇄적이고 낙후된 사회가 아니었다. 법적 평등이라는 근대 이념을 상당 부분 구현한 개방적인 사회였고, 조선 말기에는 노비제를 폐지해 마침내 근대사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책은 1부에서 조선 시대에 대한 잘못된 사회 통념을 검토하고, 이런 통념이 형성된 배경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양천제의 의의와 신분·계급구조의 특성을 분석하고, 3부에서는 왕도 정치론이 사대부에 어떻게 수용되고 국정에 반영됐는지 들여다본다. 5부에서는 소유권 문제와 토지정책을 살펴보고, 마지막 6부에서는 조선의 차별성에 주목하고, 새로운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전망한다.

유승원 가톨릭대 명예교수가 대학 강의안을 수정·보완해 출간했다.

역사비평사. 496쪽. 2만5000원.

▲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 최유미 지음.

미국의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자 도나 해러웨이의 사유 전반을 ‘공-산’(共-産)이란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한다.

‘공-산’(共-産)은 누구도, 어떤 것도 상호의존적인 관계의 바깥에서 나고 성장하고 만들어질 수 없다는 해러웨이 사유의 핵심 개념이다.

책은 페미니스트 사이보그의 가능성을 열었던 대표작 ‘사이보그 선언’, 평범한 개로부터 반려종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반려종 선언’, 최근 저작인 ‘트러블과 함께하기’ 등을 통해 해러웨이의 사유를 들여다본다.

한편 인간은 현재의 생태·기후 위기, 감염병 대유행에 긴급히 대처해야 하지만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한다. 이 세계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공-산의 존재들이 오랜 세월 함께 만들어온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은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혹은 우회로를 찾기 위해 인간과 비인간이 협동한 역사를 창의적으로 계승할 것을 촉구한다.

도서출판 b. 303쪽. 2만2000원.

▲ 공동체 없는 공동체 = 김동완·김보명·김재인·김종수·문석윤·박정원·서윤호·정혜실 지음.

우리가 상상하는 공동체의 개념을 생각해보고,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 양상에 대한 해법을 찾아본다.

공동체가 개인이나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역사적으로 살펴본 후 젠더, 세대, 지역의 갈등 및 대립 양상을 성찰하고 분석한다.

이후 지구화·초연결 사회로 진입하며 나타나는 다중적이고 역동적인 만남과 소통을 관찰하고 인종, 민족, 세계시민의 문제를 짚어본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가 대안 공동체에 관한 인문학적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펴내는 ‘대안공동체 인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알렙. 304쪽. 1만8000원.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 = 김성은 지음

금융위기로 기억되는 1998년, 어려움 속에서도 모두에게 큰 웃음을 줬던 SBS TV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속 미달이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강렬함이 남아있다.

그러나 배우 김성은(30)에게는 이 작품이 족쇄가 되기도 했다. 20년의 세월이 지나 그는 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그를 미달이로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순풍산부인과’ 종영 후 대중들로부터 멀어진 삶을 살았던 그가 힘겨운 삶을 극복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진솔한 고백을 감성 짙은 에세이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로 풀어냈다.

시간 순서대로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한 편의 성장소설 같다.

그는 자신의 아픔이기도 한 미달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찌 보면, ‘연기력 미달’로 미달이라는 캐릭터를 얻은 것”이었다고까지 진솔하게 고백한다.

“그렇게 ‘순풍산부인과’는 몹시 어렵게 나에게 온 작품이었다. 가끔 생각하곤 하는데, 내가 아니라 다른 친구가 그 역할을 맡았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며 컸을까? 아니면 다른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을까? 참 궁금하다.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그렇게 나는 갑작스레 인기와 부를 끌어안았다.”

그는 그러면서도 “여기까지만 보면 졸부 어린이가 조금 부러워질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물질은 분명히 안락한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주지만, 그것이 반드시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그는 “조금 돌아왔지만, 결코 늦지는 않았다. 긴 기다림이 준 선물은 꿈처럼 달콤했다. 헤매고 있는 듯 보일지라도 멈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김성은의 삶 이면에 피어났던 불행의 흔적들을 쭉 쫓아가다 보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같은 근원적인 물음에 이르게 된다.

그 물음에 작가는 “내가 전보다 하찮아(?) 보이는 인생을 살고 있을지라도 난 오늘 행복하므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답한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출판계도 불황에 휩싸인 가운데 김성은은 책 수익금 일부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서아책방, 20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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