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교수

환한 낮의 도로는 어두운 밤보다 안전할까. 운전자 입장에서 낮의 운전은 밤보다 확실히 수월하다. 운전할 때 전방이 잘 보이도록 세상에 환한 빛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밤에는 미약한 인공 빛을 빌려야 하지만, 낮에는 세상을 가득 채운 공짜 빛을 통해 운전한다. 낮에 운전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믿는 이유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낮의 사고 비율이 월등히 높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발생한 전체 사고 중 약 60%가 모두 낮 시간에 발생했다. 운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원인이 크다. 모든 차량의 주변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데 후방과 측방, 그리고 전방에도 존재한다. 따지고 보면 차 주변이 온통 사각지대인 셈이다. 문제는 낮 시간의 사각지대가 빈번한 위험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살아 움직이는 낮에는 상대적으로 차와 보행자 등 교통주체들의 이동이 많다. 순간의 통행량이 많은 탓에 사각지대에서 쉽게 사고가 발생한다.

취약한 교통안전 의식이 만들어내는 사각지대도 있다. 불법주정차 피해가 심각하다. 스쿨존의 사고는 등하굣길 불법주정차 차량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과도한 선팅은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가시광선이 투과하지 못하고 반사돼 맞은편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한다. 낮 시간은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이 발생하는데, 빛을 직접 눈에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현혹 현상이 발생해 전방의 물체를 분간하지 못하게 된다.

주행 중 눈을 뜨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눈을 감고 있는 경우까지도 있다. 나른한 봄과 더위로 지친 여름철의 졸음운전 사고는 대부분 낮에 발생한다. 야간에 비해 낮의 졸음운전 비율이 높은 이유는 오후의 식곤증 때문이다. 졸음운전 사고 통계를 보면 시간대가 오후 2∼4시에 집중돼 있고, 최대 부상자 숫자는 봄과 여름에 집중돼있다.
낮 동안 감고 있던 안전의 눈을 뜨고 운전할 때이다. 어두운 밤뿐 아니라 낮 시간에 보이지 않는 도로 위의 위험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사고는 나와 상대방, 두 가지 조건이 만날 때 발생한다. 나의 선택과 상대방의 선택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때이다. 상대방의 선택을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의 조건을 어떻게 통제해가야 할지 살펴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공간을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차량의 사각지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도를 줄여야 한다. 실제로 주행 속도가 높을수록 운전자의 시야는 좁아진다. 속도를 높일수록 운전자의 주시점이 먼 방향으로 향하게 돼 시야 협소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예측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이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방어 운전이 필요하다.

더불어 나의 선택이 다른 교통참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한다. 나의 편의를 위한 사소한 행동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고로 귀결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도로는 수많은 이들과 시간과 공간을 나눠 쓰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안전을 저해하는 행위는 살인 행위에 가깝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불법주정차 습관을 끊어내고 과도한 선팅의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운전 중에는 반드시 눈을 떠야 한다. 피로운전을 하지 않도록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식곤증이 밀려올 시간엔 운전을 피하고, 장거리운전 전날에는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 그럼에도 운전 중 밀려오는 졸음에 대해서는 이겨내려 하지 말고 반드시 졸음쉼터나 휴게소에 들러 쉬었다 가야 한다. 10~15분 정도의 쉼이 평생을 좌우할 사고를 예방하게 한다.

시야의 사전적 정의는 ‘시력의 미치는 범위’이다. 그런데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면, ‘사물에 대한 식견이나 사려가 미치는 범위’로도 정의된다. 낮 시간의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낮의 사각지대에 대한 ‘사려 깊은’ 운전에서 시작된다. 사고는 흔히 ‘못 봤을 때’ 일어난다고 이야기된다. 이 말에는 함정이 있다. 눈을 뜨고 운전하고 있는 한 나에게는 사고가 일어날 리 없다는 과신이다. 눈을 떠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기억하자. 낮 시간에 필요한 것은 사려 깊은 시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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