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 핑계로 학대 정당화 돼선 안 돼”
“자녀 체벌금지 반대...학대금지 방향으로”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충남 천안의 9살 소년 사망사건과 경남 창녕의 9살 소녀 학대사건이 집중 조명되며 아동 학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새삼 날카롭게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내놓은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 법제화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훈육을 핑계로 학대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찬성 측과 내 아이들에게 필요한 훈육 차원의 체벌은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반대 측이 맞서고 있는 거다.

법무부는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민법 제915조에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징계권은 자녀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키지만 부모의 체벌이 허용된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논란지점이다. 자녀 회초리 금지법을 찬성하는 쪽에선 이 대목을 주목한다.

대전에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김 모(63·여) 씨는 “보육교사의 신체 처벌과 언어폭력은 법적으로 명백한 처벌 대상이 됐지만 부모가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훈육이라는 목적아래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됐다”며 “민법에 자녀 체벌 금지 조항이 추가돼 더 이상 가정 내 학대 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더불어 부모는 ‘내 새끼 내가 가르친다’는 생각을 버리고 보육 교사에게 바라는 훈육 수준을 가정에서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자녀 처벌 근거 조항 삭제를 위해 발 빨리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비례) 의원은 11일 부모의 자녀 체벌 근거가 돼 온 민법상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녀 회초리 금지법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김 모(61) 씨는 “훈육을 포장해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게 참 화나고 씁쓸한 일이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통념상의 체벌을 하는데 있어 법이 개입한다는 것은 더 씁쓸한 일”이라며 “자녀 학대금지는 찬성하지만 체벌금지는 반대한다”고 소회했다.

법조계에선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 삭제와 ‘자녀 체벌 금지법’ 추가가 좋은 방향일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김민홍 변호사는 “민법은 큰 원칙을 정하는 법이라 자녀의 체벌을 어디까지 금지할지 구체화는 어려워 보인다”며 “민법이라는 큰 틀에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훈육에 대해서 단서조항을 추가하는 게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전 중구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A 모 씨는 “부모는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아동학대에 관한 법도 중요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관계, 바람직한 훈육 수단 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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