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당해도 피할 곳 없다는 의미
가해자 열 중 여덟은 부모
전문가 “더 이상 방임하면 안 돼”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최근 충남 천안에서 계모가 아들을 7시간 이상 여행용 가방에 가뒀다 숨지게 한 데 이어 경남 창녕에서도 계부가 딸아이의 손가락을 달궈진 프라이팬으로 지지는 사건이 일어나 공분을 사고 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가정 내 아동학대다. 아이들에게 유일한 보금자리인 ‘집’이 아동학대의 온상이라는 거다. 가정 내 아동학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학대의 주범은 부모들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더 이상 ‘부모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학대주요통계’에 따르면 2018년 가정 내 아동학대는 2만 4604건으로 2014년 1만 27건과 비교했을 때 4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79.12%는 부모였으며 재학대 사례의 95.4% 역시 부모였다.

문제는 아이들이 가정 내 학대에 시달리더라도 집 말고는 달리 갈 곳이 없다는 점이며 이 같은 구조 속에 재학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부모인 상황에서 ‘원가정보호제도’는 아이들의 숨통을 조이는 악순환 장치로 전락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4조 3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을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는데 학대한 사람이 있는 원가정에서 피해 아동을 보호하라는 꼴이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개선에 나선 상태다. 지난 3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부터 각 지자체에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두고 현장조사, 응급조치 등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또 아동학대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고 거부하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법 강화와 함께 더 이상 아동학대를 방임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대전가정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아동학대 가해자인 부모가 유일한 보호자일 경우 부모를 거스르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은 극히 드물다. 이번 사건에서 봤듯이 아동학대는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며 “법 강화를 뒷받침하면서 학교와 이웃의 아동학대 인지 확인, 전문기관 모니터링 등 뿐만 아니라 촘촘한 지역사회 협력체계가 작동된다면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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